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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럭비, 부산 이후로 금메달 없죠... 이번에는 꼭"

[프리뷰] 부산 이후 21년 만의 금메달 노리는 한국 럭비... 24일 오후 첫 경기

등록|2023.09.24 13:13 수정|2023.09.24 13:14
'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이기도 합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기자말]

▲ 지난 달 인천에서 열린 아시아 럭비 세븐스 대회. 한국 선수단의 '모의고사' 노릇을 했던 대회였다. ⓒ 박장식


4년 전 올림픽 최종 예선에서 한국 첫 올림픽 진출의 영광을 썼던 한국 남자 럭비. 특히 남자 럭비 대표팀은 2년 전 올림픽에서 승패보다 더욱 중요한 도전을 바탕으로 '럭비 정신'이 무엇인지 스포츠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2년이 지난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둔 한국 럭비의 마음가짐은 어떨까. 마침 한국 럭비는 지난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이후 21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없었다. 만 20년 만에 돌아오는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 일차 목표다.

마침 우연의 일치도 있다. '한국 럭비의 히딩크' 찰리 로우 감독이 떠난 뒤 새로운 대표팀 감독이 된 이명근 감독이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때 선수로 금메달을 품에 안았던 것. 이명근 감독은 "이번 아시안게임 뿐만 아니라, 올림픽 예선에서도 모두 성과를 내는 것이 목표"라고 각오했다.

감독 변경, 아쉬웠던 '모의고사' 거쳐, 항저우로 입성했다

아시안게임 전까지, 올해 여름까지의 한국 럭비는 '우여곡절'이라는 말이 어울렸다. 지난 4월에는 한국 럭비의 발전을 이끌었던 찰리 로우 대표팀 감독의 재계약이 불발되었다. 코치로, 감독으로 대표팀에서 선수들과 코치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찰리 로우 감독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이명근 코치가 대표팀의 감독으로 새로이 임명되었다. 전임 서천오(현 국군체육부대 감독) 감독 이후 다시 '국내파 감독'으로의 회귀였다. 이명근 감독 역시 한국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다들 찰리 로우 감독의 공백을 대비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듯 찰리 감독의 빈 자리는 컸지만,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역시 새로운 시작에 나섰다.

특히 일본의 '재팬 럭비 톱 리그'의 오랜 팀인 산요, 파나소닉 등에서 뛰는 등 일본에서 긴 선수생활을 했던 유영남 코치가 대표팀에 합류한 것이 힘이 되었다. 베테랑 선수들 역시 위기를 딛고 한 데 뭉쳐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최종예선 레이스에 합류했다.

아울러 아시안게임 직전에는 한국에서 '모의고사' 격이었던 대회가 열렸다. 지난 8월 인천남동아시아드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아 럭비 세븐스 대회에서는 한국이 오래간만의 우승을 목표로 경기에 임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숙적' 홍콩에 밀려 결승행이 좌절되었고, 결국 3위에 그친 것이 큰 아쉬움을 남겼다.

다만 이명근 감독은 "결과적인 목표는 아시안게임에서 결과를 내는 것이니, 베테랑 선수와 중간 선수들, 신인 선수들을 세븐스 대회에서 기회를 주고 경험을 쌓게 하는 것이 필요했다"면서, "특히 올림픽도, 월드컵도 나간 선수들은 30대 중후반이기에 새 선수들을 발굴하는 것이 큰 목적이었다. 아시안게임 메달 색깔을 바꾸기 위한 전초전이라고 보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대만과의 경기로 항저우 레이스 시작... 21년 만의 '금' 맛볼까
 

▲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항저우로 향한 럭비 대표팀 선수들. ⓒ 대한럭비협회 제공


선수들의 이번 대회 투지는 강하다. 부산 이후 21년 동안 따지 못했던 금메달을 따려는 욕심 때문이다. 이명근 감독은 "항저우의 날씨를 고려해 우리가 일부러 더운 시간대에 훈련했다"면서도, "힘든 상태에서도 훈련하고자 하는 선수들의 마음이 강했다"며 대표팀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이 감독은 "국내 선수층이 많지 않아 자체 훈련이 어렵지만, 그럼에도 금메달을 따길 바란다는 마음에 선수들의 소속팀들도 많은 희생을 해 주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아울러 이명근 감독은 "도하 때도 금메달이 가능했었는데, 일본에게 경기 종료 2분을 남기고 역전패를 당했다"면서, "이번에도 일본과 홍콩, 우리가 경쟁하지 않을까 싶다. 당연히 모든 팀이 금메달을 염원하겠지만, 우리야말로 이번 대회에 대한 열정과 마음이 크다"고 각오했다.

지난 21일 출국해 항저우에서 훈련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팀에게 뜻밖의 선물도 도착했다. 최윤 대한럭비협회 회장이 금메달 획득 시 1억 원의 포상금을 약속한 데 이어, 학창시절 럭비 선수로 뛰었던 한국 교민들로 구성된 동북3성한인연합회에서도 응원의 의미를 담은 격려금이 도착해 선수들에게 힘을 보탰다.

럭비 대표팀은 24일 오후 2시 45분(한국 시간)부터 열리는 대만과의 예선전을 시작으로 사흘 간의 여정에 돌입한다. 21년 만의 금메달에 도전하는 대표팀이 새로운 역사의 시작을 만들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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