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학병원 전공의들, '비급여' 비타민만 2억 넘게 처방... 징계도 안 받았다
인제대 상계백병원 특정과 전공의들, 제약회사 '리베이트 의혹' 불거졌지만... 경찰은 불송치
▲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 소중한
비급여 비타민 과잉 처방에 대한 환자 민원이 대학병원 특정과 전공의들의 '집단 리베이트' 의혹으로까지 불거졌지만 경찰은 별다른 강제수사 없이 사건을 불송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병원 또한 불송치를 근거로 해당 전공의들을 징계하지 않았다.
2020년 6월 상계백병원에 입원했던 한 환자는 3년이 지난 올 5월에서야 노원구 보건소에 당시 과잉 처방이 이뤄졌다는 민원을 냈다. 뒤늦게 진료비를 보험사에 청구하는 과정에서 비급여 비타민 9종(약 160만 원)이 처방된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는 병원에 환불을 요구했고, 병원은 비급여 비타민 금액을 환급하기로 했다.
법무팀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될 소지"
이에 병원은 비급여 비타민 처방과 관련 자체조사를 진행했다. 조사에 따르면, 해당 과 전공의들은 2020년 10월부터 1년 동안 총 428명의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약 2억 3000만 원의 비급여 비타민을 처방했다. 민원 대상이 됐던 전공의 A씨뿐만 아니라 전공의 B·C·D씨 또한 처방 명단에 포함돼 있었다. 이는 전공의들이 집단적으로 리베이트를 받아 챙겼다는 의혹으로 번졌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전공의 B씨는 2021년 11월 쓴 반성문에서 '매달 90만 원씩 1년간 1080만 원 상당의 회식비·야식비를 여러 제약회사로부터 받았다'고 진술했다. A·C·D씨는 제약회사로부터 도시락과 커피 쿠폰을 받았다고 2021년 12월, 2022년 1월에 자진 신고했다.
C·D씨는 제약회사로부터 제출받은 '경제적 이익 등 제공 내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이 내역서엔 두 사람이 2020~2021년에 각각 12번, 9번씩 최대 7만 원에 이르는 식사를 제약회사로부터 병원 외부에서 대접(총액 각 69만 원, 56만 원)받은 것으로 나와 있다.
인제학원 재단본부 법무팀은 법률검토의견서에서 "의료기관 내의 장소가 아닌 근처 음식점에서 제품설명회에 참석하고, 식음료를 제공받은 행위는 의료법 위반으로 판단될 소지가 있다"고 썼다.
대학 측은 비급여 비타민 9종을 취급한 제약회사 6곳에도 질의서를 보냈다. 하지만 6곳 중 4곳은 '리베이트(현금·현물)를 제공한 적이 없다'고 답했고, 1곳은 두 차례 간단한 티타임(총 2만 원)을 가졌다고 밝혔다. 답변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나머지 1곳은 응답하지 않았다.
병원 측은 2022년 3월, 6월 두 차례 청렴자문위원회를 열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하고 노원경찰서에 진정을 넣었다. 비슷한 시기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에도 익명의 공익신고가 접수됐고 12월 사건을 경찰에 이첩했다.
▲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 소중한
하지만 진정을 접수한 노원경찰서는 별다른 강제수사 없이 2022년 9월 사건을 불송치 처리했다. 이를 근거로 권익위가 이첩한 건은 입건도 되지 않았다.
노원경찰서가 권익위 이첩 건을 불입건하며 작성한 문건(권익위 이첩사건 조사결과)에는 "전공의 A~D씨만 비타민 9종을 과다하게 처방한 것이 아니"고, "비타민을 처방해주는 제약회사로부터 받은 1080만 원은 약사법상 보건 의료전문가에 대해 1개월 당 4회까지 식음료 제공이 허용된 점에 비춰보면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의료법은 원칙적으로 리베이트를 금지하고 있으나, 리베이트를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단서 조항을 두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제약회사는 의료기관 제품설명회에 참석한 의사에게 1일 10만 원 이하, 월 4회에 한해 식음료를 지원할 수 있다.
병원 "무혐의인데 어떻게 징계?"
경찰 "병원이 자료 제출, 강제수사 불필요"
강태연 의료소비자연대 사무총장은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리베이트 의혹이 여러 전공의들의 진술을 통해 나왔는데도 경찰이 통장조차 수사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수사가 좀더 진행돼야 할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의사 출신인 박호균 변호사는 "상당히 구체적인 전공의들의 진술이 있어 계좌를 조사해볼 필요는 있어 보인다"며 "특정 기간, 특정 과에서 비급여 처방이 과하게 이뤄졌다면 결국 피해는 환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상계백병원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청렴자문위원회 등을 열었고) 사안을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를 했으며 그 결과 무혐의 처분이 나왔다. 이미 종결된 사안"이라고 밝혔다. 자체 징계 여부를 묻는 질문엔 "(무혐의 처분에 따라 리베이트 의혹에 대한) 정확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는데 어떻게 징계할 수 있나"라고 답했다.
서울노원경찰서 관계자는 "수사 의뢰가 들어왔을 때 병원 측에서 자료를 모두 제공한 만큼 강제수사를 할 필요가 없었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관계자들을 경찰서에 다 불러 조사했다"면서 "병원 측에서 자료를 다 제출해서 압수수색을 할 이유가 없었다"고 전했다.
한편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0~2023년 서울 내 대학병원에서 리베이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료인은 총 11명(4개 병원)이었다.
▲ 서울 노원구에 위치한 인제대학교 상계백병원. ⓒ 소중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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