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내용 싹 날아갈수도, 사본 떠라" 외압 감지한 해군 검사
군인권센터, 해군 군검사-해병대 수사관 통화 녹음파일 공개... 국방부 사건기록 회수 전후 발언
▲ 호우피해 실종자 수색작전 중에 발생한 해병대 고 채 모 상병 사망사고를 수사하다가 항명 등의 혐의로 군검찰에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1일 오전 서울 용산구 중앙군사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며 응원 나온 해병대 예비역 동기생들을 안아주고 있다. ⓒ 유성호
고 채아무개 상병 사망 수사의 외압 및 은폐 의혹을 뒷받침하는 군내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됐다. 뿐만 아니라 수사기록을 국방부 검찰단으로 회수해 논란이 된 경북경찰청도 초기엔 사안을 중대하게 보고 수사에 적극성을 보였다는 증언도 나왔다.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 싹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중략) 너무 우려가 됩니다. (중략) 근데 대비해 놓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잖습니까. 사본 떠서 그냥 잘 좀 보관을. 하나 정도 세상에서 없어지지 않게."
군인권센터가 해군 검찰단 군검사라고 밝힌 인물 A는 8월 2일 통화에서 "제가 판례 한 여섯 개 정도를 보내드리겠다"며 "산업현장에서 대표이사의 책임을 인정한 사례들이다. 그 중 저희가 유심히 본 판결은 현장에 방문해 위험을 인지했음에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휴가자, 출타자들에게도 (물놀이 안전과 관련해선) 다 교육을 하는 내용인데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에 나선) 부대에 있는 인원들한테 그 지점이 강조가 안 됐다는 건 아이러니하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이는 채 상병 사망에 대한 상급 지휘관, 특히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현장을 방문한 임성근 1사단장의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대령이 단장이었던 해병대 수사단은 이르면 7월 28일부터 임 사단장을 비롯한 8명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고 실제 이 내용을 담은 수사기록을 8월 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
그런데 다음날인 8월 3일 통화에서 해군 검사 A씨는 "지금까지 조사한 게 싹 날아갈 수도 있을 것 같다"며 "지금까지 (해병대 수사단에서) 조사했던 내용을 수사권 없는 자의 수사라고 하며 싹 날리고 본인들(국방부 검찰단 추정 - 기자 주)이 수사를 다 처음부터 다시 할 계획이 있는 건 아닌지 너무 우려가 된다"라고 말했다.
군인권센터는 "8월 3~4일경 국방부 검찰단은 압수수색을 통해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들의 휴대전화를 포렌식 했다"며 "(통화 녹음에 따르면 이 즈음) 국방부 검찰단은 해군 검찰단에 군검사들을 입단속시키라는 이야기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군인권센터는 "경북경찰청도 (사건 직후엔) 업무상 과실로 보인다며 (해병대 수사단에 사건을) 빨리 이첩해달라고 요청했다"며 "7월 24일 오전 11시경 (경북경찰청) 이◯◯ 경감으로부터 해병대 수사단 수사관에게 전화가 와 '이 사건 좀 빨리 넘겨달라, 과실로 보이니까'라고 문의했다"고 밝혔다.
한편 국방부 검찰단은 8월 30일 박 대령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박 대령은 8월 31일 구속영장 청구 및 기소가 타당한지 판단해 달라며 수사심의위원회 소집을 신청했다.
군인권센터는 8월 31일부터 박 대령 구속 반대 탄원을 진행 중이고 1일 오전 8시 기준 1만 6261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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