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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단식이 '실패'할 수밖에 없는 까닭

[주장] 윤 정부는 줄곧 야당 신경 안 써... '정부 반대하지만 민주당 지지하지 않는 유권자' 봐야

등록|2023.09.01 13:30 수정|2023.09.01 13:30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단식투쟁천막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시작에 앞서 상의를 벗고 있다. ⓒ 남소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무기한 단식 투쟁에 나섰다.

지난 8월 31일 이재명 대표는 "사즉생의 각오로 민주주의 파괴를 막아내겠다"며 "마지막 수단으로 오늘부터 무기한 단식을 시작한다"고 선언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를 향해 ▲민생파괴와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윤 대통령의 대국민사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투기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 ▲전면적인 국정쇄신과 개각 단행을 요구했다.

또한 이 대표는 1일 "현재의 정권 퇴행 폭주, 민생 포기, 국정 포기 상태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고 일방적이고 폭력적인 행태를 도저히 묵과할 수 없지만 이를 막기 위한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단식 투쟁의 당위성을 피력했다.

무기한 단식이지만 끝은 있기 마련... 이재명의 탈출구는 있는가

하지만 정말로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대표가 윤석열 정부의 폭주를 막을 방법이 당대표의 단식뿐일까. 지금까지의 윤 정부가 해온 바를 돌이켜보면 야당 대표가 단식을 한다고 해서 자신들의 과오를 반성하거나 방향을 바꿀 것이라 예상하기 어렵다.

이미 정부는 지난 7월,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반대 단식을 15일이나 이어갔음에도 일말의 반응조차 보이지 않았었다. 당시 이 대표는 우 의원에게 단식 중단을 권유하며 당 차원의 오염수 방류 저지를 위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렇다면 이 대표는 정부를 저지하고 비판할 제1야당의 당대표로서의 컨트롤타워 역할과 단식 투쟁을 병행할 수 있는가. 이 대표는 "단식한다고 해서 일을 포기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얘기다.

단식을 통해 국민에게 진심을 보이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는 높이 사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서 단식은 멈출 수밖에 없다. 이 대표의 의지와 별개로 이 대표가 내세운 요구를 정부가 수용할 가능성은 극히 적어 보인다.

그렇게 되면 윤 정부는 불통이라는 비판에 직면하겠지만 이미 숱한 비판들 속에서 두드러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르다. 단식 투쟁에 나섰음에도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다면 이 대표 본인과 현 민주당 체제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내외에서 쏟아질 것이 자명하다. 일이 이렇게 될 경우 이 대표는 어찌할 셈인가.

'국민항쟁'이라는 거창한 수사에 앞서 국민 마음부터 돌이켜봐야

1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8월 5째주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는 33%로 두 달 가까이 30% 초반대에 머물러 있고 부정평가는 59%로 50% 후반대를 줄곧 유지하고 있다.

반면 같은 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8월 5째주 민주당 지지율은 27%로 국민의힘보다 7%p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6할에 가까운 시민들이 윤 정부에 비판적임에도 그중 절반 정도만 민주당을 지지하는 셈이다.

즉, 현 정부를 지지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민주당 역시 마뜩찮은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단식 투쟁에 나선다는 이유로 이들의 마음이 민주당에게 넘어갈까. 아마 그렇지 않을 것이다.

지금 이 대표가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이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이를 국회를 통해 반영하는 것이다. 그렇게 국회 다수당으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강구하고 실행함과 동시에 민주당의 행보가 어떻게 국민에게 더 널리 알려지고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실천해야 한다.

이 대표는 "이 순간부터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무능폭력정권을 향해 '국민항쟁'을 시작하겠다"고 말했지만 국민은 국민의 한사람으로서의 이재명이 아닌 거대야당 당수로서의 이재명을 바란다. 이 대표는 국민항쟁이라는 거창한 수사에 앞서 얼마나 많은 국민이 민주당을 신뢰하고 지지하는지부터 돌이켜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과 민주당이 살 길

이재명 대표와 수많은 구설수와 논란 속에서 당대표로 취임한 지 어언 1년임에도 민주당의 활로가 뚜렷히 보이지 않는 실정이다. 게다가 계속된 검찰의 수사로 인한 사법 리스크에 이 대표를 바라보는 시선이 안팎으로 곱지 않다.

그런 상황에서 지금과 같이 대책 없는 단식 투쟁은 일부 지지층에게는 응원을 받을지언정 다수 국민에게는 '방탄 단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다가올 것이다. 안하무인 윤석열 정부에게 단식 투쟁의 효과는 미미할 것이고 이는 앞서 말한대로 이 대표를 향한 비판만 거세질 것이다. 그렇기에 이 대표가 단식을 선언한 순간부터 이 대표의 단식 투쟁은 이미 실패한 셈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다. 실패 속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이재명 대표가 이미 무기한 단식 투쟁을 선언한 이상, 단식과 더불어 왜 윤 정부의 폭거에도 국민이 민주당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는지부터 철저히 고민해보길 바란다. 그것만이 이 대표도, 민주당도 살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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