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중독사회에서 살아남는 법

[서평] 정신과 의사 애나 렘키 박사의 '도파민네이션'

등록|2023.09.04 09:40 수정|2023.09.04 09:40
도파민 분비가 되면 우리는 쾌락을 느낀다. 쾌락을 지속하기 위해서 특정한 행위를 반복하게 되면 그 행위로부터 얻게 되는 쾌락의 기준점은 계속해서 올라간다. 그래서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 없다. 그 전보다 더 큰 자극을 원하게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도파민 분비가 계속되면 축제가 끝난 뒤 찾아오는 공허함으로 인해 무기력함이 오기 쉽다. 외부 요건에 의존해서 쾌락을 지속하는 것은 소금물을 마신 후 일시적인 갈증을 해결하고 더 큰 고통에 시달리는 것과 같다.

자본주의는 수요와 공급으로 돌아가는 구조다. 현상 유지는 없다. 현재에 만족하게 되면 더 이상의 수요와 공급은 없어지게 되고 체제는 무너진다. 그러하기에 계속해서 새롭고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

수요를 창출하는 방법 중 하나가 도파민이다. 도파민은 동기부여의 호르몬이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것은 구매행위로 인한 만족감, 일종의 쾌감을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방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각종 플랫폼이 지향하는 알고리즘과 평가 보상 구조일 것이다.

이렇게 도파민 분비 촉진을 위해 열심히 굴러가는 세상에서 과도한 도파민 분비의 부작용인 우울증에 빠질 위험이 크다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수많은 가용 정보와 확장된 관계가 우리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그 쓰임이 단순한 자극으로 도파민 분비 활동에만 치중 된다면 정신적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지은이), 김두완 (옮긴이) ⓒ 흐름출판


책 <도파민네이션>은 중독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이러한 시대적 배경보다는 개인에 초점을 두고 이야기한다. 저자는 심리상담 전문가로서 자신의 경험을 통해 중독에 대한 치료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바로 절제다. 스스로 중독 대상을 절제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그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나 당연해 조금은 지루할지는 몰라도 눈여겨 볼 점이 몇 군데 있다.

그 중 하나가 '집단선'이다. 집단선이라는 것은 다소 과해보일 수 있는 규율을 갖춘 조직 활동을 통해 선한 행동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다. 유니폼을 입으면 소속감이 생기고, 그 조직의 목적에 맞는 행동을 스스로 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을 사회로 조금 확장하게 되면, 중독 현상 등의 사회에 물의를 일으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의 역할이 커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나친 규율로 인한 문제에 대해서는 자세히 다루지는 않지만 중독 문제를 해결하거나 선한 행동을 유발하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 나라 마약 범죄가 2018년 8,103건에서 2022년 12,387건으로 50%넘게 증가했다. 동일 기간 20,30대 비율은 1,392명에서 4,203명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는 점과 10대 범죄자는 104명에서 294명으로 2배 넘게 증가했다는 점을 보았을 때 절제력이 부족한 연령층의 중독 현상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집중력 결여로 인한 ADHD을 호소하는 사람은 2017년 5만3천명에서 2021년 10만명이 넘었다. 현대사회가 과거에 비해 얼마나 많이 절제하기 힘든 유혹을 뿌리며 자신의 삶에 온전히 집중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있는지 그리고 또 우리는 그것에 얼마나 취약한 존재인가를 방증하는 사실일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가정과 사회에서 심각항 중독 현상을 막기 위해서 어떤 환경을 구축할 것인가라는 담론을 깊게 다룰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이 모든 것은 자신으로부터 시작하기에, 중독이라는 현상에 대한 경계심을 항상 가져야 한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저울 이론'처럼 쾌락은 고통과 동일하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지나친 쾌락 뒤에는 감당하지 못한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중독을 멈추기 위한 방법중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는 것이다. 도파민 분비가 보상과 관련이 있다는 것은 우리가 도파민 분비로부터 느끼는 쾌락 자체를 없애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때문에 보상을 위한 행위를 좀 더 생산적인 일에 몰입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결국 중독사회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울타리를 치고 생산적인 활동에 집중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를 불안케 하는 요소는 무엇인지, 타인의 아닌 나를 위한 즐거움은 무엇인지 찾는 것이 시작일지도 모른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