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클린스만호, 유럽파가 구세주 될까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유럽 원정 2연전... 여러 논란 속 첫 승 신고할지 주목
▲ 한국 축구대표팀을 이끄는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 KFA
위르겐 클린스만(독일)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9월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아래 사우디)와 A매치 2연전을 위하여 소집된다. 클린스만호는 오는 8일 영국 웨일스 카디프시티스타디움에서 웨일스(FIFA 랭킹 35위), 13일에는 뉴캐슬 세인트제임스 파크에서 사우디아라비아(54위)와 격돌한다.
클린스만호 출범 이후 첫 원정 경기다. 차두리 등 국내 코치진과 K리거들은 4일 영국으로 떠났다. 클린스만 감독과 해외파 선수들은 현지에서 합류할 예정이다.
3월 콜롬비아와 2-2 무승부, 우루과이에는 1-2로 패했고, 6월에는 페루에 0-1 패배, 엘살바도르와는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역대 외국인 감독중 첫 승이 가장 늦다. 또한 같은 기간 동일한 상대를 만난 라이벌 일본이 2승 1무 1패, 12득점 4실점으로 결과와 내용 모두 월등한 모습을 보여준 것과 비교됐다.
대표팀 운영 둘러싸고 논란 계속... 결과로 증명할까
경기 외적으로 클린스만 감독의 개인 행보와 대표팀 운영을 둘러싼 구설수도 끊이지 않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한국 대표팀 감독 부임 이후 국내 상주를 약속했으나 정작 해외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훨씬 길어지며 '재택근무', 'K리거 홀대' 논란을 일으켰다.
또한 해외에서도 한국대표팀 감독 업무와는 무관한 방송 패널 출연이나 행사 참석 등 외부 활동에 더 치중하는 모습으로 '근무 태만'이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마이클 김 코치의 돌연 사임과 차두리 어드바이저 코치 승격 등 코칭스태프 개편을 둘러싼 잡음도 있었다.
9월 A매치 명단 역시 발표 당시에는 반응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핵심선수 중 한 명인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이 소속팀 경기 도중 허벅지 근육을 다쳐 이번 영국 원정에서 빠졌다. 여기에 황의조(노리치시티), 황희찬(울버햄프턴), 조규성(미트윌란), 오현규(셀틱) 등도 소속팀에서 경기출전이 부족하거나 부상 소식이 전해졌고 정상 컨디션 여부에 의문부호가 드는 선수들이 발탁되며 의구심을 자아냈다. 또한 클린스만 감독은 대표팀 새 명단 발표 때마다 관행으로 계속되어오던 기자회견마저 건너뛰며 반응은 더욱 나빠졌다.
출범한 지 아직 6개월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이대로라면 클린스만호가 2026 북중미월드컵까지 무사히 완주할 수 있을지 우려의 시선이 높아지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으로서는 이번 9월 A매치 2연전에서 일단 납득할 수 있을 만한 경기력과 첫 승을 통하여 자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어떻게든 반전시켜야 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번엔 원정경기인 데다 웨일스와 사우디도 그리 만만한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클린스만호는 출범 이후 줄곧 유리한 홈에서만 경기를 치렀고 상대팀이 모두 중남미 팀들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이 유럽 원정에 나서는 것은 벤투호 시절인 2020년(멕시코, 카타르)이후 3년 만이며, 유럽팀과 원정 평가전은 신태용호 시절인 2018년(북아일랜드, 폴란드) 이후 무려 5년 6개월 만이다.
웨일스는 클린스만호가 출범한 이후 처음 만나는 유럽팀이다. 유럽에서는 전통의 강호는 아니지만 최근 몇 년간 두각을 보인 다크호스였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64년 만의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지만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를 기록하며 16강 진출에는 실패했다. 현재는 유로2024 예선 D조에서 1승 1무 2패로 4위를 기록중이다.
에이스 아론 램지(카디프시티)를 비롯하여 손흥민의 팀메이트이기도 한 벤 데이비스, 브레넌 존슨(이상 토트넘) 등 빅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은 다수 보유하고 있다. 한국축구가 웨일스와 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우디는 중동 전통의 강호다. 지난해 카타르월드컵에서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으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우승팀인 아르헨티나를 2대 1로 꺾어 세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한국은 사우디와의 A매치 역대전적에서 4승 7무 6패로 열세다. 내년 아시안컵에서도 한국의 우승도전을 견제할 만한 유력한 경쟁자로 꼽힌다.
사우디가 최근 이탈리아의 유로 2020 우승을 이끈 명장 로베르토 만치니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사령탑에 선임한 것도 눈길을 끈다. 만치니는 클린스만 감독과 1964년생 동갑내기이고 각각 자국을 대표하는 당대 최고의 스타 공격수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나마 다행인 부분은 대표팀 소집을 앞두고 핵심 전력인 유럽파들이 잇달아 쾌조의 컨디션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의 주장이자 에이스인 손흥민은 국가대표 소집을 앞두고 마지막 경기였던 번리전에서 시즌 첫 골 및 해트트릭을 신고하며 기세를 높였다. 특히 손흥민이 본 포지션인 왼쪽 윙어가 아닌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이동하자마자 골을 터뜨렸다는 것은 클린스만호에게도 좋은 힌트가 될 전망이다.
또한 부상에서 회복한 황희찬도 교체 출전하여 시즌 2호골을 터뜨렸다. 노팅엄에서 출전기회를 잡지 못하던 황의조는 최근 노리치 임대 이적으로 돌파구를 마련했다. 조규성과 오현규도 부상을 털고 소속팀 경기에 복귀했다.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한 수비수 김민재도 적응기 없이 바로 주전 자리를 꿰차며 컨디션과 경기감각에 큰 문제가 없는 모습이다.
이로써 클린스만호는 이강인의 공백 제외하면 유럽파 주축 선수들이 대부분이 정상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히려 지난 홈경기들과 달리 유럽에서 아시아로 장거리 이동의 부담이 줄었다는 것은, 유럽파들이 컨디션을 유지하며 더 좋은 활약을 기대하게하는 이유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현재 대표팀의 꼬인 실타래를 풀어야 할 마지막 책임은 클린스만 감독에게 있다. 만일 이번에도 그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클린스만 감독은 자칫 부임 6개월 만에 사령탑으로서 심각한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다. 많은 팬들은 이번 2연전에서 좋은 경기력과 승리는 물론이고, 더 나아가서는 앞으로 대표팀 운영에 대한 클린스만 감독의 분명한 입장 표명과 비전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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