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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심을 논에 왜 콩 심어야 하나" 정부 규탄

논 타작물 재배 농민 콩밭 갈아 엎어... 예산군, 논에 콩 심어 발생한 침수피해 면적 12.3㏊

등록|2023.09.04 15:07 수정|2023.09.04 15:07
 

▲ 농업인이 침수피해 논콩밭을 갈아 엎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충남 예산군의 한 청년 농업인이 논콩밭을 갈아엎으며 농촌 현실을 무시한 정부의 농업 정책에 울분을 토했다.

임선택 예산군농민회 정책실장은 한국농어촌공사로부터 예산읍 궁평리 700평 넓이의 논을 빌려 콩 농사를 짓고 있는 청년농이다. 그가 올해 심은 콩은 지난 장마 기간 내린 극한 호우와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침수 피해를 입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고된 노동력과 생산비를 투입한 임 실장은 콩 수확을 포기하고 8월 28일 결국 논콩밭을 갈아 엎었다. 이날 현장에는 인근 당진·아산·천안·청양 지역 농민들도 함께했다.

이들은 "벼를 심어야할 논에 왜 밭작물인 콩을 심어야 하나. 애지중지 키워온 콩을 갈아엎어야 하는 이 비극은 순전히 윤석열 정부의 오판과 오기가 빚어낸 참극"이라며 "농촌 현실을 무시한 채 쌀 수급조절을 하겠다며 일방적으로 논 타작물 유도정책을 펼친 정부의 잘못된 농정 때문"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장동진 예산군농민회장은 "정부가 쌀을 수입해 놓고 쌀이 남아돈다는 이유로 농어촌공사는 임대한 논에 벼를 재배하지 못하게 한다"며 "논에 벼를 심고, 밭에 콩을 심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농민도 살고 정부도 산다"고 성토했다.
 

▲ 장동진 예산군농민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 ⓒ <무한정보> 황동환


한편 농어촌공사가 충남 지역에서 임대한 농지는 5200㏊이며 예산군의 경우 △삽교 37㏊ △신암 36.4㏊ △고덕 36.3㏊ △오가 32.7㏊ △봉산 12㏊ △신양 9.3㏊ △덕산 7.4㏊ △대흥 7.3㏊ △예산 5.7㏊ △광시 5.4㏊ △응봉 2㏊ 등 191.5㏊(740필지)의 농지를 118명에게 임차했다. 이 가운데 4.59%인 8.8㏊(23필지)만이 벼 재배 승인을 받았다.

귀농 등 농업에 새로 진입할 목적으로 농어촌공사를 통해 땅을 빌린 사람들은 임차기간 의무적으로 콩·사료작물 등 타작물을 재배해야만 한다. 본인이 원해도 벼를 포함해 식용 가루쌀은 재배하면 안된다.

복진모 농어촌공사 예산지사 농지은행파트장은 "공사는 논이었던 땅을 매입해 임대한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우선지원 1순위인 청년후계농(만18~39세, 지자체 선정)이 임대대상이다"라며 "물이 있던 논이라 임대 첫 해에 당연히 밭작물이 어렵다는 것은 알지만 휴경을 해서라도 밭작물을 지어야만 한다. 논에 타작물을 심도록 하는 이유는 농식품부의 쌀 생산 수급조절 지침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3월 '쌀 적정생산 대책'을 발표하고 벼 재배 면적 감축 목표 3만 7000㏊를 제시했다. 이에 예산군에 할당 감축 면적은 지난해 군 전체 벼 재배면적(1만318㏊)의 3.1%에 해당하는 320㏊다. 지난 5월 2일 기준 359.5㏊를 감축해 현재 목표치를 초과했다.

군에 따르면 올해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논콩밭은 △오가 4.3㏊ △신암 3.3㏊ △대술 2.3㏊ △예산 1.0㏊ △삽교 0.8㏊ △덕산 0.6㏊ 등 12.3㏊이다. 이는 논콩으로 전략작물직불제 신청 농지 193㏊의 6.37%에 해당한다.

이날 농민들은 정부의 농업정책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 농업에 진입하는 농민들의 피해가 매년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충남 예산군에서 발행되는 <무한정보>에서 취재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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