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과 다르게 흐르는 시간, 불가사의한 터널의 비밀
[리뷰] 영화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포스터 ⓒ 미디어캐슬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미야케 쇼 감독의 영화 <너의 새는 노래할 수 있어>는 찬란한 순간인 청춘을 상징하는 계절, 여름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무더위에 비유한다. 현대의 젊은이들에게 청춘의 여름이란 푹푹 찌는 더위와 등을 적신 땀을 견뎌내는 계절이 아닐까.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는 타임슬립·타임루프 등을 바탕으로 감정을 자극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특징에 청춘의 무게를 더한 작품이다.
최근 일본에서는 양육의 부실로 인한 가정 소외와 이런 환경 속에서 자란 청년층의 사회 부적응이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선진국들이 겪는 공통의 문제인 출산율 하락 극복에는 성공했지만 안정적인 사회 적응에는 애를 먹고 있는 것. 카오루와 안즈는 가정의 문제로 더운 여름을 보내고 있는 불안정한 청춘들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찾고자 터널로 간 청춘들
▲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스틸컷 ⓒ 미디어캐슬
카오루는 동생 카렌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과 풍비박산 난 가정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 안즈는 무명 만화가였던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만화가를 꿈꾸지만, 부모는 이에 반대하며 안즈가 그린 만화를 찢어버린다. 두 사람은 불안정한 가정, 과거의 상처, 이별의 그리움 때문에 고통받는다는 공통점이 있다. 가까워진 이들은 함께 터널에 대해 조사하면서 자신들이 원하는 걸 찾고자 한다.
터널에서 단풍나무는 가을을 의미한다. 역설적으로 보자면 터널 안의 시간이 빠르게 흐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여름이 너무나 덥기에 상대적으로 천천히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영화의 제목,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에서 볼 수 있듯 여름에 무조건적인 부정을 담지 않는다.
겨울이 지나야 꽃이 피는 봄이 오듯, 여름을 이겨내야 가을에 열매를 맺을 수 있다. 터널은 과거에 상실한 무언가를 다시 찾을 수 있는 곳일 뿐이다.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만큼 이곳에서는 미래를 볼 수 없다. 작품은 카오루와 안즈가 처음 만난 기차역을 통해 이들의 여름이 아픔에서 찬란함으로 그 의미가 변할 것이란 것을 암시한다.
▲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 스틸컷 ⓒ 미디어캐슬
최근 방영 중인 <블리치: 천년혈전 편>을 통해 환상적인 작화를 선보인 타구치 토모히사 감독의 감각적인 미장센과 감정을 격화시키는 OST 등으로 시각과 청각을 만족시킨다.
아쉬운 점이라면 두 명의 주인공이 이야기의 전부를 이루는 만큼 구성적인 측면에서 단순하다. 여기에 더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별의 목소리>를 비롯해 엇갈린 시간 속에서 펼쳐지는 애절한 사랑과 우정을 소재로 했는데 고유한 차별성을 갖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청춘들의 분투가 가슴 뛰는 순간을 선사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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