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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 필수인 폐기물 처리시설, 노동자의 건강은요?

[폐기물 처리시설, 이제 노동자 건강을 물을 때]

등록|2023.09.08 10:33 수정|2023.09.08 10:33
충북 청주시 북이면, 소각시설이 밀집해 있는 마을 주민 60여 명에게 암이 발병했다. 주민들은 2019년 주민건강영향조사를 요구했고, 현재 환경부 재조사 중이다. 2023년,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주변 환경영향조사 결과 시설 주변 지역의 악취가 기준치보다 40배 이상 높게 나와 지역 주민들을 놀라게 했다. 2022년, 평택 폐기물 처리장에서 일하던 노동자가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역 주민과 노동자들의 건강 영향에 관한 뉴스보다 폐기물 처리시설 건립을 반대하는 주민들 모습에 관한 보도를 더 많이 접하고 있다.

폐기물 처리시설은 악취, 분진, 소음 등으로 인해 사람들이 꺼리는 시설이고, 거주 지역에서 떨어진 곳에 짓기 때문에 평상시 보기 어려운 편이다. 동시에 이들 시설이 꼭 필요하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 시설 주변에서 악취가 느껴질 정도라면 내부는 어느 정도일까? 그렇게 악취가 심하고 유해물질이 많은 것으로 여겨지는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을까? 대부분 교대로 일하며 악취와 화학물질에 그대로 노출되는 노동자들을 더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
 

▲ 폐기물 처리시설을 혐오시설이 아닌 랜드마크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여러 곳에서 하고 있다. 그러나 시설을 가리고 지하화할 때 노동자의 건강은 고려되지 않는다. ⓒ pixabay


수많은 폐기물의 발생 싸이클

인간이 사용하고 섭취하는 물건과 음식, 그리고 사업을 운영하면서 나오는 수많은 쓰레기. 우리는 매일 1kg에 가까운 쓰레기를 배출하며 살고 있다(국민 1인당 950.6g).1) 2021년 한 해 폐기물 발생량은 총 1만9738만 톤이다. 이들 폐기물은 매립으로 연간 1046만 톤(5.3%), 소각으로 979만 톤(5.0%)이 처리된다. 재활용 발생량은 1만7161만 톤(86.9%)이다.2)

환경부 자료3) 에 따르면, 폐기물 총발생량은 2021년 기준 경기, 경북, 전남 순으로 많은데, 경기도가 21.3%, 경북 11.1%, 전남 10.4%를 차지했다. 지역별로 보면 생활폐기물과 사업장비배출시설계폐기물은 인구가 많은 경기와 서울에서 높으나, 사업장폐기물과 건설폐기물, 지정폐기물은 비수도권 지역에서 많이 나오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 제조업 공장 등 산업시설이 많이 위치한다는 점이 반영된 결과다.

한편, 한국에서 폐기물 처리는 정부와 지자체에서 책임지게 되어 있다. 그리고 지자체는 폐기물관리법에 따라 시행령에서 정하는 자에게 위탁할 수 있다. 생활폐기물 처리시설을 지자체가 직영하는 경우는 24.3%, 시설관리공단이 운영하는 경우는 14.5%, 민간 위탁 운영은 61.2%로 가장 많다.4) 필수시설이자 공적 역할을 하는 폐기물 처리시설 다수가 아이러니하게도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건강 위협하는 시설, 필요한 것은 지자체 책임 강화

소각시설, 음식물폐기물 처리시설, 공공하수 처리시설, 재활용품 선별시설, 매립시설 등 여러 폐기물 처리 시설에는 악취같이 기피하고 싶은 요인부터 잘 알지 못하는 유해 물질 역시 많다. 미세먼지, 미세먼지에 함유된 납과 같은 유해 금속, 대기 중 벤젠 등이 대표적이다. 시설 인근 주민이나 노동자들의 혈액에 다이옥신 함유량 역시 지적되고 있다.5) 그 외에 황화수소, 암모니아 같은 악취 요인, 분진, 고온 등도 유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전주종합리싸이클링타운 주변 지역에 대해 전주시가 실시한 환경영향조사 결과 2023년 복합 악취 희석배수가 시설 협약 기준의 최고 41배까지 초과했다. 전주시민들은 당연히 경악했고, 리싸이클링타운 주변의 심각한 환경 문제가 드러났다. 그런데 외부보다 더 심각하게 유해 물질이 있을 게 뻔한 사업장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는 기준치를 단 한 번도 초과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은 유해 물질에도 특별히 안전한 몸을 가졌을 리 없는데 말이다.

시설 안 노동자들의 불안과 유해 물질 노출에 의한 건강 영향은 실재함에도 항상 관심 밖이었고, "작업환경측정 결과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발현된 것이다. 이 상황 속 작업환경측정 항목과 기준치가 무엇을 누락하고 있는지, 실질적으로 시설 안 노동자의 질병 발생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지에 관한 질문은 개입될 여지가 없다. 사업장 내 유해 물질 허용 수준을 조정하고 꾸준히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노동자들의 문제제기를 반영하여 노동조합과 함께 사업장 유해 요인을 예방하고 검사하는 시스템을, 지자체가 직접 만들어야 할 이유기도 하다.

시설 내 화재 사고 역시 노동자들을 위협한다. 폐기물이 잔뜩 모이기 때문에 가스가 발생하고 자연 발화가 일어난다. 올해 2월 경북 안동의 소각장에서 5일 동안 화재가 계속된 일도 있었다. <비즈한국>에 따르면, 2021년 폐기물 처리시설을 포함한 위생시설(폐기물처리시설, 폐기물재활용시설, 종묘 배양시설, 양수장, 정수장, 분뇨시설, 화장장, 기타위생시설 등)에서 발생한 화재는 273건이었다.6) 현대화 시설이라며 전면 지하화한 하남 폐기물 처리시설에서도 화재 사고가 나서 노동자들이 직접 소화기로 불을 끈 사실을 알리기도 했다. 불이 났을 때 지상층이라면 높은 곳에서 떨어져서라도 탈출하겠지만 지하에서는 그것조차 할 수 없기에, 큰불이 날까 불안하다는 현장 노동자의 암담함이 그대로 전해진다.7)

앞서 언급한 것처럼 폐기물 처리시설은 국가와 지자체에서 책임지도록 하고 있지만, 상당수가 민간에 위탁 운영되고 있다. 노동자들은 같은 곳에서 계속 일하지만 몇 년간의 위탁 기간이 끝나 수탁회사가 변경되면 고용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이윤이 중요한 민간 위탁 업체에 노동환경 개선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공공을 위해 있는 시설을 책임지는 일, 노동자 건강권을 보장하는 일 모두 지자체에서 할 일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필수' 기피 시설

생활에서, 사업에서 나오는 각종 폐기물은 대부분 거주 지역에서는 쉽게 보이지 않는 곳에 있다. 폐기물 처리 시설에서 나오는 악취와 분진 등의 물질들을 지역 주민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시 소각장 건립을 두고 서울시 마포구 주민들과 고양시 주민들 사이 격렬한 논쟁이 기사로 나기도 했다.

최근 들어 많은 폐기물 처리시설을 지하화하고 있다는 뉴스도 등장하고 있다. 모든 시설은 지하에 두고 굴뚝만 바깥에 나오는 식이다. 폐기물 처리 시설이 주변에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시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몇몇 지자체는 현재 지하화되어 있는 하남시 시설을 견학했다. 서울시의 경우 소각시설을 지하화하고 높은 굴뚝을 전망대로 활용하는 등 "랜드마크"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내기도 했다.

2023년 현재 전국 환경기초시설 중 지하화를 추진하고 있는 지자체는 서울, 부산, 대구를 비롯해 전국에 8개, 시설은 12개로 알려졌다.8) 그런데 이런 시설을 건립할 때 지하화 계획이나 지원금 계획은 말하면서도, 처리시설 안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실태를 밝히거나 노동자 건강을 위한 설비에 관한 언급은 하지 않는다. 당연히 지상보다 환기가 잘 되지 않을 지하에서 일하는 것은 이들의 건강에 괜찮은 일일까? 지상에서 보이지 않고 악취가 나지 않으면 환기가 잘되지 않아도 지하화하는 것이 답일까?

모든 시민에게, 모든 사업에 필수적인 이 시설이 있어야 할 곳은 어디일까? 지하에서 일하는 것은 노동자들에게 실제 불안으로 작용한다. 한 노동자는 전면 지하화한 시설의 경우, 배출가스도 지하에서 처리한 후 굴뚝으로 내보내는 조건에서, 시설을 보이지 않는 지하에 두는 것이 친환경이 될 수는 없다 고 지적한다.

바깥으로 드러나야 더 알 수 있다. 시설 건립으로 어떤 유해 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지 알리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전주종합 리싸이클링타운 노동자들이 지적한 것처럼, 악취로 인한 외부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 문을 닫고 일하게 하는 식으로는 안전과 건강을 확보할 수 없다. 지역 주민에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그 시설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도 똑같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노동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지하화로 시설을 가릴 수는 있겠지만 안전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곳의 노동자들에게는 더 큰 위험을 불러오는 결정이다.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질 때 잠깐 들여다보고 끝낼 것이 아니라, 국가와 지자체가 지속해서 시설의 바깥처럼 내부 노동환경 역시 높은 기준에 맞게 관리해야 한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 맞는 노동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1) 제6차 전국폐기물통계조사, 2022, 환경부
2)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2022, 환경 부, 한국환경공단
3) 2021년 전국 폐기물 발생 및 처리 현황, 2022, 환경 부, 한국환경공단
4) 생활폐기물처리 시설 종사자 노동인권 실태조사, 2022, 국가인권위원회
5) "7단계 1차년도 자원회수시설 주변 주민건강영향조 사", 2022, 서울시
6) "[사라진 노동자들② 환경엔지니어] "눈에만 안 보이면 돼" 감춰진 쓰레기장, 방치된 노동환경", 2023.05.12., 비즈한국. https://www.bizhankook. com/bk/article/25613
7) ""비타민D 결핍에 청력 재검만 5년째…화재 나 면 다 죽어요"", 2023.06.14., 노컷뉴스. https:// m.nocutnews.co.kr/news/5958875
8) "[사라진 노동자들② 환경엔지니어] "눈에만 안 보이면 돼" 감춰진 쓰레기장, 방치된 노동환경", 2023.05.12., 비즈한국.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유청희 님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이 글은 한노보연 월간지 일터 23년 9월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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