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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대통령, 무엇이 허위인지 말해야 한다

[민언련 특별칼럼] 뉴스타파 보도 논란, 확인된 사실과 남아 있는 의혹

등록|2023.09.13 12:03 수정|2023.09.13 12:03
윤석열 정권이 노골적 공영방송 탄압에 이어 이른바 '김만배 녹취록' 보도를 빌미로 '가짜뉴스 근절'이란 명분 아래 언론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할 우려가 큰 조치를 내놓고 있습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이런 '가짜뉴스 근절 대책'의 문제점을 짚어보는 '특별칼럼'을 마련했습니다. 첫 번째로 이정환 슬로우뉴스 대표의 글을 싣습니다. 해당 칼럼은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기자말]

▲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왼쪽)와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오른쪽). ⓒ 오마이뉴스 복건우/연합뉴스


신학림은 왜 그랬을까

매우 복잡한 사건이다. 그래서 속이기도 쉽고 속아 넘어가기도 쉽다. 이 글에서는 신학림과 뉴스타파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짚고, 확인된 사실과 남아있는 의혹, 그리고 정치적 공방을 구분하고, 우리가 해야 할 질문이 무엇인가 살펴본다.

신학림(전 뉴스타파 전문위원) 스스로 인터뷰였다고 밝혔던 김만배(대장동 개발사업자 화천대유 대주주이자 전 머니투데이 기자)와의 만남 사흘 뒤에 책값 명목으로 1억 6500만 원을 받은 건 저널리즘의 윤리를 벗어난 것이다. 신학림 본인뿐만 아니라 뉴스타파의 평판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행위였다.

실제로 신학림이 자신의 책이 10억 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고 김만배가 그 가치를 인정했을 수도 있다. 둘의 주장을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은 이렇게 세상이 들썩거릴 기사를 내보내면서 1억 6500만 원이 문제가 될 걸 몰랐다는 둔감함이다. 검찰이 김만배 계좌를 탈탈 털고 추적할 거라는 생각을 못 했다면 기자로서 감각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신학림이 김만배를 만났던 2021년 9월은 아직 김만배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을 때지만 뉴스타파 기사를 내보냈던 2022년 3월은 김만배가 구속된 뒤였고 대장동이 대선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때다. 기사를 내보낼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돈을 받지(책을 팔지) 말았어야 했고 돈을 받았다면 녹음 파일을 기사로 내보내지 않거나 최소한 뉴스타파에 둘 사이의 거래를 알리고 기사에도 밝혔어야 했다. 숨길 수 있는 일이 아니었고 기사의 신뢰 확보를 위해서도 피해 갈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 2022년 3월 6일자 뉴스타파 보도 갈무리 ⓒ 뉴스타파


뉴스타파는 왜 그랬을까

뉴스타파도 잘못이 있다. 내가 데스크였더라도 당연히 기사 욕심을 냈을 것 같지만 기사를 내보내려면 일단 신학림이 왜 녹음 파일을 반년이나 들고 있다가 뒤늦게 내놓았는지 확인했어야 했다. 이 기사에서는 두 사람의 대화가 언제였는지가 매우 중요하다. 검찰 수사를 받기 전의 사적인 대화였고 굳이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었다는 게 뉴스타파의 판단이었다.

뉴스타파의 표현대로 대장동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기 전의 대화라 "오염되지 않은 증언이라고 판단했다"라면 그 대화가 그동안 왜 묻혀 있었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보도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에 신학림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해명도 이해하기 어렵다. 정규직이냐 비정규직이냐는 중요하지 않다. 신학림은 그냥 제보자가 아니라 뉴스타파 소속의 전문위원이었다. 신학림 역시 취재 대상이어야 했고 좀 더 구체적으로 대화 전후의 맥락을 확인해서 공개했어야 했다. 이제 와서 '우리도 몰랐다'는 식의 태도로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뉴스타파가 대화 내용 일부를 발췌 편집한 것도 기사의 신뢰를 무너뜨릴 빌미를 만들었다. 2022년 3월 보도에서는 "통했지, 그냥 봐줬지"라고 돼 있는데 원래 파일을 들어보면 그 사이에 대화가 더 있다. "그냥 봐줬지"의 주어가 박길배가 아니라 윤석열인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편집이었다. 박길배가 윤석열 밑에 있었으니, 윤석열이 봐준 거나 마찬가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의도적인 편집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신학림과 뉴스타파에 대한 비판은 일단 여기까지다. 신학림은 배임수재 혐의 등으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고 뉴스타파는 평판에 상처를 입고 국민의힘 등 여권에서는 폐간하라는 압박까지 하고 있다.

확인된 사실과 남아있는 의혹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의 뉴스타파 보도 관련 발언 갈무리 ⓒ KBS


이제 이야기해야 할 것은 뉴스타파 보도가 국민의힘이 말하는 것처럼 "자유민주주의 파괴"에 "국민 주권 도둑질 범죄"고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에 해당하느냐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종합하면 신학림이 뉴스타파에 건넨 녹음 파일은 김만배 몰래 녹음했을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 기자들이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던 것도 당시 상황에서 김만배가 10여 년도 넘게 지나서 만난 선배에게 굳이 없는 사실을 지어낼 이유가 없다고 봤기 때문일 것이다.

상당수 언론이 '허위 인터뷰'에 '가짜 뉴스'라는 검찰과 국민의힘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무엇이 허위고 무엇이 가짜인지 이야기해야 한다.

대장동이 지난 대선의 최대 쟁점이었고 그때나 지금이나 거슬러 올라가서 자금 출처부터 캐는 게 진실에 접근하는 순서다. 김만배 일당이 시드 머니를 어떻게 확보했는가 추적해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부산저축은행 불법 대출 사건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이미 10여 년 전 윤석열이 이 사건을 수사했고 석연찮게 수사가 중단됐다는 의혹이 나왔다. 가뜩이나 윤석열 부친의 집을 김만배의 누나가 샀다는 사실이 확인된 뒤였다. 우연치고는 절묘했고 언론이라면 윤석열과 김만배 사이에 다른 뭔가가 있는지 의심하는 건 당연했다.

확실한 것부터 정리하면 이렇다.

첫째, 윤석열이 조우형(천화동인 6호 실소유주)에게 커피를 타 줬다는 JTBC의 보도는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뉴스타파 기사에도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줬다는 말이 없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없어졌다(수사가 중단됐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을 뿐이다.

녹음 파일 원본을 들어보면 신학림이 "윤석열과 마시고 온 거냐"고 묻자, 김만배가 "직원들이 타주니까 마셨다"고 했고 "검사를 못 만나고 온 거냐"고 묻자 "박길배를 만났는데 박길배가 얽어넣지 않고 그냥 봐줬다"고 말했다.

심인보(뉴스타파 기자)가 지적한 것처럼 실제로 커피를 마셨다기보다는 편안한 분위기에서 있다 왔다는 취지에서 한 말로 이해하는 게 맞다. 이재명(당시 민주당 후보)이 윤석열(당시 국민의힘 후보)에게 "조우형씨 만나서 커피 타 줬지요?"라고 물어본 게 화제가 됐지만 누가 커피를 타 줬는지는 애초에 핵심이 아니다.

둘째, 김만배가 조우형에게 박영수를 소개해 줬다는 건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박영수는 김만배의 '50억 클럽' 멤버였고 윤석열의 선배였다. 김만배는 "윤석열은 (박영수가) 데리고 있었던 애"라고 말한다.

셋째, 박영수의 개입으로 사건이 없어졌다는 게 의혹의 핵심인데 이 부분은 윤석열의 해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조우형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은 사실이고 검찰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이 바로 이 대목이다. 이미 경향신문과 JTBC 등이 제기한 의혹을 뉴스타파가 김만배의 발언을 공개하면서 쐐기를 박았다.

수사 무마가 아니라 수사를 안 했다고?

검찰은 "대검 중수부가 본류 수사를 진행했고 그 차원에서 조우형이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면서 "당시 대장동 자금에 대한 수사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애초에 수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건을 무마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고 그래서 허위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검찰의 주장은 주장일 뿐이고 기자라면 당연히 상식적인 수준에서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첫째, 중수부가 조우형을 수사하지 않은 것이 본류가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그럼 중수부가 조우형을 참고인으로 불렀을 때는 조우형의 알선수재 등의 혐의를 파악하지 못했단 말인가?

조우형은 박연호(당시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사촌 처남이었다. 남욱과 정영학 등이 부산저축은행에서 1155억 원을 대출받게 해주는 대가로 10억 원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중수부는 조우형을 놓아줬지만 4년 뒤 수원지검에서 같은 혐의로 조우형을 기소했고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윤석열이 조우형을 놓아준 게 아니라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둘째, 박영수가 윤석열에게 영향력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없나? 뉴스타파 기사가 허위라고 주장하려면 조우형과 관련해 박영수가 윤석열을 만난 사실이 전혀 없거나 윤석열 팀에서 조우형을 조사한 적이 없거나 조우형에게 아예 혐의가 없었어야 한다. 그러나 모두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박영수는 조우형이 선임한 변호사였고 윤석열 팀은 조우형을 두 차례 불렀다. 그리고 '사건이 없어졌다'.

윤석열은 이 부분에 제대로 해명을 한 적이 없다. TV 토론 때 "그런 사람 본 적이 없다"고 말한 게 전부다. 물론 윤석열이 직접 만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김만배는 조우형이 윤석열 밑에 있는 박길배를 만났다고 말했다) 김만배가 자신의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일부 상황을 과장했을 가능성은 있지만 김만배가 박영수를 내세워 사건을 무마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아직 살아있다.

경향신문이 지적한 것처럼 "대장동 대출 건이 부산저축은행 수사 핵심에서 벗어나 있었다고 대검 중수부가 뒤늦게 밝혔지만, 중수부 수사에 허점이 있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조우형이 윤석열에게 커피를 얻어마신 게 사실이 아니라는 것과 당시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됐느냐는 의혹은 별개의 사안"이고 "박영수와 윤석열의 막역한 관계를 고려하면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는 시쳇말로 법조 카르텔의 결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는 익명 법조인의 말을 인용해 "중수2과장이 누구의 부탁을 받고 조금이라도 사건을 무마할 수 있는 구조가 전혀 아니었다"고 지적했는데 이렇게 적당히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게 핵심이다.
 

▲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2023년 9월 9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기간 중 믹타(멕시코,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터키, 호주)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윤석열은 권력에 맞선 강직한 검사라는 이미지로 야당의 대선 후보가 됐고 정치 입문 8개월 만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런 윤석열이 검사 시절 친분에 따라 수사를 축소하거나 중단했다는 의혹이 있다면 당연히 보도할 가치가 있고 윤석열에게는 해명해야 할 책임이 있다.

김만배와 신학림의 금전 거래가 뉴스타파가 사과문에서 밝혔듯이 "저널리즘 윤리를 벗어난 용납할 수 없는 행동"이었던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뉴스타파의 기사가 모두 허위라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윤석열이 조우형에게 커피를 타 준 적 없으니, 조작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다면 국민들을 기만하는 일이다.

방통위가 뉴스타파 보도를 인용 보도한 방송사 실태 점검을 하겠다고 나섰고 포털은 뉴스타파에 해명을 요구했다. 새 방통위원장 이동관은 공공연하게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외치고 있다. 여당인 국힘은 언론사 퇴출까지 밀어붙이겠다는 태세다. 뉴스타파, MBC 등 언론사 기자 7명을 경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사형에 처해야 할 만큼의 국가반역죄"라는 말까지 나왔다.

'가짜 뉴스'를 뿌리 뽑고 싶은가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보수 언론 등이 진심으로 '가짜 뉴스'를 뿌리 뽑고 싶다면 뉴스타파의 거짓말을 낱낱이 밝히면 된다. 어디까지 사실이 아니고 어디부터 조작됐는지 드러나면 굳이 정부가 나서서 퇴출을 시키지 않아도 뉴스타파는 급격히 무너질 것이다.

그러려면 윤석열의 대검 중수부 시절 부산저축은행 부실 수사 의혹을 밝히는 게 먼저다. 윤석열이 조우형 건으로 박영수를 만난 적 없다거나 조우형 수사를 중단한 게 아니라 이관했다거나 중단할 만한 다른 이유가 있었다거나 아니면 단순한 실수였다고 사과하거나 등등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이 필요한 상황이다.

'커피 한 잔 마시고 왔더니 사건이 없어졌다'는 주장이 처음 등장한 건 2022년 2월 JTBC 보도였는데 2021년 11월 남욱의 검찰 진술이 출처였다. 그러나 JTBC 보도와 달리 조우형은 윤석열을 직접 만난 적 없다고 주장했고 남욱도 김만배에게 그렇다고 들었을 뿐이라고 말을 바꿨다. 일련의 과정에서 윤석열이 커피를 타 줬다는 발언이 본질을 가린 측면이 있지만 핵심은 커피가 아니라 수사 중단이다. 사실이 아니라면 윤석열의 명예 회복을 위해서라도 검찰은 이 부분을 명확히 밝혀야 한다.

김만배가 국민의힘이나 윤석열 캠프를 압박하기 위한 카드(나를 건드리면 윤석열도 다친다)로 흘렸을 가능성도 있지만 역시 수사로 밝혀야 할 부분이다. 애초에 사실무근이라면 국민의힘을 압박할 수단이 될 수 없었을 거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을 보면 뉴스타파 보도에 심각한 저널리즘 윤리 위반이 있었던 건 사실이지만 신학림이 김만배에게 돈을 받고 기사를 내보내기로 약속했다거나 뉴스타파가 이 대화를 기획 또는 관여했거나 녹음을 기사로 내보내기로 결정하는 과정에 두 사람의 금전 거래가 영향을 미쳤다고 볼 근거는 없다. 검찰 수사로 밝혀낼 부분이고 지금 단계에서 대선 개입 의혹이나 언론사 등록 취소를 거론하는 것은 오히려 본질을 가리는 일이다.

'가짜 뉴스'라는 말을 입에 담고 다니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한다. 내가 동의할 수 없는 언론 보도나 주장에 '가짜 뉴스'라는 딱지를 붙이는 건 토론을 차단하고 진실을 가리는 결과가 될 수 있다. 에드워드 스노든이 말한 것처럼 "나쁜 메시지에 대한 해결책은 더 많은 옳은 메시지"다. 진실이 드러나기를 꺼리는 사람들이 '가짜 뉴스'라는 말로 비판을 배격하고 진영의 틀에 가둔다.

이미 쉽게 넘어갈 수 없는 사건이 됐다. 국민들은 진실을 알 권리가 있고 그 과정에서 뉴스타파는 잘못이 드러나면 책임을 질 것이다. 윤석열이 직접 해명할 게 아니라면 특검을 도입해서 진실을 밝히는 수밖에 없다. 뉴스타파 폐간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뉴스타파 보도가 대선 공작이고 허위·조작이라고 믿는다면 진실이 드러나는 걸 반대할 이유가 없을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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