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뉴스타파> 압수수색, 그들은 무엇을 덮었나
[권력에 고발당한 기자들⑥] 강승규 수석 관제데모 지시 의혹 등 정권 부정적 이슈 사라져
윤석열 정부에서 권력을 비판한 기자가 고발을 당했다는 소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대통령실 등 권력기관이 직접 고발에 나서고, 강도 높은 수사로 이어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권력기관의 고소고발로 인해, 고초를 겪는 언론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아울러 비판 언론을 수사로 입막음 하려는 권력은 정당한가를 묻는다.[편집자말]
▲ 서울중앙지검 '대선개입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이 14일 오전 서울 중구 독립언론 뉴스타파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시작한 가운데, 직원들이 압수수색에 항의하는 피켓을 출입문에 붙여 놓았다. ⓒ 권우성
검찰은 자신의 치부가 드러나는 것이 싫었던 걸까.
<뉴스타파>가 검찰 특활비 상세 내역이 공개하려는 날, 검찰은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을 감행했다. 여론의 관심도도 '검찰 특활비'가 아닌, 뉴스타파 압수수색으로 옮겨갔다. <뉴스타파>에 대한 대대적인 공세는 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의 관제데모 의혹과 검찰 특활비 이슈를 삼켰다.
압수수색을 단행한 시점이 묘하다. 당초 <뉴스타파>는 이날 오후 1시 30분 검찰 특활비 내역을 집중 분석한 '검찰 특활비 등 예산오남용 시즌2' 기자회견을 할 예정이었다. <뉴스타파>는 지난 7월부터 윤석열 대통령의 검찰 재직 당시 특활비 내역 등을 입수해 보도해왔고, 이날 검찰 특활비와 관련한 의혹들을 추가로 제기하려 했다.
그런데 이날 오전 검찰의 압수수색은 언론사들의 관심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됐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포털에서 뉴스타파 압수수색을 다룬 기사는 100여 건 이상 검색된다. 한국언론재단 빅카인즈에서도 '뉴스타파 압수수색'이라는 단어가 담긴 언론 기사 역시 64건에 달했다.
<뉴스타파>는 검찰 압수수색에도 기자회견과 보도를 예정대로 진행했지만, '압수수색' 관련 보도와 비교하면, 보도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네이버와 다음에서 이날 오후 4시 기준 '검찰 특활비'로 검색한 결과, 관련 기사는 각각 10건을 넘지 않았다. 그마저도 취재를 직접 수행한 <뉴스타파>, <뉴스민>의 기사가 대부분이다.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오늘은 '검찰 특활비 등 예산오남용 시즌2'를 기자회견과 집중보도를 통해 공개하려고 한 날"이라며 "때를 맞춰 <뉴스타파>를 침탈한 건 그 저의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검찰 특활비 이슈를 덮으려는 시도 아니었냐는 의심이다.
도 넘은 뉴스타파 때리기... 정권 부정적 이슈 가려져
<뉴스타파> 때리기가 계속될수록, 정권의 부정적 이슈는 가려지고 있다. 지난 6일 <시민언론 더탐사>는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 수석과 보수 인사 A씨와의 전화 통화 녹취를 공개했다. 이 녹취에서는 강 수석이 MBC에 대한 보수단체의 관제 데모를 종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녹취록을 보면 A씨가 "MBC 앞에 가서 우파 시민들 총동원해서 시위를 해야 한다"고 말하자" 강 수석은 "주변에 그렇게 하세요"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차원에서 언론에 대한 비판 집회를 종용한 정황으로, 충분한 이슈가 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 사안은 <뉴스타파>에 김만배 녹취록을 건낸 언론인 출신 신학림씨가, 김씨로부터 1억5000여만원을 받은 사실에 묻혀 상대적으로 여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 주요 인사들이 "국기문란", "중대범죄", "정치공작"이라는 원색적 단어로 공세를 펼쳤고, 언론의 관심도 이들의 '입'에 집중됐다.
▲ ‘전국 67개 검찰청 특수활동비 예산 검증 결과 발표 기자회견’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검찰예산검증공동취재단 주최로 열렸다. 하승수 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가 검증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언론노조 등 언론현업단체들의 대응도 <뉴스타파> 탄압에 대한 정부 비판에 초점이 맞춰진 상황이다. 언론노조와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현업단체들은 뉴스타파 탄압과 관련해 지난 7일과 14일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언론노조 등은 강승규 대통령실 수석의 관제 데모 종용의혹과 관련해선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수는 "중요한 뉴스 거리가 있을 때마다 압수수색 등 이슈를 선점할 행위를 통해, 문제로 불거질 상황을 사전에 봉쇄하려는 것 아닌가라는 의심은 충분해 해볼 수 있다"면서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공권력을 동원해 이슈를 덮는 새로운 방법이 된 건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햇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도 "의도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정권에 민감한 이슈가 터졌을 때, 압수수색을 단행하는 것은 이슈를 전환하려는 의도가 아닌가라는 의심은 드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어 "뉴스타파에 대한 압수수색도 정말 필요한 것인가라는 의문도 든다"면서 "헌법이 언론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데, 언론사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렇게 쉽게 이뤄지는 것도 위험한 신호"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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