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 없는 이야기의 질주... 더 독해진 김순옥 드라마
[리뷰] SBS <7인의 탈출>, 막장 드라마의 고수다운 초반 전개
▲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 ⓒ SBS
일명 '막장 드라마'의 대표작가 김순옥이 신작 <7인의 탈출>을 들고 돌아왔다. 김작가는 잘 알려진 것 처럼 2008년 SBS 일일극 <아내의 유혹>을 필두로 <천사의 유혹>(2009), <왔다! 장보리>(2014), <내 딸, 금사월>(2015~16), <황후의 품격>(2018~19), <펜트하우스>(2020~2021)등을 거치면서 '막장 드라마'를 하나의 장르로 정착시킨 인물이었다.
'욕하면서 보는 드라마'라는 특징 마냥 개연성의 결여, 자극적인 소재 등이 대거 포함된 극의 전개는 늘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순옥 드라마는 시청률, 화제성 측면에선 대성공을 거뒀다. <황후의 품격>와 <펜트하우스> 등 최근작들은 중장년층 뿐만 아니라 젊은 시청자들도 대거 흡수할 만큼 폭넓은 인기를 과시하고 있다.
불행한 운명에 사로잡힌 소녀 방다미
▲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 ⓒ SBS
평범하게 살고 있던 소녀 방다미(정라엘 분) 앞에 친모 금라희(황정음 분)가 등장했다. 이제부터라도 엄마 노릇 잘 하겠다며 눈몰로 다미를 맞이했지만 여기엔 다 계산된 속내가 담겨져 있었다. 드라마 제작사 대표인 라희는 시아버지 방철성 회장으로 부터 투자를 받기 위해 자신이 버렸던 아이를 이제야 데려온 것이다. 하지만 한번 내버린 자식을 지금이라 한들 제대로 애정을 갖고 보살피겠는가?
명문 고교로 전학온 다미에게 교내 유명 학생 한모네(이유비 분)가 손을 내밀었다. 물론 모네 역시 자신만의 계략이 있었고 원조 교제 등 본인의 행실을 감추기 위한 방패막이로 이용하기에 이른다. 모네는 갑자기 출산을 하기에 이르고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다미는 온갖 오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결과적으로 방회장의 투자를 받지 못한 라희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다미에게 폭력을 가하면서 폭주하기 시작했다. 돈, 성공이 전부인 라희의 충격적인 본성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이후 2회 들어 그녀의 악행은 더욱 극악무도하게 표출되기에 이른다.
친딸에게 폭행 가하는 엄마
▲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 ⓒ SBS
자신의 출산을 감추기 위해 모네는 기획사 대표 양진모(윤종훈 분)가 짜고 다미에게 모든 것을 덮어 씌우기로 마음 먹는다. 그 결과 SNS, 사이버 렉카 유튜버 등에 의해 날조된 사실이 번지면서 다미는 졸지에 원조교제 + 출산 여학생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쓰고 말았다. 그녀에게 도움의 손을 내민 사람들은 전혀 없었다.
방회장은 자신의 연인이자 산부인과 의사 차주란(신은경 분)에게 다미의 검사를 요청했고 주란은 다미가 출산했다는 조작된 결과를 회장에게 내밀었다. 이 내용을 알게된 라희는 또 다시 다미를 폭행하기 시작했다. 진실을 알아달라는 다미의 애원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여기 오는 게 아니었다. 할아버지한테 말해 재산 한 푼도 안 가게 만들겠다"는 다미의 말에 이성을 잃은 라희는 급기야 다미의 목을 조르고 내동댕이 쳐 저택 대형 수조를 박살냈고 다미는 의식을 잃기에 이른다. 이제 <7인의 탈출> 속 주요 악인들의 운명은 점차 파국을 향해 나아갈 준비가 시작되었다.
타락한 인간들의 집합체
▲ SBS 금토드라마 '7인의 탈출' 포스터 ⓒ SBS
다미 등 극소수를 제외한 <7인의 탈출> 속 캐릭터는 하나 같이 자신의 성공, 이익만 추구하는 속물 그 자체였다. 다미가 전학 온 학교의 미술 교사 고명주(조윤희 분) 또한 이사장과 불륜 관계에 놓인 인물이었고 역시 다미를 궁지로 몰아넣는 데 일조하기에 이른다. 정상적인 사고와 도덕 관념을 지닌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7인의 탈출>은 에상대로 김순옥 작가의 이전작 못잖게 고강도 매운 맛으로 1-2회를 채워 넣는다.
반면 <7인의 탈출>은 그동안 김작가 작품의 공통 요소인 개연성의 부재 측면에선 여전히 약점을 드러낸다. 불과 얼마 전까지 춤 잘추고 별다른 기미를 엿볼 수 없었던 여학생이 갑자기 출산하고 얼마전까지 존재 조차 모르고 있던 손녀 딸의 등장에 혈육의 정을 느끼는 회장의 태도 등 캐릭터와 각종 이야기들은 좀처럼 납득하기 어렵게 만든다. 몇몇 배우들의 감정 과잉 연기 등은 다소 부담을 안겨주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은 <펜트하우스>, <황후의 품격>에서 그래왔던 것처럼 <7인의 탈출>에 점차 빠져드는 모양새다. 악인들을 향한 본격적인 복수를 담당할 주인공 매튜 리(원기준 분)은 전혀 등장하지 않는 파격적인 구성은 김작가 나름의 복안처럼 비춰졌다. 대신 수많은 인간들이 저마다의 악행으로 세상을 더럽힐 수 있는 판을 마련해준 셈이었다. 이와 같은 이야기는 시청자들의 분노와 씁쓸함을 키우는 한편 극에 대한 물입도를 함께 극대화 시킨다.
차마 겉으로 표출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속물 근성을 대신해 세상 밖으로 꺼낸 <7인의 탈출>은 또 한번 '김순옥 드라마 월드'의 위력을 실감케 한다. 한번 발을 들이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개미 지옥 같은 중독성으로 작품에 대한 든든한 응원군을 만들었던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7인의 탈출>은 다시 한번 시청자들로 하여금 본능적으로 채널을 선택하게 만들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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