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동의안이 21일 끝내 가결되자 친이재명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비이재명계 의원들에게 적대감을 표출하고 있다. 급기야 "민주당 의원들이 개가 된 날"이라는 맹비난도 나왔다. 줄곧 불안했던 '단일대오'는 심리적으로 완전히 쪼개진 모습이다.

친명계 좌장 정성호 의원은 이날 오후 MBC라디오 '신장식의 뉴스하이킥' 인터뷰에서 "오늘의 결과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당하지 못한 (영장) 청구라는 측면을 의원들에게 많이 설득했는데, 이재명체제에 불만을 갖고 있던 의원들은 역시나 동의하지 못했던 것 같다"며 "소위 '반명' 의원들이 중심이 돼서 굉장히 조직적인 노력을 많이 한 것 같고, 차기 공천 관련 우려라든가 이런 것들 것 더 반영되지 않았나 생각을 하고 있다"고 봤다.

정 의원은 "어쨌든 이재명 당 대표가 당 대표이기 때문에 남은 기간 동안 영장실질심사를 철저히 준비해 불구속되도록 노력을 해야 될 것"이라며 "이후에 구속되든 불구속되든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서 당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가야 된다"고 말했다. 특히 "최악의 경우, 상황이 온다고 하더라도 당대표로서의 권한을 적정하게 행사해야 될 것으로 보고,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뭉치지 않겠나 확신하고 있다"며 이 대표가 절대 물러서선 안 된다고 못박았다.

'더는 함께 못한다'며... "이재명, 칼 뽑으시라"

정 의원과 함께 이 대표의 측근인 '7인회'로 꼽히는 문진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정말 힘든 시간이다. 또 다시 당원들과 지지자들을 힘들게 만들었다. 면목없다"고 토로했다. 그는 "짧은 정치 하면서 초심 잃지 않고 정치 이전에 사람의 도리를 지키자고 다짐하면서 생활해왔고 세상의 변화를 위해서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려고 노력하면서 생활했는데 다 같은 생각이 아닌가 보다"라며 "자신들의 작은 잇속을 위해 사람을 도구로 생각하는 자들과 어떻게 함께 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김병기 의원은 "역사는 오늘 민주당 의원들의 개가 된 날로 기록할 것이다. 당대표의 자리를 찬탈하고자 검찰과 야합하여 검찰 독재에 면죄부를 준 민주당 의원님들에게 경의를 표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민주당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강변은 하지 말길. '이완용이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으니까"라며 "여러분이 뭐라고 떠들든 결국 독재 검찰과 국민의힘 주장에 동조하고 내통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김 의원은 "다음 플랜은 뭔가? 그게 무엇이든 이제부터 당신들 뜻대로는 안 될 것"이라며 "대표님도 이제 그만 이들에 대한 희망과 미련을 버리고 현실 정치인이 되길 고언드린다. 영장실질심사 철저히 준비해서, 반드시 살아 돌아와 당원들이 바라는 혁신하시라"고 밝혔다. 이어 "77.7%의 지지를 받고 대표가 되신 분이 '개꼴'당하게 생겼다"며 "한 줌도 안 되는 민주당 가결파들은 아마 당원을 개돼지 정도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대표님, 이제 칼을 뽑으시라"고 주장했다.

가상자산 투기 의혹으로 탈당한 김남국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이번 가결은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라는 협박에 굴하지 않자 일부 의원들이 실력 행사에 나선 결과"라며 "대표가 공천권을 완전히 내려놓고, 과거처럼 계파별로 지분을 인정해줬다면 체포동의안은 부결되었을 것"이라고 썼다. 또 "이재명은 그럴 수 없었고,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앞에서는 정의로운 척 온갖 명분을 가지고 떠들며, 뒤로는 모사를 꾸미는 협잡꾼과는 너무나 다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체포동의안 가결 후 탈당을 선택한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을 향해 "절대로 탈당하면 안 된다"고 요청했다. 그는 "민주당을 더 사랑하는 당원들이 민주당을 지켜내야 한다. 그리고 구태정치와 모사꾼들은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며 "오로지 공천 받아서 국회의원 한번 더 하는 것이 목표인 사람들이다. 없어도 전혀 티가 안 나지만, 있으면 민주당에 해가 되는 존재다. 이런 구태 정치와 신의가 없는 모사꾼들은 다가오는 총선에서 반드시 심판해야 한다"고 했다.
 
'역풍' 예견한 유인태, '그래도 단합' 강조한 박지원

하지만 유인태 전 의원은 21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표결 전부터 비명계를 압박한 친명계와 지지자들에게 "역풍(을 낳을 것)"이라고 예견했다. 그는 "('비명계의 정치생명을 끊겠다'는 등) 저 따위 소리를 하니까 윤석열 대통령 입에서 전체주의 소리가 나온다"며 "멍청한 것들"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또 전날 이 대표의 메시지가 나오면서 "심리적인 분당 사태로 갔다고 본다"며 당의 갈등과 분열의 책임은 이 대표 쪽이 더 크다고 평가했다.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은 표결 후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일이 국회에서 일어났다"면서도 "국회의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국회의 결정이 바로 법원의 구속영장 인용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현명한 사법부의 결정을 겸손하게 기다리며 기각을 위한 법적 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했다. 나아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과 당원이 바라는 민주당이 되어야 한다"며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현명하게 이 고개를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