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AG 국가대표' 김사랑 "한국 체스 무섭다는 것 보여줄래요"
[현장 인터뷰] 초등학교 6학년 체스 국가대표 김사랑
'여기는 항저우'입니다. 9월 23일부터 10월 8일까지, 5년 만에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장소입니다. 기다림 자체가 길었던 탓인지 선수들에게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어떤 때보다도 많이 중요한 자리입니다. 그런 항저우 아시안게임의 현장을 더욱 깊고 진중하게 여러분께 전해드립니다. [편집자말]
▲ 여자 체스에 출전해 '최연소 국가대표'에 이름을 올린 김사랑 선수. 가장 작은 단복을 맞췄다는데 살짝 헐렁한 것이 '포인트'다. ⓒ 박장식
중국 항저우시 도심에 위치한 중국기원 항저우분원 국제교류센터. 12층 규모로 도심 한복판에 웅장하게 지어진 '바둑센터' 4층과 9층에서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체스 경기가 열리고 있다. 아시아의 최고의 체스 플레이어들이 모인 이 자리, 한국 국가대표 경기복을 입고 있는 앳된 얼굴의 선수가 눈에 띈다.
2011년생, 초등학교 6학년의 국가대표 김사랑(양평동초등학교) 선수 이야기이다. 동갑내기의 스케이트보드 선수 문강호와 함께 이번 아시안게임 최연소 선수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김사랑 선수는 체스 종목 개인전과 단체전에 나섰다. 특히 개인전은 숱한 '언니 선수'들을 이기고 두 명만이 출전하는 자리에 나선다.
"빠른 판단 필요해 어린 친구들 많죠"
김사랑 선수에게 아시안게임에 대한 감상을 먼저 물었다. 김사랑은 "유소년 대회 때 유럽도 가고 태국도 갔었는데, 항저우는 되게 풍경이 예쁘다"면서도, "대결하는 선수들도 유소년 대회 때보다도 더 강하다. 그런 선수들과 아시안게임에 와서 경기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럽다"며 웃었다.
"특히 개막식 때 입장하면서 다른 선수들과 같이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좋았다"는 김사랑 선수. 사실 대회 이전부터 대한체육회가 김사랑 선수를 '최연소 선수'로 꼽으며 주목을 많이 받고 인터뷰도 많이 했었다. 그런데 준비하면 차근차근 잘 이야기할 수 있었을 텐데, 갑자기 인터뷰를 해서 꽤 놀랐었다는 것이 김사랑 선수의 말.
김사랑 선수가 말하는 자신의 강점은 무엇일까. 김사랑은 "도전적이고 자신감이 있는 점이 강점 같다. 체스말을 둘 때 공격적으로 한다"라며 웃었다. 다른 강점도 있다. "매번 내가 할 수 있는 최고로 경기할 만큼 체력도 좋다"는 것이 김사랑 선수의 말. 체스 대표팀 송진우 감독도 "이 나이대 아이들 특징 아니겠느냐"며 거들었다.
송진우 감독은 "체스가 선수들의 연령대가 젊은 편이 많다. 체스 종목 특성상 빠른 시간 안에 판단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당장 함께 개인 종목에 출전하는 서지원 선수도 2007년생이다. 송 감독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도 김태경 선수가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라며 웃었다.
지도자들에게 선수들이야 '아들딸 뻘의 나이'이지만, 김사랑 선수는 '정말' 딸뻘일 터. 송 감독은 "아무래도 단체전에 나서는 선수와도 나이 차이가 많기는 하다"라면서, "사랑이가 국제대회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사실 긴장을 많이 한다. 부담 갖지 않고 즐겁게 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잘 다녀오라고 학교에서 '과자파티' 했어요"
김사랑 선수가 항저우에 나서기 전 쌓은 추억도 있을까. 김사랑 선수가 전해준 이야기는 '과자파티'였다. "선생님과 친구들이 편지도 써주고, 잘 갔다 오라고 교실에서 과자파티도 했었다"라며 웃었다.
기억에 남는 편지도 있었다. 김사랑 선수는 "(홍)수려가 우승하고 오라고 써줬고, (홍)하랑이는 아시안게임 가서 지켜야 할 것을 편지로 길게 써주면서 '너는 너가 가진 것에 비해 겸손하다'는 말도 해줬다"며 편지 내용을 이야기했다. 이어 "정석광 담임선생님께서도 응원하는 편지 써주셔서 감사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김사랑 선수는 "개인전 메달을 따기는 좀 힘들 것 같지만, 단체전 때 우리끼리 함께 협력해서 하면 한국의 체스가 무섭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며, 단체전에 함께 출전하는 선수들에게 "단체전 때 같이 잘 해봐요"라는 귀여운 메시지를 남겼다.
김사랑 선수는 한국 시간으로 27일 오후 4시에 열리는 8차 라운드 그리고 오후 6시 열리는 마지막 라운드에 나선다. 하루의 휴식 뒤 29일부터 열리는 단체전에는 김사랑 선수를 포함한 다섯 명의 선수가 '체스 오자매'로 나선다.
그렇다면 김사랑 선수는 이번 아시안게임 때 어떤 선수로 남고 싶을까. 김사랑 선수는 "어리지만 강하고, 도전적인 선수로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 꿈은 이미 이루어진 것 같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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