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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을 조장하는 병원... 간호사도, 환자도 위험하다

[살리는투쟁 ②] 불법의료로 고통 받는 병원 현장, 지역필수의료 붕괴 우려

등록|2023.09.26 10:33 수정|2023.09.26 10:48
공공의료는 사람을 살린다. 그 공공의료를 살리기 위해 싸우고 있는 병원 노동자들이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병원 노동자 비정규직 문제와 대리처방과 같은 불법의료가 위협하는 환자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10월 12일 병원인력 충원과 의료공공성 강화를 외친다.[기자말]

▲ 병원 ⓒ pixabay


병원의 간호사들이 의사 부족으로 인한 불법의료 행위 강요와 의사들의 갑질로 힘들어하고 있다. 간호사들은 극심한 노동 강도도 모자라 불법의료 행위 강요, 갑질에 시달리다가 사직하고, 이는 간호사 인력 부족으로 이어져 의료계의 고질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

의료법상 처방전 발행은 의사의 업무라서, 수기처방전(원외처방전)을 대리작성하도록 지시하는 것은 불법의료행위이다. 그럼에도 현재 모 대학병원에서는 의사들이 간호사에게 자신의 의사 면허번호를 알려주면서 수기처방전을 대신 작성하라고 지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수기처방전 대리작성 지시는 의사의 업무를 간호사에게 전가하는 것이다. 간호사는 환자 간호시간도 부족한데 그 이상의 부담을 떠안게 된다. 이는 의료사고 등의 위험을 높여 환자의 안전을 위협할 뿐만 아니라 의료의 질 하락을 불러온다.

대리처방을 위해 간호사들이 의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 심지어는 2차 인증서 비밀번호까지 알고 있는 경우도 있다. 환자의 수술 상처에 문제가 있으면 의사가 직접 와서 보고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데 간호사가 환자의 상처와 신체 사진을 휴대전화로 촬영해 의사에게 전송하면 그것을 보고 업무를 지시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의사의 업무인 피검사, 객담검사를 포함한 다양한 검사의 '처방 입력'을 간호사에게 전가하는 등 불법적인 행위도 일어나고 있다. 처방권한은 의사의 고유권한이고, 책임주체도 의사이다. 혈액검사나 객담검사, 조직검사결과는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치료계획을 세우는 데도 중요한 지표이다. 그런데도 의사들은 자신의 '처방입력' 업무를 법적으로 권한이 없는 간호사에게 불법적으로 전가하고 있다.

명백한 불법행위가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해 묵인되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간호사들은 의료사고 등의 문제 발생 시 대부분의 책임을 떠맡아야 하기에 불안한 마음으로 매일을 긴장 속에 일하고 있다.

병원은 직종 간 협업이 매우 중요하다. 직종 간, 부서 간 협업이 되어야 진단부터 치료, 입원부터 퇴원 과정까지 환자가 안전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의사와 간호사 간 협력이 아닌 상하구조적인 관계로 업무지시를 하거나, 심지어는 의사업무수행, 환자들 앞에서의 인격모독 등 갑질을 일삼고 있어 현장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노조 측은 직장 문화개선을 위해 갑질 의사에 대한 철저한 개선 교육과 지속적인 모니터, 미개선 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며 투쟁하고 있다.

인력 부족이 낳은 불법의료와 지역 필수의료 붕괴

대구경북은 필수의료 분야의 의사 수가 턱없이 부족해 '필수의료 공백'이 발생하고 있다. 응급환자 발생 시 환자를 받을 수 있는 병원과 의사가 부족해 병원을 '뺑뺑이' 돌다가 사망하는 사건들도 반복되고 있다.

2010년 대구에서 장중첩증이었던 4살 아이가 응급실을 전전하다 숨지는 사건이 있었다. 지난 3월 19일에도 대구에 있는 건물 4층 높이에서 A양(17)이 추락했는데 치료가능한 전문의가 없다는 이유, 응급환자가 많아 수용할 수 없다는 이유, 외상환자 수술이 시작되었다는 등의 이유로 병원으로부터 치료를 거절당했고,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아 떠돌던 A양은 결국 구급차 안에서 사망했다.

간호사 인력의 높은 퇴사율과 의사인력 부족은 의료전달체계를 제대로 작동할 수 없게 만들고 있고, 이로 인한 의료공백으로 환자의 생명까지 빼앗았다. 불법적인 대리처방과 의사 갑질, 불법의료 문제도 병원의 잘못된 관행만이 아니라 의료인력 부족과 얽혀있다. 양질의 필수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이유의 핵심은 의료인력 부족이다.

신현영 의원이 지난 6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 받아 공개한 '최근 10년간 지역별 인구 천명당 활동 의사, 간호사 현황 자료'에 따르면 경북의 인구 천 명당 의사 수는 1.39명(2022년 기준)으로, 세종을 제외한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최하위다.

한국의 필수의료 붕괴, 특히 지역의료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간호사와 의사인력의 안정적인 확보가 중요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의대 정원 확대, 지역간호사 임금 및 노동조건 개선, 공공병상 확충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대책 마련을 제시해야 한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사람을 살리는 공공의료를 확대하기 위해 10월 11일부터 또다시 거리로 나설 예정이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 병원 현장을 위협하고 있는 모든 장애물을 걷어내고, 민영화 저지와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투쟁을 국민들과 함께 해 나갈 것이다. '의료는 상품이 아니다! 공공의료 확충하라'고 정부에 요구하며 투쟁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경북대병원분회 우성환 분회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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