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부치기에 지친 당신이 꼭 가봐야 할 '이곳'
[추석 기획- 핸드폰으로 보면 좋을 콘텐츠] <먹을텐데>-<또간집>
많이 간소화됐다지만 그래도 명절은 명절입니다. 귀성길 정체와 가사 노동은 피할 수 없는 숙명 같은 것. 벌써부터 한숨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긴 연휴, 지친 당신에게 달콤한 휴식을 안겨 줄 유튜브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오랜만에 가족, 친척들과 만나는 자리가 즐겁기만 하다면 아무 문제 없겠지만 누군가에겐 차례 준비부터 친척들 손님 맞이까지 끊임 없는 노동의 연속이기도 하다. 벌써부터 지치는 기분이 드는 것도 당연하다. 더구나 올해 추석은 지난 5월 코로나 19 엔데믹(종식)이 공식 선언되고 처음으로 맞는 명절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축소되었던 가족 모임이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도 있다.
<성시경의 먹을텐데>
▲ 유튜브 '성시경의 먹을텐데'의 한 장면 ⓒ 성시경
이 콘텐츠는 21년 전 성시경의 히트곡이었던 '좋을텐데'를 '먹을텐데'로 패러디하는 감미로운 목소리로 시작된다. 하지만 그 시절의 샤프하고 단정하던 성시경은 온데간데 없다. 방금 집에서 나온 것 같은 편안한 차림에 제멋대로 흩어진 머리까지, 그는 카메라를 전혀 의식하지 않는 모습으로 식당에 들어선다. 익숙하게 음식을 주문하고 밑반찬과 함께 소주 한 잔을 넘기기도 한다.
'맛집' 유튜브를 하는 발라드 가수 성시경이라니, 처음엔 낯설 수밖에 없었다. 물론 '먹을텐데' 이외에도 그의 채널에는 밴드 멤버들과 노래를 부르는 콘텐츠(성시경 노래)부터 일본어 강좌 콘텐츠(성시경의 일본어 함께하기), 매니저의 반려견들과의 일상 콘텐츠(두두두두두), 연예인 지인들을 초대하는 콘텐츠(만날텐데),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요리 콘텐츠(성시경 레시피) 등 다양한 영상이 올라온다. 그중 단연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콘텐츠는 '먹을텐데'다.
주로 성시경이 혼자 출연하는 편이지만 가끔 백종원, 신동엽 등 게스트와 함께한 '먹을텐데'는 500만 회에 육박하는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그의 유튜브 채널 이름은 '성시경'인데도 '성시경의 먹을텐데'로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정도다. 그 인기에 힘 입어 어느덧 '성시경'은 구독자수 158만 명을 자랑하는 인기 채널이 됐다(26일 기준).
▲ 유튜브 '성시경의 먹을텐데'의 한 장면 ⓒ 성시경
'성시경의 먹을텐데'가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소박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한 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느 맛집 소개 방송처럼 호들갑을 떨지도 않고, 인기 먹방 유튜버들처럼 음식을 많이 먹지도 않는다. 수십 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전통의 맛집이니 꼭 와서 먹어보라는 등의 간단한 소개를 하고는, 1인분을 맛있게 먹고 가볍게 일어선다.
메뉴도 어릴 적 부모님과 함께 왔다던 도가니탕 맛집이나 순대국, 감자탕, 부대찌개 등 우리에게 친숙한 추억의 음식들이 주를 이룬다. 효과음이나 자막도 없는 다큐멘터리같은 이 영상을 보고 있자면 꼭 한 번 저기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촬영팀도 단출하다. 카메라에는 한 명만 나오더라도 그 뒤에 수십 명이 서 있는 방송들과 다르게 매니저 1명과 카메라 감독 1명, 그리고 성시경까지 3명이 전부다. 음식을 먹다가 카메라 뒤의 매니저에게 말을 걸기도 하고, 한 입 먹어보라 권하기도 한다. 또 촬영이 끝나면 이들과 함께 음식을 즐긴다며, 자기 혼자 먹는다고 스태프들을 걱정하지 말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성시경의 '먹방'이 편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식당 섭외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1년 전 처음 '먹을텐데'를 소개할 때 그는 "원래 촬영을 못하게 하는 가게인데 제가 단골이라서 특별히 허가해주셨다"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지금은 '먹을텐데'의 인기 때문에 다른 단골 손님들까지 불만이 폭발하고 있다고 호소한다. 얼마나 맛있기에, 손님이 더 많아질까봐 화가 날까? 꼭 놓치지 말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또간집>
▲ 유튜브 '또간집'의 한 장면 ⓒ 스튜디오 수제
'먹을텐데'가 얼큰하고 구수한 어른들의 입맛을 충족시켜준다면,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핫한 맛집을 찾기 위해선 '또간집'이 제 격이다. 거침 없는 입담과 재치 있는 유머로 화제를 모으고 있는 유튜버 풍자가 전국 각지의 시민들을 직접 만나 숨겨져 있는 맛집을 추천 받는다. 하루 동안 3, 4개 가량의 식당에 방문하고, 오늘 갔던 곳 중 '꼭 다시 가고 싶은 집'을 꼽는 콘텐츠다.
'맛집은 두 번 가야 진짜다'라는 캐치 프레이즈를 걸고, 시민들에게 재방문한 적이 있는 맛집을 알려달라고 요구한다. 반드시 길에서 우연히 만난 시민으로부터 추천을 받은 곳에 가야한다는 룰이 있기 때문에 식당 섭외도 즉석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추천 받은 맛집이 안타깝게 쉬는 날이라 발길을 돌리기도 하고, 촬영이 거부당할 때도 있다. 식당 앞에서 혹시 촬영을 거절당할까봐 스태프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을 때, 화려한 말솜씨로 섭외에 성공하고 문을 열어젖히는 풍자의 위풍당당한 표정이 이 콘텐츠의 재미 포인트다.
'또간집'은 <와썹맨> <네고왕> 등 인기 웹예능을 연출했던 강경민 PD가 설립한 제작사 '스튜디오 수제'에서 만든 유튜브 채널 '재밌는 거 올라온다'의 콘텐츠다. 모든 영상의 설명란에 "맛집 광고, 맛집 협찬은 전혀 받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선언하고 오로지 시민들의 추천으로만 움직인다. 맛집 신뢰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일까. '또간집' 영상들은 하나도 빠짐 없이 조회수 100만을 훌쩍 넘길 정도로 인기 콘텐츠다.
방송을 본 지역 주민들이 "거긴 진짜 맛집이 아니"라고 아우성을 질러서 제대로된 맛집을 찾기 위해 재방문하는 것도 '또간집'의 매력이다. 지난해 8월 공개된 '부산 해운대' 편에서 "해운대는 관광지라서 진짜 맛집이 없다", "관광지가 아니라 로컬 맛집을 갔어야 했다" 등 아쉬운 반응이 폭발하자, 1년 만에 다시 '부산' 편을 촬영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러니, '또간집'에 나온 맛집들은 믿고 방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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