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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망이 들끓는 '최악의 악', 디즈니+의 대세 굳히기

[리뷰] 디즈니+ <최악의 악>

등록|2023.09.27 14:06 수정|2023.09.27 14:06

▲ <최악의 악> 포스터 ⓒ 디즈니+


디즈니+의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그 시도에 비해 초반 아쉬운 성과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비밀의 숲> 시리즈의 스타작가 이수연을 내세운 기대작 <그리드>가 실패를 거두었고, 박형식, 한소희, 윤계상 등 스타배우를 내세운 시리즈가 연달아 부진했다. <카지노>와 < 3인칭 복수 >가 웰메이드 시리즈로 평가받으며 분위기를 올렸던 디즈니+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는 <무빙>을 통해 화제성 몰이에 성공했다.

2023년 최고의 드라마로 평가받는 <무빙>의 성공 이후 디즈니+는 이 흐름을 이어가고자 강력한 무기를 준비했다. 우후죽순 작품이 쏟아지는 OTT 시장에서 이미지의 측면에서 강렬함을 가져올 수 있는 <최악의 악>을 통해 대세 굳히기에 나선다. 이 작품은 거친 남자들의 세계를 의미하는 수컷 냄새가 진한 시리즈다. 남자 이야기를 할 줄 아는 제작진과 배우들이 뭉쳐 올해 가장 자극적인 장르물을 선보인다.

<최악의 악>은 그 소재만 보면 뻔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경찰이 범죄조직에 잠입하는 언더커버 장르는 홍콩 느와르의 마지막 걸작으로 불리는 <무간도>를 비롯해 <신세계> <도니 브래스코> <불한당> <폭풍 속으로> 등 다수의 웰메이드를 보유하고 있다. 이런 명작 사이에서 <최악의 악>은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확보하기 위한 묘수를 보여준다. 두 개의 강한 욕망의 충돌을 통해 그 어둠의 깊이를 짙게 가져온다.
 

▲ <최악의 악> 스틸컷 ⓒ 디즈니+


한중일을 연결하는 대규모 마약 커넥션을 형성한 강남연합 보스 기철(위하준 분)과, 그의 조직에 잠입수사를 하게 된 시골경찰 준모(지창욱 분)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을 악에 빠뜨린 원동력이 열등감이라는 점이다. 클럽 DJ였던 기철은 조직의 스카우트 제의에 동창들을 모은다. 허나 늦어지는 성공과 조직 내에서 입지를 잡지 못한 불안, 자신을 믿고 따라와 준 친구들에 대한 미안함은 내면의 열등감을 자극한다.

강남 지역을 먹기 위해 반란을 저지르는 기철의 모습을 대규모 패싸움과 신체훼손, 살인 등 고자극으로 담아내며 성공을 향한 욕망이 뒤틀린 형상으로 발현되는 모습을 보여준다. <신세계> <헌트> 제작진이 참여한 만큼 폭발적이면서 몰입감 높은 액션을 완성한다. 이 액션을 더욱 배가시키는 캐릭터가 준모다. 경찰 준모와 조폭 기철 사이의 묘한 평행이론은 열등감이란 원동력에 이어 성공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폭력이란 코드도 연결된다.

아버지가 중독자이기에 승진에 제한을 받는 준모는 경찰집안 딸 의정과 결혼한 후 열등감에 시달린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1995년은 여전히 남아있던 군부독재의 잔재와 시대의 무게감을 보여준다. 아내보다 낮은 계급에 시골을 전전하는 그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기둥이 될 수 없다는 열등감에 그 내면에 악을 지니게 된다. 준모에게 언더커버 임무는 승진에 대한 욕구를 채울 수 있는 기회이자 폭력을 통해 답답하게 응어리져 있던 악을 풀어내는 순간이기도 하다.
 

▲ <최악의 악> 스틸컷 ⓒ 디즈니+


송강호, 강동원 주연의 영화 <의형제>의 장민석 작가가 집필을 했다는 점에서 준모와 기철이 서로 맺어갈 믿음과 의심 사이의 우정이 기대를 모으게 만든다. 다만 제목이 의미하는 '최악'은 기철이라는 악과 준모의 상황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 들어가게 된 의정은 이 작품의 감독이 거친 최루성 로맨스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를 연출한 한동욱이라는 걸 상기하게 만든다.

의정의 존재는 세 사람의 관계를 최악으로 이끌며 두 남자를 더욱 악에 받치게 만들 것으로 보인다. 그녀가 과거 기철과 인연이 있다는 점, 기철이 첫사랑 의정을 아직도 잊지 못한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은 준모의 감정을 요동치게 만든다. 세 사람의 만남이 언더커버 장르에서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는 의심의 순간은 물론 우정과 사랑의 격렬한 변화 역시 담아내며 서사의 폭발성도 가져온다.

시각과 감정 두 가지 측면에서 격렬한 고자극을 채우는 이 작품은 디즈니+가 '최악의 악'에서 발견한 최고의 재미라 할 수 있다. 적진에 잠입한 주인공의 변화에 중점을 둔 기존 언더커버 장르와 달리 세 명의 주인공 모두를 욕망에 따라 동적으로 움직이는 캐릭터로 표현해 강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고자극이 유행하는 콘텐츠 시장에서 <최악의 악>이 선택한 무기가 어떤 반응을 얻어낼지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키노라이츠 매거진과 김준모 기자의 브런치에도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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