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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 핵폭탄 터트린 AI, 문제작 '크리에이터'

[리뷰] 모처럼 등장한 오리지널 스토리 기반 볼 만한 SF 블록버스터 <크리에이터>

등록|2023.10.04 09:56 수정|2023.10.04 10:01

▲ 영화 '크리에이터' 포스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그리 멀지 않은 미래, 2055년 LA에 핵폭탄이 터졌다. 수백만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대사건을 일으킨 AI(인공지능)를 상대로 이제 미국 정부와 서방 동맹국들은 새로운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편된 '뉴 아시아'에선 계속 AI를 수용하면서 서로 공존하는 독특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뉴 아시아 AI 발전의 배후에는 존재를 감춘 설계자 '니르마타'가 존재했다.

​그를 제거해야만 지리한 게릴라전을 끝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기에 이른다. 이에 미국과 서방 세계는 '노마드'로 불리는 최첨단 공격 수단을 총동원해 세계 곳곳에 있는 기지를 파괴하면서 조금씩 AI 조직의 숨통을 조일 수 있었지만 여전히 위협에 직면하게 된다. 이른바 '언더커버' 방식으로 AI 조직에 잠입한 조슈아 테일러 병장(존 데이비드 워싱턴 분)은 니르마타의 딸로 추정되는 마야(젬마 찬 분)와 결혼, 위태로운 이중생활을 이어가고 있었다.

​때마침 미군의 공습이 진행되었고...  5년이 지난 후 LA 핵폭발 사고 현장에서 청소 허드렛 일로 생활을 이어가던 테일러에게 군 당국은 한 가지 놀라운 사실을 알려주며 작전에 참여할 것을 요청한다. 마야가 아직 살아있다는 것과 더불어 니르마타가 설계한 신무기를 파괴하는 임무를 부여한 것이다. 다시 위험천만한 작전을 수행하게 된 테일러의 앞에 등장한 신무기는 놀랍게도 어린 아이의 형체를 띠고 있는 AI, 알피(매들린 유나 보이스 분)였다. 혼란에 빠진 테일러는 과연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인간적인가? 인간의 적인가?' 의미심장한 홍보 문구
 

▲ 영화 '크리에이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리에이터>(배급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는 지난 2014년 <고질라>, 2016년 <로그원 : 스타워즈 스토리> 등 단 두 편의 블록버스터 영화 연출로 뒤늦게 주목 받게 된 영국 출신 영화감독 가렛 에드워드의 신작이다. 그동안 AI, 사이보그 등 인간의 지능을 지닌 기계의 존재는 SF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중요 소재 중 하나였다. 그들은 과연 인류의 적일까? 아니면 친구이자 동반자일까?

​저 멀리 <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를 비롯해서 <터미네이터> <아이, 로봇> < A.I > 등의 작품에서 핵심을 차지했던 AI는 이제 우리 생활에서 뗄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았다. 챗GPT로 대표되는 각종 인터넷 도구를 비롯해서 인간에 가까운 형태의 로봇이 어느덧 각종 생활 속 수단으로 속속 등장할 만큼 보편적인 수단이 된 것이다. 이와 같은 시대 흐름을 고려할 때 <크리에이터>는 인간과 AI의 피할 수 없는 공존을 두고 고민을 안겨준다.

​국내 홍보를 위해 등장한 '인간적인가? 인간의 적인가?'라는 문구는 그런 관점에서 제법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지난 몇 년 사이 만들어진 홍보 카피 중 작품의 성격을 가장 절묘하게 드러낸 문장이라 불러도 좋을 법하다. 영화 <크리에이터>는 인간과 똑같은 사고와 행동을 하는 AI를 과연 어떤 대상으로 바라봐야 할지에 대한 나름의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져 놓았다. '알피'를 어린 아이의 형태로 만들어 둔 것부터 이에 대한 감독의 고심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그리고 영화는 그 해답을 찾기 위한 2시간여의 여정에서 조금씩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기에 이른다.

모처럼 등장한 오리지널 시나리오 기반 SF 블록버스터
 

▲ 영화 '크리에이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크리에이터>는 인류의 현재이자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간다는 점에서 눈 여겨볼 작품인 동시에 영화 산업 측면에서도 흥미로운 도전을 하고 있기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로 '오리지널 스토리'에 기반을 둔 영화라는 점이다.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상당수는 기존에 존재했던 콘텐츠에 기반을 두고 제작되고 있다. 마블, 스타워즈, DC 마냥 인기작의 프랜차이즈화(프리퀄 혹은 속편 제작), 유명 원작 소설의 존재, 혹은 TV 시리즈의 영화화 등이 그것이다.

​반면 <크리에이터>는 비슷한 소재를 다뤘지만 가렛 에드워즈 감독이 구상한 창작 스토리에 틀을 두고 제작이 이뤄졌다. 이를 통해 다소 매너리즘에 빠진 요즘 할리우드에 일종의 경각심을 선사하기도 한다. 탄탄한 시나리오와 빼어난 영상 기술, 흡인력 강한 배우들의 연기가 결합되면서 <크리에이터>는 원작 시리즈가 없어도 충분히 SF 블록버스터 영화가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라는 길을 열어준다.

<테넷>을 통해 눈도장을 받은 존 데이비드 워싱턴을 비롯해서 <이터널스> 젬마 찬, 관록의 배우 와타나베 켄, 그리고 첫 연기 도전이 믿기지 않은 아역 배우 매들린 유나 보이스 등의 호연은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이 SF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 넣는다. 마치 AI에 인간성을 주입하는 것처럼.

기존 '레퍼런스' 작품과의 위태로운 줄타기​
 

▲ 영화 '크리에이터' ⓒ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한치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 전개와 메시지 전달에 힘입어 분명 <크리에이터>는 올해 하반기 할리우드가 내놓은 문제작 중 하나로 손꼽을 만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에는 몇 가지 약점도 존재한다. 어디서 봐왔던 작품의 강한 그림자가 곳곳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이다. 가공할 만한 파괴력을 지닌 무기가 어린아이의 형태를 취한 것처럼 확실한 강점과 자칫 치명적 단점이 될 수 있는 요소가 <크리에이터>를 양분하고 있다.

먼저 '뉴 아시아'로 표현된 동양 세계는 분명 할리우드 영화의 단골 등장국 베트남을 떠올리게 한다. 그곳에서 진행되는 게릴라전은 자연스레 <지옥의 묵시록> <플래툰> 등의 작품을 재소환함과 동시에 유사한 분위기의 장면도 등장시킨다. AI도 과연 인간인가?라는 질문은 이미 복제인간을 전면에 등장시켰던 <블레이드 러너>에서 일찌감치 다뤘던 이야기의 반복이다.

​뿐만 아니라 영화 막판의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노마드 파괴조차 감독이 참여했던 <스타워즈> 시리즈 속 '데스 스타 파괴 작전'을 연상시킨다. 이렇다보니 영화는 기존 '레퍼런스' 작품에 해당되는 과거 걸작들과의 위태로운 줄타기를 병행하고 있다. <크레이이터>는 분명 독창적인 이야기지만 이처럼 마냥 새롭지만은 않은 느낌이 공존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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