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종에 법정최고형을' 탄원서에 붙인 딸의 어릴 적 사진
서현역 흉기 난동 희생자 고 김혜빈씨 유족 등 197명, 법원에 엄벌 요구 탄원서
▲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의 두 번째 공판 기일을 앞두고 희생자 고 김혜빈씨의 어머니(왼쪽)와 아버지가 재판부에 제출한 자필 탄원서 ⓒ 김혜빈씨 유족 제공
"혜빈이의 소중한 일상이 최원종에 의해 영원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판사님, 최원종은 엄벌에 처해져야 합니다. 현실에 맞는 법 해석으로 죗값을 치르도록 해주세요." - 희생자 고 김혜빈씨 어머니가 쓴 탄원서 일부
혜빈씨 부모님과 친척들, 초·중·고 친구들과 마을 주민 197명은 지난 4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살인 등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는 최씨에게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혜빈씨 어머니는 6일 <오마이뉴스>에 전달한 탄원서에서 "혜빈이가 최원종에게 죽임을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 2학기 개강을 해서 과제가 많아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다고 투덜거리며 학교를 열심히 다니고 있었을 것입니다"라며 "현실에 맞는 법 해석으로 최원종이 죗값을 치르도록 해주세요. 최원종에 의해 삶이 철저하게 무너진 피해자들을 위해서 제발 정의가 무엇인지 보여주세요"라고 말했다.
혜빈씨 아버지는 딸의 유년기 사진을 붙인 탄원서에서 "아빠의 자장가를 들으며 잠든 사진 속 혜빈이의 모습은 너무나 예뻤고 이 세상에서 가장 편한 모습으로 잠에 들어 (혜빈이) 볼에 뽀뽀를 엄청 많이 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너무 사랑스러운 모습이었습니다"라며 "그토록 사랑하고 아끼던 딸한테 아빠가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무기력하고 비통한 마음에 눈물만 하염없이 흘릴 뿐입니다"라고 적었다.
아버지는 이어 "존경하는 재판관님, 이제 겨우 스무 살이 된 꿈 많던 미대생 김혜빈을 기억해 주십시오"라며 "숨어 있는 잠재적 범죄자들에게 경종을 울려 범죄를 생각조차 할 수 없도록 엄벌을 내려주십시오"라며 탄원서를 끝맺었다.
혜빈씨 대학 동기·선배 160여 명도 자필 탄원서를 썼다. 혜빈씨가 생전 다니던 건국대 영상영화학과 2학년 선배인 이시윤(21·예술디자인대학 인권위원장)씨는 탄원서에서 "가까웠던 이를 더 이상 보지 못한다는 상실감과 충격은 저뿐만 아니라 대학 전체에 영향을 미쳤습니다"라며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정상적인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가해자의 죗값에 맞는 엄벌이 필요합니다"라고 적었다.
이들 탄원서는 건국대 예술디자인대학 학생회에서 6일 오후 혜빈씨 유족에게 전달한 뒤 2차 공판 당일 재판부에 제출될 예정이다.
10일 2차 공판... 학생·시민들 엄벌 서명 전달도
▲ '서현역 흉기 난동' 피의자 최원종의 두 번째 공판 기일을 앞두고 희생자 고 김혜빈씨의 대학 선배 이시윤씨가 작성한 자필 탄원서 ⓒ 이시윤씨 제공
혜빈씨 친구들은 지난 8월 말부터 건국대 학생·직원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흉기 난동 범죄자의 엄벌과 지자체 차원의 피해자 지원책 마련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6일 기준 총 1만 1461명의 서명이 모였다. 학생회는 이달 중 경기도의회와 검찰에 서명을 전달할 예정이다.
최씨는 지난 8월 3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차를 몰고 인도로 돌진해 5명을 들이받고, 차에서 내려 백화점에 들어가 9명에게 흉기를 휘두른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과정에서 혜빈씨는 최씨가 운전하던 차에 치였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다 같은 달 28일 숨졌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2형사부(강현구 부장판사)는 9월 14일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기소된 최씨의 첫 공판을 진행했다. 이 공판에서 최씨 측 변호인은 "수사 기록을 열람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 표명을 보류했다.
최씨의 두 번째 공판은 오는 10일 오전 10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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