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공포-SF의 만남... 베르트랑 보넬로가 부산에 왔다
[28th BIFF] 영화 <더 비스트> 기자회견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이하 부국제) 3일차인 10월 6일.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 초청된 <더 비스트>의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KNN 극장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세계적인 화제작 중 감독이나 배우가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섹션이다. <더 비스트>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정글의 짐승'을 각색한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을 비롯해 토론토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생 로랑> 이후 9년 만에 두 번째로 부국제에 방문한 보넬로 감독은 "(부국제가) 좋은 추억으로 남아 있다"면서 "<더 비스트>가 부국제에서 상영될 수 있어서 매우 기쁘다"며 인사말을 건넸다.
멜로, 공포, 그리고 SF의 만남
보넬로 감독은 <더 비스트>를 '멜로 드라마'로 정의했다. 그는 "멜로 드라마를 생각하면서 자연히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떠올렸다"면서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밀어붙임과 동시에 여러 장르를 섞어서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을 탐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1910년, 2014년, 2044년 세 시간대에서 진행된다. 보넬로 감독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 시간대(1910년)은 소설을 따라갔습니다. 20세기가 시작될 때 20세기가 평화와 진보가 가득찬 시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홍수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2014년이라는 시기는 공포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또 엘리엇 로저 사건이 있는 해였기에 골랐습니다. (엘리엇 로저는) 생각으로만 사랑을 나누는 비자발적 독신자, 인셀이라고 할 수 있죠. 극 중 꿈에서만 사랑을 나누는 존재인 '루이'(조지 맥케이)는 그로부터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에 더해 미래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AI는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힘든 개념입니다. 사랑의 가능성까지 따질 수 있는 복잡한 개념이죠. 극본 작업을 4-5년 전에 시작하면서 AI가 동시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에게는 큰 두려움이 되고 있죠. LA와 할리우드에서는 작가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미래가 동시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미래를 보여줄지 고민했습니다. SF가 될 수도 있고, 테크놀로지에 치중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20년 후를 내다 봤을 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그리고 싶었습니다."
사랑, 두려움, 불안함
먼저 만난 <더 비스트>는 자칫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영화다. 여러 시간대, 다양한 장르, 총 6명이 인생이 뒤엉켜 있기 때문. 하지만 보넬로 감독은 감정선만 잘 따라가면 "복잡하면서도 아주 단순한 영화"라고 단언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입니다. 소설에도 나오죠. 이것은 가브리엘이 비스트라고 부르는, 내면의 무언가를 파괴하는 두려움을 말합니다. 끝내 이 두려움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 달리 말해서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10년에는 가브리엘이 두려워하고, 2014년에는 루이가 두려워하죠."
그는 <더 비스트>가 사랑, 두려움, 불안함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는 질문에 "이 영화는 그 세 개의 감정이 맞다"면서 "제가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강렬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영화 삽입곡으로 수잔 잭스의 'Ever Green'을 선택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가사 때문이죠. 멈추지 않는 사랑. 상록수처럼 계속되는 사랑. 멈추지 않는 사랑이 제 영화의 주제입니다. 캐릭터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이 계속되죠. (…) 그리고 최악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 중심에는 두려움이 있었죠. 비스트는 사랑에 대한 공포이고, (두 주인공은) 이를 뒤늦게 깨닫죠."
레아 세이두와 조지 맥케이의 만남
<더 비스트>에서는 레아 세두와 조지 맥케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스타와 라이징 스타의 만남. 보넬로 감독은 두 배우를 선택한 각각의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레아 세두는 프랑스 배우 중 이 세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세 시대를 아우를 수 있죠. 영속적인 것도, 현대적인 것도 다 아우를 수 있습니다. (…) 그녀를 보면 사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카메라는 이 미스터리한 부분을 좋아합니다."
조지 맥케이 캐스팅에 관해서는 가슴 아픈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본래 루이 역할을 맡기로 했던 배우 가브리엘 울리엘이 사망한 것.
보넬로 감독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배우, 미국 배우를 찾기 시작했다"면서 "런던에서 조지를 만나고 잠깐 이야기를 하자마자 적임자라고 생각했고 (…) 영화 제작 중에도 완벽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에 대해 상반된 견해도 남겼다. 레아 세두에 대해선 "세트장에선 바로 연기에 들어가길 원하는 스타일"이라며 "강력하게 본능적인 게 있다"고 평가했다.
맥케이의 스타일은 이와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맥케이는 촬영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한다"며 "세트장에 도착할 땐 이미 모든 게 그의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보넬로 감독은 관객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며,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선 다양한 해석을 기대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더 비스트>를 즐길 팁 한 가지도 소개했다.
"이 영화가 감정적인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센세이션도 느끼면서요.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을 내려놓고 영화에 몰입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은 거장 감독의 신작이나 세계적인 화제작 중 감독이나 배우가 영화를 직접 소개하고 관객과의 만남을 갖는 섹션이다. <더 비스트>는 헨리 제임스의 소설 '정글의 짐승'을 각색한 영화로, 베니스영화제 경쟁부문을 비롯해 토론토영화제와 뉴욕영화제에도 초청됐다.
멜로, 공포, 그리고 SF의 만남
▲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 사흘째인 6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KNN시어터에서 열린 영화 '더 비스트' 기자회견에서 베르트랑 보넬로 감독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보넬로 감독은 <더 비스트>를 '멜로 드라마'로 정의했다. 그는 "멜로 드라마를 생각하면서 자연히 헨리 제임스의 소설을 떠올렸다"면서 "사랑과 두려움이라는 감정을 밀어붙임과 동시에 여러 장르를 섞어서 한 세기 이상의 시간을 탐색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영화는 1910년, 2014년, 2044년 세 시간대에서 진행된다. 보넬로 감독은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 번째 시간대(1910년)은 소설을 따라갔습니다. 20세기가 시작될 때 20세기가 평화와 진보가 가득찬 시기가 될 거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홍수가 발생하는 등 여전히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한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2014년이라는 시기는 공포 영화의 세부적인 내용을 다루고 싶었습니다. 또 엘리엇 로저 사건이 있는 해였기에 골랐습니다. (엘리엇 로저는) 생각으로만 사랑을 나누는 비자발적 독신자, 인셀이라고 할 수 있죠. 극 중 꿈에서만 사랑을 나누는 존재인 '루이'(조지 맥케이)는 그로부터 영감을 얻었습니다.
이에 더해 미래까지 가보고 싶었습니다. AI는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힘든 개념입니다. 사랑의 가능성까지 따질 수 있는 복잡한 개념이죠. 극본 작업을 4-5년 전에 시작하면서 AI가 동시대적인 개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에게는 큰 두려움이 되고 있죠. LA와 할리우드에서는 작가들과 영화 관계자들이 파업을 하기도 했습니다.
저는 미래가 동시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어떻게 미래를 보여줄지 고민했습니다. SF가 될 수도 있고, 테크놀로지에 치중한 영화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앞으로 20년 후를 내다 봤을 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그리고 싶었습니다."
사랑, 두려움, 불안함
먼저 만난 <더 비스트>는 자칫 어렵고 복잡할 수 있는 영화다. 여러 시간대, 다양한 장르, 총 6명이 인생이 뒤엉켜 있기 때문. 하지만 보넬로 감독은 감정선만 잘 따라가면 "복잡하면서도 아주 단순한 영화"라고 단언했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 이 영화의 전반적인 주제입니다. 소설에도 나오죠. 이것은 가브리엘이 비스트라고 부르는, 내면의 무언가를 파괴하는 두려움을 말합니다. 끝내 이 두려움은 사랑에 대한 두려움, 달리 말해서 그리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910년에는 가브리엘이 두려워하고, 2014년에는 루이가 두려워하죠."
그는 <더 비스트>가 사랑, 두려움, 불안함에 관한 영화인 것 같다는 질문에 "이 영화는 그 세 개의 감정이 맞다"면서 "제가 요즘 중요하게 생각하고, 또 강렬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영화 삽입곡으로 수잔 잭스의 'Ever Green'을 선택한 이유와도 맞닿아 있다고 전했다.
"가사 때문이죠. 멈추지 않는 사랑. 상록수처럼 계속되는 사랑. 멈추지 않는 사랑이 제 영화의 주제입니다. 캐릭터가 서로를 그리워하고 사랑이 계속되죠. (…) 그리고 최악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그 중심에는 두려움이 있었죠. 비스트는 사랑에 대한 공포이고, (두 주인공은) 이를 뒤늦게 깨닫죠."
레아 세이두와 조지 맥케이의 만남
<더 비스트>에서는 레아 세두와 조지 맥케이라는 이색적인 조합을 만날 수 있다. 세계적인 스타와 라이징 스타의 만남. 보넬로 감독은 두 배우를 선택한 각각의 이유가 있다고 밝혔다.
"레아 세두는 프랑스 배우 중 이 세 시대를 아우를 수 있는 유일한 배우라고 생각합니다. 세 시대를 아우를 수 있죠. 영속적인 것도, 현대적인 것도 다 아우를 수 있습니다. (…) 그녀를 보면 사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카메라는 이 미스터리한 부분을 좋아합니다."
조지 맥케이 캐스팅에 관해서는 가슴 아픈 비하인드를 전하기도 했다. 본래 루이 역할을 맡기로 했던 배우 가브리엘 울리엘이 사망한 것.
보넬로 감독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배우, 미국 배우를 찾기 시작했다"면서 "런던에서 조지를 만나고 잠깐 이야기를 하자마자 적임자라고 생각했고 (…) 영화 제작 중에도 완벽한 캐스팅이었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에 대해 상반된 견해도 남겼다. 레아 세두에 대해선 "세트장에선 바로 연기에 들어가길 원하는 스타일"이라며 "강력하게 본능적인 게 있다"고 평가했다.
맥케이의 스타일은 이와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맥케이는 촬영을 앞두고 준비를 많이 한다"며 "세트장에 도착할 땐 이미 모든 게 그의 마음속에 그려져 있는 듯했다"고 말했다.
보넬로 감독은 관객의 반응이 몹시 궁금하다며, 단순한 호불호를 넘어선 다양한 해석을 기대한다는 말로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마지막으로 <더 비스트>를 즐길 팁 한 가지도 소개했다.
"이 영화가 감정적인 여정이 되기를 바랍니다. 센세이션도 느끼면서요. 그러기 위해서는 본인을 내려놓고 영화에 몰입하시기를 추천드립니다."
덧붙이는 글
개인 브런치(https://brunch.co.kr/@potter1113)에 '씨네랩'에 게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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