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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 놓친 강호' 현대건설, 도전은 계속된다

[도드람 2023-2024 V리그 여자부 미리보기 ⑤] 수원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등록|2023.10.11 09:13 수정|2023.10.11 11:17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의 시애틀 매리너스는 2001년 정규리그 MVP와 신인왕을 휩쓴 이치로 스즈키의 대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162경기에서 무려 116승을 거뒀다. 이는 1908년 시카고 컵스가 세웠던 메이저리그 역대 정규리그 최다승 타이기록이었다. 독보적인 메이저리그 승률 전체 1위였던 시애틀은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뉴욕 양키스에게 1승4패로 패하며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이처럼 프로스포츠에서는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고 매 시즌 좋은 성적을 올리면서도 우승과는 좀처럼 인연을 맺지 못하는 비운의 팀들이 있다. V리그 여자부에서는 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이런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팀이다. 현대건설은 최근 네 시즌 동안 두 번의 정규리그 우승을 포함해 125경기에서 82승41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2015-2016 시즌을 끝으로 7시즌째 챔프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에도 개막 후 파죽의 15연승을 달리다가 외국인 선수 야스민 베다르트(페퍼저축은행 AI페퍼스)의 부상 이후 성적이 곤두박질 치면서 우승도 준우승도 아닌 3위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이 끝난 후 김연경(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영입전에 뛰어 들었던 현대건설은 김연경이 흥국생명에 잔류하면서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했다. 과연 두 시즌 연속 비 시즌 동안 빈손이 된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에도 강한 전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코로나에 두 번이나 막혔던 챔프전 우승
 

▲ 여전히 기량이 건재한 '리빙 레전드' 양효진이 있는 한 현대건설을 쉽게 볼 팀은 없다. ⓒ 한국배구연맹


직전 시즌에 성적이 좋지 않았던 팀이 다음 시즌에 성적이 급상승하려면 여러 가지 호재가 한꺼번에 찾아와야 한다. 현대건설의 2021-2022 시즌이 바로 여러 호재가 한꺼번에 찾아왔던 시즌이었다.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프로 3년 차 이다현이 풀타임 주전 첫 시즌에 리그 정상급 미들블로커로 성장했다. 2020 도쿄 올림픽 이후 아웃사이드히터로 변신한 정지윤도 현대건설의 '특급조커'로 맹활약하며 포지션 변경에 성공했다.

하지만 외부적인 상황이 현대건설의 독주를 막아서고 말았다. 현대건설은 30경기에서 27승3패로 독주를 하던 시즌 막판 코로나19 확진자 급증으로 인해 시즌이 조기 종료되면서 통산 3번째 챔프전 우승 기회가 날아가고 말았다. 그렇게 현대건설은 2021-2022 시즌 역대 최고 승률과 최다 승점 기록을 세우는 압도적인 시즌을 보내고도 우승팀이 아닌 '정규리그 1위'라는 타이틀만 얻은 채 아쉽게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 시즌을 앞두고 양효진, 고예림 등 내부 FA 4명과 계약하고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던 외국인 선수 야스민을 잔류시킨 현대건설은 개막 후 파죽의 15연승을 달리며 2021-2022 시즌의 아쉬움을 씻어버리는 듯 했다. '여제' 김연경이 복귀한 흥국생명조차도 현대건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3라운드 중반 외국인 선수 야스민이 허리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완벽했던 현대건설의 전력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재활과정을 지켜보며 복귀를 애타게 기다리던 야스민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대체 선수로 영입한 이보네 몬타뇨의 기량은 야스민에 한참 미치지 못했다. 결국 15연승으로 시즌을 시작했던 현대건설은 마지막 15경기에서 5승15패로 추락하면서 정규리그 1위 자리를 흥국생명에게 내줬다. 그리고 현대건설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를 상대로 2경기에서 단 한 세트만 따내는 부진 끝에 2연패를 당하며 조기 탈락했다.

야스민의 이탈로 무너진 현대건설이 그나마 정규리그 2위라도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역시 팀의 기둥 양효진 덕분이었다. 정규리그 36경기 중 33경기에 출전한 양효진은 50.3%의 성공률로 523득점을 올렸고 지난 3월 5일 페퍼저축은행과의 경기에서는 남녀부 최초로 개인 통산 7000득점을 달성했다. 여전히 리그 정상급의 뛰어난 득점력을 유지하고 있는 양효진은 앞으로 더욱 위대한 기록을 세울 확률이 높다.

전력 약해졌어도 여전히 강한 현대건설
 

▲ 지난 두 시즌 동안 GS칼텍스에서 1698득점을 올렸던 모마는 이번 시즌 현대건설 유니폼을 입고 코트를 누빈다. ⓒ 현대건설 힐스테이트


지난 시즌이 끝나고 김연경 영입전에 뛰어든 현대건설은 김연경에 신경 쓰느라 팀의 중요한 전력이 빠져 나가는 것을 막지 못했다. 바로 현대건설의 살림꾼이자 코트의 리더인 '밍키' 황민경이 FA자격을 얻어 IBK기업은행 알토스로 이적한 것이다. 또 한 명의 아웃사이드히터 고예림 역시 시즌 후 양쪽 무릎에 수술을 받으면서 현대건설은 이번 시즌 공수를 겸비했던 아웃사이드히터 2명을 잃고 말았다.

황민경의 이적과 고예림의 수술로 왼쪽이 크게 약해진 현대건설은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서 2순위 지명권을 얻어 태국의 국가대표 아웃사이드히터 위파위 시통을 지명했다. 위파위는 174cm로 신장은 그리 크지 않지만 지난 9월 올림픽 예선에 출전해 공수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친 바 있다. 강성형 감독은 이미 이번 시즌 위파위에게 현대건설의 주전 아웃사이드히터 한 자리를 맡길 예정이다.

지난 시즌 부상으로 애를 태웠던 야스민과의 재계약을 포기한 현대건설은 이번에도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리그에서 검증된 레티치아 모마 바소코를 선택했다. GS칼텍스 시절이던 2021-2022 시즌 득점(819점)과 공격성공률(47.30%) 1위에 올랐던 모마는 지난 시즌 득점(879점), 공격성공률(43.68%) 2위로 주춤(?)했지만 여전히 리그 정상급 공격수로 꼽힌다. 기량이 녹슬지 않거나 부상이슈만 없다면 이번 시즌에도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

또 한 명의 아웃사이드히터 정지윤이 발목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하며 대표팀에서 하차한 현대건설은 정지윤의 초반결장이 불가피하다. 정시영과 황민경의 보상선수 김주향 등이 정지윤의 자리를 메울 예정이지만 정시영과 김주향의 지난 시즌 리시브 효율은 각각 36.29%와 26.23%였다. 현대건설은 지난 시즌 KGC인삼공사(현 정관장 레드스파크스)에서 리베로로 활약했던 고민지가 아웃사이드히터로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황민경의 이적과 고예림의 수술, 정지윤의 부상 등 악재가 적지 않은 현대건설은 지난 두 시즌에 비해 전력이 다소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여전히 국가대표 주전 세터(김다인)와 주전 리베로(김연견), 리그 최고의 미들블로커 콤비(양효진-이다현), 그리고 태국 국가대표 선수(위파위)와 리그 정상급 외국인 선수(모마)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번 시즌에도 챔프전 우승을 향한 도전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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