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들 분노만... '순옥적 허용' 안 통하는 '7인의 탈출'
[TV 리뷰] SBS < 7인의 탈출 > 김순옥 월드의 붕괴? PD 교체로 타개책 마련 가능할까
▲ SBS '7인의 탈출' ⓒ SBS
SBS 금토 드라마 < 7인의 탈출 > 행보가 심상찮다. <펜트하우스> 시리즈의 대성공 이후 SBS로 다시 돌아온 흥행 작가 김순옥의 신작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지만 좀처럼 시청률, 화제성 측면에서 탄력을 받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전개를 이어가고 있다.
자극성 강하고 개연성 없는 이야기 구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인기를 누려왔던 전작들 대비 낮은 인기 속에 오히려 시청자들의 분노만 돋구고 있는 모양새이다. 좀처럼 납득하기 힘든 패륜적 구성에 참다 못한 시민들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면서 < 7인의 탈출 >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순옥적 허용'? 시대가 바뀌었다
▲ SBS '7인의 탈출' ⓒ SBS
그동안 방영된 김순옥 작가의 드라마들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이른바 '순옥적 허용'이라는 일종의 면죄부가 통용되었다. '시적 허용'에 빚댄 이 말은 아무리 등장 인물들이 상식을 파괴하는 기행을 일삼더라도 용납이 가능함을 담고 있었다. 욕하면서 보는 '막장 드라마'의 대표주자로서 지난 10여 년 넘게 김 작가의 드라마는 온갖 논란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 화제성을 담보했다.
이에 발맞춰 작품의 규모는 일반적인 일일연속극을 벗어나 방송사의 자본력을 총동원할 만큼의 블록버스터급으로 확장되었다. <펜트하우스>가 그래왔고 < 7인의 탈출 >에 이르러선 역대급 금액이 쓰여질 정도이다. 하지만 늘어난 제작비 만큼 시청자들의 반발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가장 큰 문제는 OTT 시대를 거치면서 달라진 시청자들의 눈높이에 < 7인의 탈출 >이 전혀 부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학원 폭력 등 사회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분노 유발 사건에 치를 떠는 요즘, 아무리 드라마라고 하지만 극중 등장하는 일련의 내용들은 요즘 사람들의 화만 키우고 말았다. 아무리 '순옥적 허용'이 있다손 쳐도 지난 8회까지의 이야기는 시청자들조차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수준에 도달하기에 이르렀다.
'김순옥 월드'의 붕괴?
▲ SBS '7인의 탈출' ⓒ SBS
이미 '김순옥 월드'의 붕괴 조짐은 올해 상반기 방영된 tvN <판도라 : 조작된 낙원>의 부진에서 감지되었다. 물론 <판도라>는 김 작가가 크리에이터로서 이름을 올렸기 때문에 온전히 그의 작품으로 볼 수 없지만 '김순옥 드라마 세계관'의 연장선상에 놓여있었고 주요 출연진 역시 기존 김 작가 드라마의 단골 등장 배우들로 채워진 바 있다.
그런데 뚜껑을 연 결과는 지지부진 그 이상이었다. 고구마 100개 가득 먹은 답답함을 해소해줄 사이다 같은 내용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일부 배우들의 기대 이하 연기력까지 겹치면서 <판도라>는 한순간에 사람들 기억 속에서 잊혀지고 말았다. < 7인의 탈출 > 요즘 분위기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악인들의 극악무도 행각을 잔뜩 담아 냈지만 그 어디에도 통쾌함은 찾아볼 수 없었다.
뒤늦게 등장한 매튜 리(엄기준 분)를 통해 이를 채워 넣을 구상을 한 것으로 짐작되지만 1~8회까지의 진행만 놓고 보자면 넘치는 빌런들의 상식 이하 행동에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뜬금 없는 매튜 리와 금라희(황정음 분)의 수중 키스신에서 보여지듯 맥락없는 장면의 연이은 등장은 헛웃음마저 자아내게 만든다.
SBS 금토 드라마에 닥친 위기... 타개책 있을까?
▲ SBS '7인의 탈출' ⓒ SBS
지난해와 올해 SBS 금토 드라마는 악을 응징하는 소재의 드라마가 큰 인기를 얻어왔다. <천원짜리 변호사> <모범택시2>가 그래왔고 때론 인간적인 이야기(<낭만닥터 김사부3>)가 주말 시간대를 채우면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각기 다른 소재를 다룬 이들 작품이 성공을 거둔 중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했다. 바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공감대를 형성했기 때문이다.
온갖 나쁜 일을 일삼는 집단을 몇 명 안 되는 정의로운 인물들이 매회 통쾌하게 해치우는 이야기에 사람들은 박수를 보내면서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타인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때론 자신을 위험에 노출시킨 채 해결에 나서는 의료인들의 활약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 7인의 탈출 >에선 이러한 요소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전작 <펜트하우스>까지만 하더라도 각종 빌런들로 채워 넣고 기행으로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도 높은 시청률을 담보할 수 있었겠지만 불과 2~3년 사이 사람들의 취향은 예측불허의 방향으로 바뀌는 게 다반사 아니던가? 이러한 변화를 안이하게 생각한 채 만들어진 < 7인의 탈출 >이 처한 난국은 단순히 PD 교체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의 범위를 넘어선 지 오래이다.
이 드라마의 부진은 단순히 한 작품만의 현실에 국한되지 않는다. 장기간에 걸쳐 탄탄히 쌓아온 금토 드라마의 성벽마저 균열을 야기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 SBS에 몰려온 것은 아닐까?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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