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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 유가족 "안치실에 누워 있는 딸 모습 떠올라"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씨 "할로윈은 문제 없어, 정부 잘못"... 홍성 주민들 보라색 리본 제작

등록|2023.10.18 09:53 수정|2023.10.18 09:53
 

▲ 지난 17일 충남 홍성군 홍성YMCA에서는 최선미씨와 주민들이 이태원 참사 1주기 때 시민들에게 나누어줄 보라색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사진 왼쪽 첫번째 자리에 최선미씨가 앉아 있다. ⓒ 이재환


이태원 참사 1주기가 다가온다. 유가족들은 1주기인 오는 10월 29일 당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추모제를 지낼 예정이다.

지난 17일, 충남 홍성군에 있는 홍성YMCA에서는 지역 주민들이 모여 이태원 참사 1주기 추모기간 동안 시민들에게 나누어줄 보라색 리본을 만들고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이태원 참사로 희생된 고 박가영씨의 어머니 최선미(홍성·50)씨도 있었다. 최씨는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부위원장이기도 하다. 그는 요즘 이태원 참사 특별법 제정과 1주기 추모제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기자가 어떻게 지내는지를 묻자, 최씨는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되어간다. 많은 사람이 '힘들지 않나'라고 묻는다. 일정 힘들지 않다. 다만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하고, 아이(가영이)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생각의 끝이 그날의 안치실로 되돌아간다. 아이의 마지막 모습이 눈앞에 다시 떠오른다. 그게 더 힘들다"라고 답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에게는 곧 다가오는 할로윈 데이가 달갑지만은 않다. 그럼에도 최씨는 오히려 국민들의 일상을 더 걱정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입장에서는 솔직히 할로윈에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도 있다. 하지만 할로윈은 누군가에게는 누려야 하는 일상이다. 정부가 할로윈에 대한 대비를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국민들이 안전하게 일상을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우리 국민들과 청년들은 정부가 할로윈 데이에 대해 어떤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안전을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 그것이 할로윈을 즐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최씨는 "할로윈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태원 참사는 할로윈 때문이 아니라 안전하지 못한 사회였기 때문에 발생했다"며 "할로윈 데이가 없어진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안전해 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부연했다.

최씨는 이날 자발적으로 모여 '보라 리본' 제작 작업에 참석한 주민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이렇게 시간을 내서 와 주셔서 감사하다. 어려운 일을 겪고 보니 도와주는 분들의 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며 "시민들이 이념이나 사상에 관계없이 모두 한마음이 되어 도와주고 있다. 연차를 내고 온 분도 있다. 큰 힘이 되고 의지도 된다"고 말했다.

연차를 내고 왔다고 밝힌 A씨는 "가영이는 어릴 때부터 알았던 아이이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나.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다 안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같은 엄마로서 함께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민 B씨도 "가영이 엄마를 비롯해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지지치 않았으면 좋겠다.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날 이태원 참사를 상징하는 보라색 리본을 만들었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유가족들은 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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