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시민은 기자다

'나는 솔로' PD의 자신감 "보통 사람 우대, 빌런에 집착 않는다"

[인터뷰] ENA·SBS플러스 <나는 SOLO> 남규홍 PD

등록|2023.10.20 10:28 수정|2023.10.20 14:42

▲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남규홍 PD 인터뷰 이미지 ⓒ ENA/SBS플러스


​​
"2023년 지금 현재 한국인의 사랑을 보려면 <나는 SOLO>를 보면 된다."

매주 수요일 방송되는 ENA·SBS플러스 <나는 SOLO>(아래 <나는 솔로>)는 자타공인 지금 방송가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이다.

채널A <하트시그널>, 티빙 <환승연애> 등 그동안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이 있었지만 <나는 솔로>만큼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 열풍을 이어온 사례를 찾기는 쉽지 않다. 매 회 방송이 끝난 다음날이면 '어떤 출연자가 더 낫다', '누가 잘못했다' 등 곳곳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진다. <나는 솔로>를 보지 않으면 요즘 직장이나 학교에서 대화에 끼기 어렵다고 할 정도다. 출연자들이 방송에서 나눈 말 한마디는 그대로 유행어가 되기도 하고, 방송에서 저지른 실수 때문에 SNS에 사과문을 올리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이번 16기 '돌싱 특집'은 특히 매 회 방송마다 새로운 사건으로 도마에 오른 '빌런'(악당)들이 많은 기수였다. 갈등과 오해, 소통 문제, 무례한 태도 등으로 출연자들은 엄청난 비난을 받아야 했고 많은 출연자들이 SNS 사과문을 올리기도 했다.

논란과 인기는 정비례했다. 16기 마지막회는 시청률 6.5%(닐슨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 ENA·SBS플러스 합산)를 기록하며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했다. 지상파와 종합편성채널, 케이블을 포함한 동시간대 전체 채널에서 2049 타깃 시청률도 1위를 기록했다.

16기 방송이 모두 끝난 뒤 <나는 솔로>의 연출을 맡은 남규홍 PD를 지난 13일 서면으로 만났다. 올해 <나는 솔로>가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남 PD는 가장 먼저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포맷을 꼽았다. 그는 "스태프들이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잘 만든 덕분이다. 잘 만들면 시청자들이 봐준다는 것은 '만고의 진리'라고 본다"며 "남규홍표 프로그램은 일단 재미있고 시간 낭비하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매 기수마다 화제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특히 이번 16기 출연자들은 모두 개성 강한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나는 솔로> PD는 인복이 많다", "어떻게 저런(방송에 적합한) 사람을 섭외하냐"고 신기해하는 반응도 많다.

남규홍 PD는 "섭외에 있어서 특별히 힘 준 것은 전혀 없다. 평소처럼 하고, 늘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주면 좋다고 보는 사람을 고른다. 신분, 직업 분명하고 인성이 좋으면 된다"고 설명했다. 방송의 재미를 살려주는 '빌런'의 존재에 대해서는 "굳이 빌런에 집착하지 않는다. 독이 든 사과를 먹어야 할 이유가 없다. <나는 솔로>는 언제나 보통 사람을 우대한다. 그중에 진국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남 PD는 캐스팅은 늘 어려운 문제라고 털어놓았다.

"캐스팅은 늘 어렵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다. 딱 일용할 양식 만큼만 주신다. 경쟁률은 높지도 낮지도 않다. 특별한 사람을 뽑는 것이 아닌 만큼 그 정도면 만족한다. <나는 솔로>는 현재 지원자로만 충당하고 섭외는 안 하고 있다. 물론 추천해주시는 분들은 많다. 언제나 고맙고 대환영이다."

16기 출연자들은 방송에서 '가짜뉴스'를 퍼트리기도 하고, 서로 소통의 부재로 인해 오해가 커지기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방송을 보고 출연자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지만,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는 시청자들도 적지 않았다. 어떤 교훈이나 메시지를 의도했냐는 질문에 남규홍 PD는 "의도적으로 그런 메시지를 만들지 않는다. 메시지를 전달할 생각도 없다. 우리는 일어난 일을 애정의 관점에서 충실히 묘사하고 전달할 뿐"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애정 문제는 단지 애정에서만 끝나는 법이 없다. 인간의 모든 행동과 감정이 작동해서 판단하고 결정하는 것이기에 다양한 요소들이 중요해진다. '솔로나라'도 작은 사회이고 애정을 통해 인간을 보는 시스템이 작동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보였을 뿐"이라고 말했다.

"악플은 출연자나 제작진의 두통거리"
 

▲ ENA·SBS플러스 <나는 솔로> 남규홍 PD 인터뷰 이미지 ⓒ ENA/SBS플러스


높아진 관심 만큼 출연자들은 홍역을 치러야 했다. 유튜브 댓글이나 온라인 커뮤니티 등지에서 출연자들을 비난하는 것은 물론 개인 SNS에 찾아가 '악플'을 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고. 남규홍 PD는 출연자들에게 '담대하게 견디라'고 위로하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악플이 출연자나 제작진의 두통거리다. 악플을 남기겠다면 제발 수준 높게 해 달라. 비난이 아닌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일 것이다. '악플러는 적극적이고 소수이고, 선플러는 소극적이고 다수'라는 말로 (출연자들을) 위로한다. '담대하게 견디시라'는 말밖에 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 (출연자들을) 순화하는 편집은 방향만 맞으면 하지만 그게 내용이 부실하거나 왜곡되면 할 수 없다. 원칙은 가능한 정직하고 공정한 편집이고 그것이 더 출연자를 위한 편집이라고 본다. (출연자가 올리는) 사과문은 제작진과 사전에 소통하지 않았다."

<나는 솔로>의 특징은 약 두 달마다 출연자가 바뀐다는 점이다. 5박6일간의 촬영분은 대개 7, 8회 방송으로 마무리된다. 신드롬급 인기를 누린 16기는 역대 최장 편성인 11회까지 연장되었지만 결국 지난 4일 종영했다. 그 이후 방송된 17기는 아직 16기 만큼의 화제성을 불러일으키지는 못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남규홍 PD는 앞서 많은 화제를 모았던 첫 번째 '돌싱 특집' 10기를 언급하며 "사람들은 <나는 솔로> 10기를 (볼  때도) 10기를 능가하는 기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16기 촬영을 마치고 (나는) 16기가 10기의 기록과 인기를 뛰어넘지 않을까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나는 솔로>가 구축해온 세상이 더 넓어졌고 탄탄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16기의 인기와 기록 역시 또 깨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나는 솔로>의 또다른 특징은 방송 출연자들 중 결혼에 성공하는 커플이 많다는 것. 최종 선택에서 서로를 지목하며 커플이 되었다가 결혼에 이르기도 하고, 방송에서는 선택하지 않았지만 촬영 이후 만남을 이어가다가 결혼한 부부도 있다. 그런 한편, 프로그램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얼굴을 알리고 싶은 이들이 출연을 원하면 결국 진정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남 PD는 이에 대해 "(프로그램의) 숙제"라고 말했다. 이어 "일희일비 하지는 않고 초심대로 갈 생각이다. 프로그램이 알려지고 인기가 높아지면 그것도(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이 나오는 것도) 숙명이다. 출연자들이 프로그램 출연으로 이미지 손실만 얻어가는 것이 아닌 뭔가라도 도움이 되고 이익이 되는 것이 있다면 좋다고 본다. 세상살이가 그렇게 단순한 것은 아니다. 순리대로 가면 된다"고 강조했다.

출연자들은 '솔로나라'에서 자신의 돈으로 데이트 비용을 지불하고, 직접 데이트 장소와 방식을 선택한다. 제작진이 미리 섭외하고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여타 연애 예능 프로그램과 결이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이는 <나는 솔로>의 원칙이라고. 남 PD는 "데이트할 때 본인의 비용으로 집행하는 것이 (그 사람의) 데이트 스타일을 보는 데 맞는 방식이다. 그래야 '슈퍼데이트'를 할 때 제작진이 비용을 부담하는 것도 더 빛이 난다"고 말했다.

출연료 역시 100만 원으로 다른 프로그램에 비하면 그리 크지 않은 수준이다. 남 PD는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경험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것은 세상 이치대로 간다. 출연료는 고정이 아니다. 언제든 변동 가능성이 있다. 처음 출연료를 책정한 것은 돈이 주는 명목상 가치보다는 돈으로 얻을 수 없는 경험적 가치를 높게 평가한 측면이 있다. 출연료 때문에 출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진정성 있을까? 적은 기본 출연료에 높은 성과급, 그 정도로 생각하고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남규홍 PD는 <나는 솔로>에 대해 "2023년 지금 현재 한국인의 사랑을 가장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정의했다. 프로그램에 대한 제작진의 자부심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가장 사실적으로 만들었으니까. 그게 우리들이 만드는 리얼리티의 의미가 아닐까. 목표는 오래 살아남는 것이다. 한국인의 사랑을 보여주려 하는데 미완성이면 안타깝지 않나. 그렇지만 시즌제는 없다. (시즌제를 하면) 제작진이 굶기 때문이다."
원문 기사 보기

주요기사

오마이뉴스를 다양한 채널로 만나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