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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전 MBC 사장에게 "공부 많이 하라"는 MB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인 때문에 국민이 화병 든다

등록|2023.10.26 10:22 수정|2023.10.26 10:22
프로보커터(provocateur)라는 말이 있다. '화나게(짜증나게) 하는 자', '도발자'란 뜻으로 영미권 언론에서 주로 사용한다. 흔히들 '관심종자(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종자)' 줄여서 '관종'이라는 의미로 사용한다. 심각한 관종은 한석규, 오달수 주연 2006년 작 <구타유발자들>이라는 영화를 떠올리게도 한다.

<90년생이 온다>의 저자 임흥택은 <관종의 조건>(2021. 웨일북스)에서 "많은 사람이 관종이란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관심받고 싶은 욕심 때문에 과도한 언행을 보이는 사람들을 비하하는 용어로 사용되어 왔기 때문"이라 말한다. 그러면서 관종의 의미는 시대가 변하면서 다양해졌고 현대인의 특징으로 진화했다고도 지적한다.

그래서 '좋은 관종', '나쁜 관종'을 구분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좋은 관종'이야 사회적으로 선한 영향력을 펼치지만, '나쁜 관종'은 그렇지 않다. 양화보다 악화가 더 눈에 띄는 게 현실이다 보니, 상습적 트롤링으로 사회적 선을 넘는 나쁜 관종 사례가 전 세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프로보커터>(2021. 서해문집)는 이 나쁜 관종 사례를 분석했다. 이 책의 저자 김내훈은 우리 시대의 선을 넘는 관종을 "별종이 아니라 시대의 산물"이라며 '관종의 시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주목과 관심에 환금성이 부여되는 주목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 조회수에 자아를 동기화하는 관종의 시대, '좋아요'와 '구독자'를 늘리기 위해 상상 밖의 추태를 불사하고 사회적 금도를 넘나드는 무질서의 시대가 그것이다.

문제는 주목 경제 시대 프로보커터, 즉 관종은 돈과 사회적 영향력을 목적으로 도발을 일삼는다는 점이다. 양극단 유튜버는 탈진실(Post Truth) 시대를 강력하게 구축하는 도구다. 여기에 정치인의 프로보커터적 전술도 빠질 수 없다.

우리 사회에 큰 상처 남긴 4대강 사업
 

▲ 이명박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경기도 여주 한강문화관 인근에서 열린 강천보 걷기 행사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0.25 ⓒ 연합뉴스


어제(25일) MB가 한강 보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MB는 "4대강(사업)은 정치적으로 이용돼서는 안 된다"라고 했다. 녹조 창궐에 관해 묻는 최승호 전 MBC 사장에겐 "공부 좀 많이 하고 오라"라고 했다는 언론 보도다.

분견(糞犬)이 가가대소(呵呵大笑)할, 즉 지나가는 똥개가 큰 소리로 웃어 댈 가관이다. 4대강 사업을 정치적으로 이용한 건 정작 MB 본인이었다. 4대강 사업은 대운하라는 토건 세력의 먹거리를 위한 꼼수였다. 우리 국민의 70% 이상이 반대한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국정원과 검·경은 물론 국가 기관을 총동원했다.

4대강 사업 홍보를 위해 영화관 '대한늬우스'를 되살린 것도 모자라 어린이용 4대강사업 홍보 책자까지 만들었던 정권이었다. 국민을 세뇌하기 위해 갖은 꼼수를 다 동원했다. 4대강 사업은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사업이었다. 즉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훼손한 장본인이 바로 MB다.

'공부 많이 하고 오라고?' 정작 녹조 공부, 다시 말해 기본 상식부터 공부해야 할 이가 누구인가? MB는 흐르던 강물을 막아 4대강을 녹조 공장으로 만들었다. 상식 있는 모든 이들이 수질 악화 등 4대강 사업 실패를 예견했다. 국제적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을 "복원을 가장한 파괴", 즉 국민 기만이라고 봤다.

독일 칼스루에 대학 한스 베른라트 교수는 "독일에서 80년 전에 포기한 운하 사업을 왜 하려는가?"라면서 "4대강 사업은 자연에 대한 폭력(rape)이다"라고도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의 결과는 예견한 대로 혈세 낭비, 국토 환경 파괴, 공동체 파괴 등 우리 사회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그 탓에 우리나라 물 정책과 환경 정책은 뒤죽박죽 엉망이 됐다. 그뿐만 아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4대강 사업을 대표적인 자본의 낭비성 사업으로 꼽았다. 국제적으로 대한민국을 웃음거리로 만든 장본인이 MB였다. 심각한 녹조 창궐에 따른 피해가 현재도 계속되고 있다. 환경재난이 사회재난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25일 MB의 발언은 전형적인 프로보커터 행태다. 대통령 재임 기간에도 특유의 유체이탈 화법으로 국민의 화병을 돋게 했던 게 MB였다. 퇴임 후 이런 화법을 쓰는 것은 목적이 있어서다. 상상 밖 추태건, 사회적 금도건 간에 MB에게 중요하지 않다. 그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정치적 세력 확대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다.

MB는 비리 문제로 형을 살다가 지난해 12월 사면 받았다. 정치적 행위야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남의 몫으로 만드는 MB 같은 이의 정치는 발암 물질인 4대강 녹조 독소와 다르지 않을 뿐이다. 또다시 국민을 병들게 할 뿐이다.

고 이외수 선생은 소설 <보복전문대행주식회사>에서 MB와 똑 닮은 이가 녹조밭에서 목욕하고 와인 잔에 녹조 물을 담아 마시는 모습을 그렸다. 4대강 '녹조 라떼'는 MB가 만들었다. 측근들과 함께 실제 그렇게 해보길 강력히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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