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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서 만난 세비체 요리, 이거 남미식 물회네요

이름도 생경했던 그 음식... 한국 물회가 간절해졌다

등록|2023.10.26 15:27 수정|2023.10.26 20:49
여행지에서의 한 끼 식사를 기록해 보려고 합니다. 음식 한 접시는 현지인의 환경과 삶의 압축판이요, 정체성이라 여기기 때문입니다. 매일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음식을 먹는 즐거움을 독자들과 공유하고 싶습니다.[기자말]
난 미식여행가도 아니고 음식 전문가도 아니며 특별히 음식에 조예가 깊은 것도 아니다. 보통의 여행자로서 음식에 관심이 좀 많을 뿐이다. 여행을 다니면 방문한 나라와 도시만큼이나 새로운 음식을 많이 먹게 되어 가본 곳만큼이나 먹어본 음식도 쌓였다.

세비체가 궁금해

그렇게 쌓인 음식 중에는 미리 꼭 먹어보리라 기대하고 먹은 음식도 있고 현지에서 우연히 먹게 된 음식도 있다. 이름도 생경했던 '세비체(Cebiche)'란 전자에 해당했다.

중남미를 여행한 지 넉 달을 넘겼다. 남미에 오기 전 가장 궁금했던 음식이 세비체였다. 남미 사람들이 '날생선을 야채와 섞어 샐러드처럼 먹는 요리'라고 들었다. 생선을 날것으로 먹는 나라가 세계적으로 몇 없는데다가 스페인과 유럽의 식문화 영향이 강한 남미에서 날생선을 주재료로 한 요리라니 자못 호기심이 당겼다.

'고기 먹을래? 해물 먹을래?'의 질문에 0.001초의 망설임 없이 '해물'이라고 대답하고, 회는 물론 생선, 해물, 해초, 젓갈과 건어물까지 '바다 해(海)'표 먹거리는 가리지 않고 좋아하는 내게 '세비체에 대한 강하게 한 끌림'은 당연했다.

생선회라면 전 세계를 통틀어 양대 대표 주자가 일본과 우리나라일 것이다. 일본은 숙성회인 선어회를, 우리나라는 싱싱한 활어회를 주로 먹는다. 과연 세비체는 선어회일까 활어회일까?
 

▲ 해물(생선, 새우, 오징어) 세비체(페루, 리마) ⓒ 김상희


남미에서 미식의 나라로 통한다는 페루에서 세비체를 내는 식당을 찾아갔다. 리마(Lima)에서 소문난 집이라 대기가 있었다. '세비체 데 페스카도(Chebiche de Pescado 생선 세비체)'와 '세비체 믹스토(Chebiche Mixto 해물 세비체)' 중 뭘 시킬까 망설이고 있는데, 뒤에 있던 현지인 아주머니가 해물을 좋아하면 '믹스토'가 낫다고 조언해 주었다.

'세비체' 열전... 페루, 콜롬비아, 볼리비아

그렇게 받아 든 해물 세비체에는 생선과 새우, 오징어가 들어있었고 치차론(돼지껍질) 튀김이 곁들여 나왔다. 삶은 고구마와 옥수수를 보충해 세비체를 일품요리로 구성한 것이었다. 여행지에서 만난 페루 사람들의 세비체 자부심도 대단해서 자국 음식 추천 1순위로 하나같이 세비체를 꼽았다.

콜롬비아의 카리브해의 휴양도시 카르타헤나(Cartagena) 역시 해변 도시답게 세비체나 새우 칵테일을 파는 곳이 많았다. 겟세마니 근처에서 시킨 새우 세비체에는 일명 '요리용 바나나'인 플랜틴(plantain) 튀김이 같이 나왔다. 플랜틴은 바나나와 생김새는 같지만 단맛이 적고 익혔을 때 감자 같은 식감을 내는 구황작물의 하나이다. 현지에서는 국물요리에도 넣고 튀겨서도 많이 먹는다.
 

▲ 새우 세비체(콜롬비아, 카르타헤나) ⓒ 김상희

 

▲ 요리용 바나나 플랜틴(plantain)은 단맛이 적고 녹말이 풍부하다. ⓒ 김상희


한편, 바다를 잃어버린 내륙국 볼리비아의 세비체 사랑을 누가 탓하랴. 1879년 칠레와의 전쟁에서 패한 후로 태평양 연안의 안토파가스 지역을 칠레에 뺏김으로써 바다 접근권을 잃은 볼리비아는 지금도 여전히 해군을 유지하며 해양 진출권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볼리비아의 행정 수도인 라파즈(La Paz)에서도 심심찮게 세비체 식당 세비체리아(Cebicheria)를 찾을 수 있었다.
 

▲ 생선과 문어 세비체(볼리비아, 라파즈) ⓒ 김상희


세비체는 해물을 산에 절이는 요리다. 일본식 선어회도 우리식 활어회도 아닌 산 숙성회이다. 날생선을 토막 쳐 라임즙이나 산에 절이면 생선살이 굳어지면서 마치 열에 익힌 것 같은 상태가 되고, 식감도 꼬들꼬들해진다. 여기에 양파채와 고수(Cilantro)를 넣어 버무리면 세비체가 완성된다.

세비체를 보는 순간 한국의 물회가 떠올랐다. 여름 외식은 물회가 책임질 만큼 평소 물회를 즐겨 먹는 탓에 물회가 오버랩되었을까. 세비체는 단순한 '해물샐러드'라기보다는 '남미식 물회'라고 할 수 있겠다. '남미 사람들이 한국에 와서 물회를 처음 접한다면, 세비체를 떠올릴까?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렇게 쓰다 보니 갑자기 새빨간 고추장 살얼음 육수에 회와 야채를 듬뿍 넣은 '매콤 달콤 새콤한 물회' 한 그릇이 간절히 그립다. 한국 가면 제일 먼저 먹고 싶은 음식 순위 1위, 일단 물회로 바꿔 놓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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