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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가 부끄러움 드러내며 하고 싶었던 말

[리뷰]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등록|2023.11.01 09:17 수정|2023.11.01 09:17

▲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포스터 ⓒ 지브리 스튜디오


스튜디오 지브리의 애니메이션을 생각했을 때 관객들이 가진 공통의 기대감이 있다. 유려한 작화와 음악에서 나오는 환상적인 분위기, 거대한 세계관 속 독특하고 개성 있는 캐릭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은퇴를 번복하고 복귀를 선언했을 때 많은 팬은 다시 지브리의 매력이 빠질 준비를 마쳤을 것이다. 7년의 제작 기간을 거친 역작의 탄생을 예고했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개봉 후 많은 관객의 호평과 비평을 동시에 받고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던지는 '어떻게 살 것인가'의 답은 무엇일까.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


주인공 마히토는 2차 세계대전 태평양 전쟁 중 도쿄 공습으로 어머니를 잃는다. 전투기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아버지는 어머니가 죽은 지 1년 만에 어머니의 친동생과 재혼한다. 새어머니는 임신 중이었고 마히토 가족은 새로운 환경으로 이사를 한다. 어린 소년이 겪기에는 힘든 상황들이 계속되지만, 마히토는 냉정하고 의젓한 모습을 잃지 않는다.

군수 사업을 하는 아버지는 전쟁이 거세질수록 더 큰 부를 축적한다. 궁핍한 상황의 다른 친구들과 달리 부유한 생활을 하고 있는 마히토는 아이들에게 따돌림을 당한다. 그는 스스로 돌로 머리를 쳐 상처를 만들고 어른들에게 넘어졌다고 말한다. 화가 난 아버지는 학교로 달려갔고 상처가 있는 동안 마히토는 학교에 나가지 않는다.

마히토의 모습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어린 시절과 닮아있다. 그의 아버지 역시 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산업에 종사하며 막대한 부를 쌓았고, 미야자키 감독은 아버지를 '전쟁 부역자'라고 비난하며 날 선 논쟁을 벌였다고 한다. 하지만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의 재산으로 원하는 공부를 하고 풍요로운 생활을 누릴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모순적인 상황을 마히토에 투영해 말하고 있다. 자해를 통해 남은 상처는 마히토 또는 미야자키 하야오 역시 악의를 가진 인간일 수밖에 없는 것을 고백하고 있다.

탑에 담긴 지브리의 메시지
 

▲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


마히토는 기괴한 모습을 한 왜가리에게 이끌려 거대한 탑 안의 이세계(異世界)로 끌려간다.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탑으로 들어가는 마히토의 모습은 창작의 세계에 발을 들인 미야자키 감독의 모습과 같다. 이세계는 산 자와 죽은 자, 앞으로 태어날 생명체인 와라와라 등이 공존하고 있다. 이 존재들은 그가 그동안 그려온 수많은 캐릭터와 내면에 잠재된 상상력의 세계를 말한다.

이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릭터들은 펠리컨과 앵무새다. 가장 대표적인 악당인 펠리컨과 앵무새는 탑에 먼저 들어온 큰할아버지가 데리고 온 존재다. 펠리컨은 마히코가 황금 문 안으로 들어가도록 몰아세우고 와라와라를 잡아먹는다. 실제로 인간을 따라 하는 특성을 지닌 앵무새는 작품 안에서 군인들의 모습을 흉내 낸다.

이 악당들에게서 마히코를 지켜주는 존재들이 있다. 자신을 탑으로 이끈 왜가리, 그를 따라 탑으로 온 키리코 할머니의 젊은 모습, 어머니의 어린 시절인 히미이다. 그들은 미야자키 감독과 함께 작업을 이어온 지브리의 동료들을 나타낸다. 지브리는 결코 감독 혼자의 힘이 아니라 많은 동료의 힘으로 이어올 수 있었다. 그는 동료들에 대한 헌사를 나타내는 동시에 인간은 혼자가 아니라 주변의 사람들과 함께 걸어가야 한다고 말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선택은 관객의 몫
 

▲ 영화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스틸컷 ⓒ 메가박스중앙(주)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는 관객들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영화는 아니다. 탑 속의 세계는 혼란스럽고 기이한 일들만이 나열된다. 갑자기 나타나는 캐릭터들도 역할이 불분명하다. 그것은 미야자키 감독 또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갖지 못한 데 있다.

그는 오랜 시간 작품을 통해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해 왔다. 모든 것을 마쳤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고백하지 못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은퇴를 번복한다. 그가 자신의 삶 속 영광과 정의가 아닌 모순과 악의의 모습까지 회고하며 말하려고 했던 것은 한 인간의 인생은 선과 악 하나로 나눌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평가는 타인이 아닌 본인 스스로만 할 수 있다.

매 순간 인간은 선택하며 살아간다. 모순된 상황 속에, 악의에 찬 선택을 했을지라도 사람들의 인생은 계속 이어진다. 이어지는 인생 속 끊임없는 고민과 노력으로 부끄러움 없는 인생으로 나아가는 것은 결국 자기 자신의 선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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