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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휠체어사고 장애인에 법정 최고벌금 구형

약식기소 불복, 정식재판 청구한 중증장애인에 벌금 500만원 유지... 오는 22일 선고 예정

등록|2023.11.01 15:14 수정|2023.11.01 15:15

▲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입구 ⓒ 복건우


전동휠체어로 보행자에게 부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증장애인에게 검찰이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앞서 검찰의 벌금형 약식기소에 대한 피고인의 불복으로 법원이 정식 재판을 진행했는데, 검찰이 다시 같은 금액의 벌금형을 재판부에 요청한 것이다.(관련기사: 검찰, 휠체어 사고 장애인에 법정 최고형 벌금... "매우 이례적")

1일 수원지방법원 안양지원 형사2단독(판사 유혜주) 심리로 열린 결심공판에서 수원지방검찰청 안양지청은 과실치상 혐의를 받는 A(68)씨에게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다. 벌금 500만 원은 과실치상 범죄에 처할 수 있는 최고형(형법 제266조 제1항)이다.

A씨는 지난 2008년 파킨슨병을 진단받아 휠체어 없이는 거동이 어려운 뇌병변장애인(기존 5급)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21년 10월 14일 오전 9시 30분께 경기 군포의 한 사거리에서 전동휠체어를 타고 횡단보도를 건너다 우측에서 같은 방향으로 걷던 비장애인 B(77)씨와 부딪혔다.

B씨는 휠체어 바퀴에 발을 밟혀 전치 9주의 골절상을 입었다며 A씨를 상대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검찰은 벌금 500만 원에 A씨를 약식기소했으나, A씨는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 457조에 따르면 피고인이 정식 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해서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피고인 측 "유죄면 장애인 삶 크게 위축", 피해자 측 "2년 지나도록 고통"

이날 결심공판에는 피해자 B씨가 증인으로 출석해 증인신문이 1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증인신문은 B씨의 요청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비공개 신문이 끝난 뒤 B씨 측 법률대리인은 "피해자(B씨)는 일직선으로 가다가 전동휠체어에 부딪힌 것으로 보이고, 뒷바퀴에 왼쪽 발목이 감기면서 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었다"고 밝혔다. 또 대리인은 "피해자는 사건 발생 이후 2년이 지나도록 이 사건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 피고인(A씨) 측에서 합의를 위해 노력하셨다고 하는데, (A씨를 지원하는) 장애인단체 쪽은 연락이 되지 않았으며 '우리 잘못이 없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와 부득이하게 형사고소를 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A씨 측 변호인(전정환 변호사 등)은 최후변론에서 "(CCTV) 영상을 통해 피해자의 경로 변경이 확인된다"며 "피해자 스스로도 휠체어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었고, 주변에 공간이 있었다고 하므로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과실이 분명히 있다"고 했다.

이어 "안타까운 사고이고 피해자의 아픔에 공감하며 민사적 합의는 별개로 진행하겠다"라며 "(형사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과실의 유무는 증거에 기반해 판단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공판 이후 <오마이뉴스>와 만나 "휠체어와 관련한 사건인 만큼 형사 처벌로 이어진다면 장애인들의 삶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피해자 측에 합의를 요청했으나 이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은 변호사가 자신의 책임을 우리에게 전가하는 것은 장애인단체에 대한 심각한 명예 훼손으로 보고 강력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이날 증인신문 전에는 사건 당시 현장을 담은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이 재생됐다. 검찰은 "일차적인 부딪힘이 있은 뒤 이차적인 부딪힘이 있었다"고 봤는데, A씨 측 변호인은 "확대된 영상 파일을 봐도 피고인이 일직선으로 가고 있던 도중 옆에서 충돌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며 피고인의 과실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당초 이 재판은 지난 7월 19일에 선고 기일이 잡혀 있었으나 검찰의 기일변경, 증인 신청 등으로 일정이 늦춰졌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은 오는 22일 오전 9시 5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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