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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가 서울? 우리가 먼저!"... 고삐풀린 '서울시민' 향한 욕망

[르포] 편입리스트 김포·광명·부천 가보니... 저마다 "우리가 1순위"... "현실성 없는 선거용"

등록|2023.11.02 18:08 수정|2023.11.03 05:44

▲ 1일 오전 경기 김포시 풍경. ⓒ 김화빈


'서울사람'을 향한 욕구. 여당발 폭탄 공약은 이 욕망을 잔뜩 자극하고 있었다. '서울 편입리스트'에 거론되는 지역은 서울사람이 되길 꿈꾸는 이들과 정치에 대한 불신이 복잡하게 얽혀 뒤숭숭한 모양새다. 국토균형발전에 역행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 또한 쏟아지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10월 31일과 11월 1일 이틀 간 경기 광명, 김포, 부천 일대를 돌며 지역주민과 상인, 부동산 관계자 등을 만났고, 도시계획 전문가 여러 명을 인터뷰했다.

"학군·집값" 거론하며 열 올리는 국힘
 

▲ 1일 오후 지하철 7호선 광명사거리역 2·3번 출구 사이에서 권태진 광명갑 당협위원장, 이재한 광명시의원 등 국민의힘 소속 정치인들이 '광명 서울 편입'을 추진하기 위해 시민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있다. ⓒ 복건우


"광명시가 서울특별시에 들어갑니다! 서명 좀 부탁드립니다!"

지난 1일 오후 광명사거리역 2·3번 출구 사이의 간이 테이블로 사람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광명시 주민 신현순(71)씨와 이경순(71)씨가 "이제 광명 앞에 '서울특별시'가 들어간다니까 좋네"라며 서명서에 이름을 적었다.

이날 국민의힘 소속 이재한 광명시의원은 지나가던 주민들에게 서명서를 쥐여주며 "경기도 광명보다는 서울시 광명이 훨씬 더 살기 좋습니다"라고 했다. 이 의원이 불러세운 윤아무개(65)씨는 "10년 전부터 광명에 거주 중"이라며 "그때도 광명이 서울에 들어간다고 해서 이사를 왔는데 이번에 서울에 편입되면 모든 게 다 발전되고 좋아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권태진 광명갑 당협위원장도 가세했다. 그는 "총선용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주민들이 많이 원하고 지지한다"며 "지금보다 학군이 좋아지고 집값이 올라가는 등 경제적 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광명사거리역 인근에서 에이치와이(hy, 옛 한국야쿠르트) 매니저로 일하는 이백자(73)씨도 "선거를 앞둔 시점이긴 하나 만약 김포시가 서울에 들어가게 되면 광명도 당연히 서울에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총선 앞둔 발표에 기대감뿐 아니라 '불신'도 팽배
 

▲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0월 30일 김포골드라인을 관리하는 김포한강차량기지에서 연 수도권 신도시 교통대책 마련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시작은 김포였다. 제22대 총선을 약 6개월여 앞둔 10월 30일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포의 서울 편입을 깜짝 발표했다. 1일 기자가 찾은 고촌읍은 김포시에 속해 있으면서도 서울 강서구와 맞닿아 있어 주민들의 기대심리가 커 보였다. 하지만 원래 김포였던 검단이 인천에 편입됐고, 김포공항 부지를 서울에 빼앗겼다는 정서도 남아있었다.

고촌역 근처에서 20년 넘게 공인중개사로 일한 심아무개씨는 "예전부터 '고촌은 서울에 들어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주민 사이에서 늘 있었다"며 "실컷 이슈화시켜 놓고 나중에 꼬리 내리지 말고, 이젠 진짜 행동으로 보여달라는 게 고촌 사람들의 민심"이라고 했다.

반면 고촌읍 공인중개사인 김아무개씨는 "큰 기대가 없다"면서 "김포가 서울로 편입된다는 건 호재이지만, 지하철 5호선이 여기까지 바로 연장되는 것도 아니고 일만 크게 벌이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마치 정치쇼를 지켜보는 것 같다"고 했다.

김포시가 내년 총선 카드로 한 번 쓰임을 당하고 버려질 것이라는 우려도 엿보였다. 고촌읍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송아무개씨는 "서울 편입이 말처럼 쉬운 게 아닌데 정치인들 입맛에 맞게 섣불리 건드려졌다가 나중에 토사구팽 당하지 않을까 싶다"며 "훗날 서울 편입 조건으로 건설 폐기물 매립장 같은 혐오시설이 들어설 수도 있다"고 했다.
 

▲ 1일 오전 경기 부천시 부천역 인근 모습. ⓒ 김화빈


'서울 편입론'은 광명·하남·구리·부천 등 서울과 경계를 맞댄 다른 도시까지 빠른 속도로 확대됐다. 지난 1일 기자가 찾은 부천시는 앞선 두 곳만큼이나 서울 편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는 곳이다. 지도상에서 보면 위로는 서울, 왼쪽으로는 광명과 붙어 있어 유력한 후보군으로 분류된다.

부천 심곡동에서 부동산을 운영하는 50대 후반 최아무개씨는 "부천이 서울에 편입되면 행정이나 복지 측면에서 경기도에 비해 훨씬 좋아지지 않을까"라며 "부천은 (편입 대상으로) 먼저 언급된 김포보다 서울과 더 가깝고 인구밀도도 훨씬 높다"고 했다. 다만 "주민 여론을 수렴하지도 않고 아무렇게 말만 늘어놓는 게 아닐까 싶다"며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부천역 인근에서 보석상을 운영하는 60대 중반 남성은 "김포보다 부천이 먼저 거론됐어야 했다"며 "서울 출퇴근 수요는 여기가 훨씬 높은데 어떻게 부천 대신 외진 변방에 있는 김포를 먼저 넣을 수가 있냐"라며 떨떠름해했다.

"현실성 없는 대책", "인구위기 악화" 전문가들 쓴소리
  

▲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만희 사무총장, 윤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 남소연


윤재옥 원내대표는 김포 서울 편입 발표 다음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른 지역의 요구가 있을 때는 적극 검토할 것"이라며 김포 편입에서 '서울 메가시티'로 논의를 확장했다. 국민의힘은 김포의 서울 편입을 담은 행정구역 개편 특별법을 의원입법 형태로 추진하기로 했다. 서울 메가시티 구상을 논의하기 위한 '수도권주민편익개선특별위원회'도 발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당의 이른바 서울 메가시티 구상에 대해 "서울은 이미 메가시티인 데다 김포 편입은 (이미 생활권역인) 수도권 내 이동이어서 서울공화국 현상을 강화할 것"이라며 "이러한 정책 흐름이 인구 위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 소장은 김포 서울 편입 논란이 불거진 시점과 논의 진행과정을 두고 "선거 전략이 아니라면 나올 수 없는 현실성 없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최 소장은 1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1960년대 이후 서울의 대규모 확장을 억제했기 때문에 그 낙수효과로 일부 인구가 경기도로 분산될 수 있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다시 서울을 키우겠다는 발상은 우리 사회의 공간적 양극화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 소장은 "절차적인 문제도 있다. (여당의 입장은) 김포시민이 원하면 무조건 다 해주겠다는 것 아니냐"며 "서울 출퇴근 문제를 해결하겠다면서 김포시 서울 편입을 제시한 셈인데 이 논리대로라면 지자체와 경기도를 다 서울에 편입할 생각인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자신들 표에 도움이 된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 사회가 당면한 저출산과 인구감소, 지방 소멸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김포시 서울 편입으로 에너지를 낭비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비수도권 메가시티부터 소도시 연합까지... '서울공화국' 해법과 진단
 

▲ 1일 오전 경기 김포시 고촌역 풍경. ⓒ 김화빈


문재인 정부에서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을 맡았던 김사열 경북대 명예교수는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것의 본질적 문제는 '인구위기'"라고 진단했다.

김 명예교수는 "서울·경기·인천이라는 수도권에 전국민의 절반 이상이 살지만, 정작 이 지역에서 인구 재생산이 제일 저조하다"며 "일자리 때문에 수도권으로 간 청년층이 폭등하는 집값과 치열한 생존경쟁에 '저출생'으로 반응하는데 김포 서울 편입은 수도권 과밀화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김포 서울 편입은 기존의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충청권', '광주전남' 메가시티 정책을 어렵게 할 수 있다"며 "서울이 아닌 지역에서도 (광역단위의) 거점을 연결하는 교통망을 지원해 지역민들도 광역 생활권을 누릴 수 있도록 정주요건 개선을 노력해야 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또한 수도권 쏠림에 대항하는 새 구심으로서 '메가시티' 개념을 제안했다. 마강래 교수는 "도시계획의 기본은 중심체계를 잡고, 중심 주변 거점을 연결하는 작업"이라며 "강남 삼성역에 기업이 몰리는 이유는 엄청난 교통과 상호연결성으로 핵심 인재들을 선발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에 비해 규모가 작더라도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하는 광역 메가시티를 조성해야 한다"며 "김포의 서울 편입 논란은 이러한 대안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거점 메가시티보다 지역의 소도시 연합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전문가도 있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지역결속국가청(ANCT)이라는 국가조직이 천 명 단위의 소도시들을 서로 연결해 하나의 생활권으로 만들고 상생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며 "독일은 우리나라보다 국토도 크고 도시와 인구 수도 많지만, 베를린은 400만명, 뮌헨은 140만명, 함부르크가 180만명 정도가 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수도권 지역 메가시티는 지역의 원도심, 구도심의 인구를 빼앗는다"며 "수도권과 비수도권 모두 대규모 신도시 건설이 아닌 중소도시가 존속하는 상황에서 생활권을 상호연결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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