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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인 줄 알고 키웠는데... 이건 뭔가요

봄부터 가을까지 수확만 기다렸는데... 귀한 채소 황궁채를 얻다

등록|2023.11.06 13:29 수정|2023.11.07 08:33
후추를 재배한다는 사실을 마냥 신기해 하자 지인은 쑥쑥 잘 자라고 까맣게 후추가 열린다며 심어보라고 권했습니다. 봄 파조기를 맞아 부푼 기대를 안고 텃밭에 욕심껏 심었습니다. 발아율도 좋고 성장도 눈에 띄게 쑥쑥 잘 자랐습니다.
 

▲ 지인이 후추로 알고 준 통후추(?)를 심었다. 후추에 대한 기대와 설렘 속 엄청난 넝쿨을 이루며 이쁜 꽃도 피우고 잘 컸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 백금순


짙은 자주색 줄기에 빤딱빤딱 광이 나는 짙은 녹색의 무성한 잎은 후추 결실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높였습니다. 주변 지인들에게 얼마나 자랑하고 소문을 많이 냈는지 모릅니다.
 

▲ 후추를 재배해서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하고 기대감이 커서 집 뒤란에 욕심껏 심었다. 과하게 성장이 좋아서 원시림을 방불케 했다. ⓒ 백금순


독특한 모양의 진분홍색 꽃이 피니 그 기대감은 더욱 커져 갔고 까만 후추에 대한 조바심마저 들었습니다. 가을, 드디어 까맣게 후추(?)가 익어가기 시작했고 코를 대고 후추 냄새를 갈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런 냄새가 안 났습니다. 아직 기다림이 필요한가 싶었습니다.
 

▲ 부푼 기대를 안고 까만 후추 열매(?)가 드디어 달렸다. 성급한 마음에 냄새를 아무리 맡아봐도 아무 냄새가 안 난다. 손으로 씨를 터트려 맡아봐도 역시나 아무런 냄새가 없다. 그럼 아직 안 익어서 그런가 보다 하고 더 기다려 보기로 한다. ⓒ 백금순


잘 익은 후추를 골라 따서 말려 봅니다. 하루 이틀... 아직 아닌가... 더 기다려 봅니다. 바짝 말랐는데도 냄새가 안 납니다. 조금씩 정체가 의심되기 시작합니다. 그래도 분명 후추가 맞다고 했으니 스스로 위안하며 가루를 만들어 봅니다. 마지막 기대마저 져버립니다. 이건 후추가 아니다. 그럼 넌 도대체 누구냐?
 

▲ 까맣게 잘 익은 것으로 골라 따서 말려 본다. 이제 후추 냄새가 날 만도 한데 안 난다. 인내심을 갖고 그럼 마지막 단계로 넘어간다. 후추를 갈아봤으나 역시나 아무런 향이 없다. 이제 슬슬 의심이 생긴다. 넌 도대체 누구(!)냐? ⓒ 백금순


폭풍검색 결과 이 후추(?)의 정체는 중국 황실에서 먹던 채소 황궁채였습니다. 다행히 먹는 채소일 뿐 아니라 영양 만점의 고급 채소랍니다. 시금치보다 칼슘이 최고 45배, 철분과 비타민A도 8배가 많고 위에 좋다는 뮤신도 풍부하다고 합니다.
 

▲ 중국 황실에서 먹었다는 황궁채로 정체를 알아내고 보니 뜻밖의 수확을 얻은 기분이었다. 시금치와 비교할 때 영양성분도 월등한 데다 두툼하고 빳빳한 잎은 식감도 좋고 맛도 좋아 생쌈채로 먹기에도 적당했다. 데쳐 무침하거나 된장국으로 먹어도 좋았다. 의외의 새로운 채소의 득템이다. ⓒ 백금순


두툼하고 광택이 나는 잎사귀는 뮤신 성분으로 살짝 미끈하기는 하나 달큰한 맛이 나면서 아삭아삭해서 쌈채로 손색이 없습니다. 고급 쌈밥집에서 쌈채로 나온다고 합니다.

꽃도 생으로 초장에 찍어 먹습니다. 또 잎사귀는 데쳐 나물로 무쳐 먹거나 된장국을 끓여도 좋습니다. 가을에는 붉게 단풍이 들기 때문에 잎이 푸르를 때 따서 냉장고에 보관해 두고 먹어야 합니다.

결국 봄부터 가을까지 긴 시간 애정을 기울인 후추는 아니었지만 뜻밖의 황궁채라는 영양 많고 별미인 새로운 채소를 만났습니다.

사실 까만 열매는 후추로 오인할 만합니다. 지인도 당연히 후추로 알고 냄새 한번 맡아보지 않았고 돼지고기 삶을 때 넣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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