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요한 수행실장은 서대문구청장 아들... 출마 사전 작업?
이성헌 구청장 "인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부적절한 처신' 당내 비판도
▲ 지난 13일 '김대중 탄생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 출범식 및 후원의 날' 행사를 마치고 떠나는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장. 그 뒤로 수행실장인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아들(오른쪽 붉은선 안)이 보인다. ⓒ 권우성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자신의 수행실장으로 이성헌 서대문구청장의 아들을 기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내년 총선에서 서울 서대문갑 출마 가능성이 점쳐지는 인 위원장이 본인의 출마를 위한 사전 포석으로 이 구청장의 아들을 수행실장으로 인선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 서대문갑은 현역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해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서 해볼 만한 지역으로 분류되는 곳이다.
"지역에선 이성헌 구청장이 인요한 위원장 돕는 것으로 해석"
지역에선 현직 구청장 아들이 서대문갑 총선 출마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 위원장을 돕는 것을 두고 뒷말이 나온다. 지역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지역에선 사실상 이 구청장이 인 위원장을 돕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재선을 생각하는 이 구청장과 서대문갑 당선을 노리는 인 위원장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 구청장은 서대문구갑에서 두 번의 국회의원(16대 한나라당·18대 새누리당)을 지냈고 지난 6.1 지방선거에서 서대문구청장에 당선될 정도로 탄탄한 지역 기반을 자랑한다. 서대문구갑 출마를 노리는 인 위원장 입장에선 이 구청장의 도움이 필요한 셈이다.
이 구청장 또한 재선을 가정한다면 '자기 사람'을 지역 국회의원으로 만들어 둘 필요가 있다. 구청장 공천 땐 지역의 당협위원장 추천이 당락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서대문구갑 지역 국민의힘 당협위원장은 공석으로 다음 총선 당선자가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서대문구갑 출마 예비후보로 거론돼왔다. 그는 혁신위원장에 임명되기 전날인 10월 22일에도 서대문구 지역 행사에 참석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행사에서 이 구청장은 인 위원장을 직접 소개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 10월 22일 열린 제45회 서대문구협회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 참석한 인요한 혁신위원장과 이성헌 서대문구청장. ⓒ 박현광
이 구청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아들 A씨가 인 위원장을 돕는 것과 관련해 "우리 지역 내부에 대해서 아들이 좀 알고 있어서 본인(인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해서 보내주게 됐다"며 "서로 인연이 됐으니까 하는 거지 그것(인 위원장 서대문구갑 출마)과는 관계없다"고 설명했다.
인 위원장 입장을 듣기 위해 개인 휴대전화로 연락을 취했으나 인 위원장 부인이 받아 수행실장인 A씨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A씨는 통화에서 "그런 거(인 위원장 서대문구갑 출마)와는 전혀 관계없고 인연이 닿아서 지금 일을 도와드리고 있다"라면서 인 위원장의 서대문갑 출마 여부와 관련해선 "그건 위원장님께 여쭤봐야지 제가 대답해 줄 수 있는 부분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영남 중진 불출마' 혁신안, "결국 자기 광 파는 것" 비판도
인 위원장 처신과 관련해 당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그가 최근 주장하고 있는 영남 중진 의원의 수도권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등 강도 높은 '희생 카드'가 결국 인 위원장 인지도 높이기 위한 수단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영남 중진 의원들은 수도권 출마하라고 하고 아니면 불출마하라는 희생을 강요하면서 본인은 출마를 염두에 둔 듯한 처신을 하는 건 옳지 않다"며 "결국 결과적으로 자기 광 파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인 위원장은 혁신위원장을 맡은 뒤 내년도 총선 출마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그는 10월 23일 임명 직후 내년도 총선 출마 계획이 있느냐는 물음에 "여러 말도 있고 유혹도 있지만 이 일을 맡은 동안 다른 건 없다. 그건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면서 "이 일을 성공해야 한다"고만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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