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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진행자 줄하차에 민주 "쿠데타 난 줄" 국힘 "지켜봐야"

야당, KBS 시사 진행자 교체 및 프로그램 폐지에 반발... 여당 "민주당, 박민 부정할 자격 없다"

등록|2023.11.14 11:19 수정|2023.11.14 11:29

▲ 박민 KBS 사장 후보자가 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보강: 14일 오전 11시 30분]

"5·16 쿠데타처럼 군사 쿠데타가 일어난 줄 알았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KBS의 시사 프로그램 폐지와 편성 취소, 진행자 교체 등을 '군사 쿠데타'에 비유했다. 박민 KBS 신임 사장이 임명되면서, KBS는 라디오와 TV를 막론하고 정권에 비판적인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중단되는 한편 출연자들에게 일방 하차를 통보했다. 이에 내부 구성원이 거세게 반발하면서 파문이 커지고 있다(관련 기사: KBS 라디오 하차한 주진우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했다").

이를 두고 여야의 시각은 첨예하게 엇갈렸다. 민주당은 언론 탄압이라며 날을 세우는 반면, 국민의힘은 방송 정상화의 일환이라며 사실상 묵인·방조하는 모양새이다.

"박민, 당장 사장 자리 그만둬라"

홍익표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제가 이야기를 안 할까 하다가 급하게 아침에 준비했다"라며 "방송 진행자나 방송 개편이 이렇게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것은 듣도 보도 못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박민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KBS 점령 작전이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것 같다. 진짜 군사 쿠데타를 방불케 한다"라며 "박민 사장 취임과 동시에 KBS TV <뉴스 9>와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 등 시사보도 프로그램의 앵커와 진행자들이 시청자한테 인사도 못 하고 그대로 교체됐다. 이런 적 본 적이 없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진행자가 무슨 불법 행위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런 경우가 없다"라며 "젊은 세대들한테 인기가 높았던 시사 프로그램 <더 라이브>는 아예 폐지했다"라고 지적했다.

홍 원내대표는 "얼마나 준비가 안 된 뉴스를 황당하게 하고 있는지를 보면서 진짜 어이가 없었다"라며 "박 사장 취임 첫날 보도·시사 교양·라디오 총괄 책임자 5명이 물갈이돼 현재 공석인 상황이다. 박민 사장 취임 첫날부터 편성 규약과 단체협약 위반 행위가 잇따르고 있다"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정권의 낙하산 사장이라고 오직 정권에 충실하고 KBS를 이렇게 무참하게 유린해도 괜찮다는 건가?"라며 "도대체 박민 사장은 뭐 하는 사람인지 모르겠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KBS 사장에게 분명하게 경고한다"라며 "방송은 국민의 것이지 권력의 것이 아니다. 당장은 자신의 권력, 방송 장악 시나리오가 성공하는 것 같지만 반드시 심판받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적, 정치적 책임은 물론이고 역사적 심판을 반드시 받을 것"이라며 "박민 사장은 책임지기 싫으면 하루빨리 내려오시기 바란다. 지금이라도 당장 사장 자리 그만두는 게 자신한테 좋을 것"이라는 경고였다.

백그라운드 브리핑에 나선 최혜영 민주당 원내대변인 또한 "낙하산 후보자가 가서 정식 출근하기도 전에 그렇게 하면 안 된다"라고 이야기했다. 박민 사장의 이번 인사와 방송 편성 개입이 위법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는 "당연하다"라며 "잘 진행되는 프로그램과 MC들을 그렇게… 권력 남용이다"라고 비판했다.

"그냥 지켜봐야... 합리적 기준으로 할 것으로 기대"

반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KBS가 공영방송의 입장에서, 또 공정하게 방송 본연의 자세로 돌아오기를 저희들은 기대하고 있다"라며 "공영방송이 공정하게 방송을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에서 '감 놔라, 대추 놔라' 하지 않아야 한다. 그냥 지켜봐야 한다"라고 거리를 뒀다.

그는 "공영방송 관련해서 정치권에서 늘상 입장에 따라 그런(언론장악) 주장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러나 일단 새로 사장이 취임했으니까 인사라든지 이런 부분들은 합리적 기준을 가지고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사실상 박민 사장의 이번 움직임에 힘을 실어준 셈이다. 관련 질문이 이어졌으나, 그는 추가적인 답은 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이날 회의 모두발언 당시 KBS를 향해 여러차례 날을 세워왔던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탄핵에 중독되어 일사부재의 원칙을 형해화 하고, 방통위·방심위와 같은 합의제 의결기구의 특성을 짓밟는 민주당은 KBS 박민 사장을 부정할 자격이 없으며, 방송 3법 시행도 주장할 자격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김예령 국민의힘 대변인은 "새롭게 출발하는 공영방송 KBS의 비상을 기원한다"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박민 사장의 취임사를 "공영방송 KBS의 정상화를 위한 새로운 다짐"이라고 평가했다. 도리어 "그간 KBS는 공영방송이라는 본분에서 벗어나 사실상 특정 정치집단과의 유착, 그들의 입맛에 맞는 편향된 시각의 뉴스와 정보를 제공하는 도구로 전락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공영방송 KBS는 불편부당을 핵심 가치로 삼고 국민에게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의무를 상기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국민이 납부한 소중한 수신료에 대한 값어치를 해야 한다"라며 "언론이 무너지고 언론인이 자긍심을 가질 수 없는 슬픈 시대를 공영방송 KBS가 나서 새롭게 재정립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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