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로 얼룩진 국힘 제주도 간담회... 인요한 "이러니까 욕먹어"
시작하자마자 원로당원들 "왜 혼자 떠드나" 지적... 도당 내부 분열 여실히 드러내
▲ 14일 오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제주지역 당원과의 간담회가 고성과 욕설로 얼룩졌다. ⓒ 제주의소리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제주지역 당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가는 소동이 벌어졌다. 반 년도 남지 않은 총선을 앞두고 혁신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음에도 도당 내부 분열을 여실히 드러낸 모습이다.
인 위원장은 14일 오전 제주를 찾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지역 당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허용진 도당 위원장을 비롯한 국민의힘 소속 제주도의원, 총선 출마 예정자, 주요 당직자 등이 참석했다.
허 위원장은 보수정당으로서 제주지역에서의 애환을 비롯해 정치권의 중앙집중화 현상 등에 대한 의견을 전달했다. 허 위원장은 "여기에 모인 당원들이 40~50년 당을 지켜온 분들임에도 하나같이 느끼지 못했다. 총선 때 아무런 도움을 안 준다"며 "대선 때 새벽같이 일어나 당원들을 격려하며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노력했지만, 딱 관심이 거기까지다. 이래서 개혁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지난 당 대표 선거 때 제주에 비례대표를 하나 달라고 요청했고, 김기현 대표가 약속을 했는데 아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며 "지방 정치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양지에서 발 뻗고 3선, 4선, 5선 하는 분들의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쓴소리를 냈다.
약 10분에 걸쳐 이어진 허 위원장의 발언이 끝나지 않자, 배석해 있던 한 당원이 "의사진행 발언을 하겠다"며 손을 들었고, 허 위원장이 "이 자리는 회의가 아니"라고 제지하자 소란이 커졌다.
문제를 제기한 당원은 "시간도 없고, 다른 위원들도 말을 해야하는데, 혼자만 한풀이하고 있나. 고문단이 아침 9시부터 모여있는데, 도민들도 다 알고 있는 이야기를 왜 늘어놓나"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또 다른 당원이 "젊은 사람들도 생각하시고, 이 자리에서 뭐하시는 거냐"라고 맞대응하자, 해당 당원은 "너희들끼리만 다 해먹고, 자기들끼리 도당 위원장, 당협위원장 다 나눠먹고, 당원은 누가 남았나. 내가 전두환 정권 때부터 43년 당원인데,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드나"라며 적나라한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이에 대한 반발로 "부끄러운 줄 알라", "점잖게 좀 그만 하라"는 등의 면박이 오갔고 분위기는 급격히 얼어붙었다.
▲ 14일 오전 국민의힘 제주도당사에서 열린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과 제주지역 당원과의 간담회. ⓒ 제주의소리
중재에 나선 인요한 위원장은 "제주는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다.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며 "다만 이러한 토론은 문을 닫아놓고 해야 한다. 이렇게 싸우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우리 국회의원들이 미움을 사는 이유"라고 했다.
인 위원장은 "문을 닫아놓고는 우리끼리 소리를 지르고, 무슨 얘기를 해도 다 좋다"며 "개인적인 감정은 조금씩 자제해달라"며 간담회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한편, 인 위원장은 혁신위의 '험지출마론'과 연계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제주 출마 요구에 대해 "제주도민들도 어려움을 안고 결단하는 것에 대해 다 아는만큼 보상할 것이라고 본다"며 "결단은 본인이 해줘야겠지만, 주신 말씀 (원희룡)장관에게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이는 글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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