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인요한 혁신안 거부... "내 처신은 내가 알아서"
'수도권 험지 출마 혹은 불출마' 요구 불수용 뜻...'윤심' 발언 두고도 "바람직하지 않다" 직격
▲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다." - 김기현 국민의힘 당 대표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와 관련한 본인의 거취에 대해 질문이 나오자 "관심 가져주는 건 고맙다"라며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사실상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제안을 공개적으로 거부한 셈이다. 김 대표와 인 혁신위원장 사이 갈등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앞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당 지도부 영남 중진 친윤 의원들을 향해 '수도권 험지 출마 혹을 불출마'를 강력 권고했다(관련 기사: 국힘 혁신위 "당 지도부-친윤, 총선 불출마 혹은 험지 출마 요구"). 그러나 당의 분위기는 대체로 침묵하거나 부정적이었다. 특히 김기현 대표는 기자들의 물음에도 연일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아 왔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요구에 장제원 의원 등 소위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는 이들의 반발은 계속됐다. 그러자 여의도에서는 '윤심'이 인 위원장과 윤핵관 중 어느 쪽에 있는지를 두고 여러 추측이 엇갈렸다.
인 위원장은 지난 15일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와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대통령과 사전교감이 있었는지 질문이 나오자 "사실은 거침없는 얘기 하려고 한 열흘 전에 제가 좀 여러 사람을 통해서 대통령을 뵙고 싶다고 그랬다"라고 입을 열었다.
인 위원장은 "대통령에 직접으로 연락 온 건 아니다"라면서도 "돌아서 온 말씀이 '만남은 오해의 소지가 너무 크다, 그래서 그냥 지금 하고 있는 거를 그냥 소신껏, 생각껏 맡아서 임무를 끝까지, 그렇게 우리 당과 우리가 필요한 거를 그냥 거침없이 해라' 이런 신호가 왔다"라고 주장했다. 인 위원장의 혁신안에 '윤심'도 동의하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인 위원장의 발언에 대해 묻는 기자들에게 "당 내부 문제는 당의 공식 기구가 있다"라고 답했다. "당 지도부가 공식 기구와 당내 구성원과 잘 협의해서 총선을 준비하고, 당내 문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이라며 "잘 작동 중이다"라는 설명이었다.
이어 "혁신위도 그 공식 기구 중 하나"라며 "혁신위가 제안한 여러 가지 발전적 대안에 대해서는 말씀드린 것처럼 존중하고, 그것이 공식 기구를 통해서 잘 논의되도록 절차 중에 있다"라고 밝혔다. 혁신위 역시 당내 기구 중 하나에 불과하며, 혁신안을 수용할지 말지 역시 당 지도부가 논의해서 판단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발언이다.
특히 "당무에 개입하지 않고 있는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서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본인이 당 대표로 당선된 전당대회에서 적극적으로 '윤심 마케팅'을 펼쳤던 그가, 지금은 대통령의 '당무 개입'이라며 거리를 둔 셈이다.
▲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1월 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혁신위 제5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남소연
혁신위 일각에서는 '조기 해체'까지 거론하며, 혁신안 불수용 움직임을 향한 반발이 나오는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용 들러리가 되지는 않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혁신위 내부에서 논의하는 건 내부에서 논의하는 것이지, 제가 왈가왈부하는 건 적절치 않다"라며 "그 문제는 혁신위 내부에서 잘 의논해서 할 것"이라며 구체적인 답을 피했다.
이준석 "인요한, 대통령이 당무 개입했다고 선언한 건가?"
한편 김기현 체제가 1~2주 내에 무너질 것이라고 경고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의 '윤심' 발언을 두고 "인요한 위원장이 말실수를 했다"라고 반발했다(관련 기사: '영남 중진 불출마', 대통령 뜻? 이준석 "김기현 2주 내 쫓겨날 것" https://omn.kr/26etc).
이 전 대표는 같은 날 오전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인 위원장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면 지금 여당의 혁신위가 했던 많은 일들이 대통령실의 지시로 이뤄진 것이다"라며 "아니면 교감 하에 이뤄졌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이 당무에 개입했다고 선언한 게 아니냐"라는 지적이었다.
그는 "지금 큰 틀의 문제가 당이 입법부로서 독립적인 기능을 하기 보다는 결국 용산에 종속된 조직인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이라며 "혁신안마저도 어쩌면 대통령실에서 내린 것처럼 만들어버렸으니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게 만약 뒤에 큰 힘없이 하고 있으면 그냥 (인요한 위원장의) 공갈인 것이고, 만약 (윤석열 대통령 등) 힘이 담보돼 있으면 당무 개입"이라며 각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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