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아이돌 오디션 부진... '유니버스 티켓'은 다를까?
[TV 리뷰] SBS <유니버스 티켓> 케이팝 유명 기획사 대비 낮은 인지도 극복할까?
▲ SBS '유니버스 티켓' ⓒ SBS
SBS 신규 아이돌 오디션 예능 <유니버스 티켓>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지난 18일 첫 방영된 <유니버스 티켓>은 SBS이 2021년 <라우드>에 이어 선보이는 아이돌 그룹 데뷔 멤버 선발을 위한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다. 그동안 SBS는 다양한 오디션 예능을 통해 타 지상파 채널과의 차별성을 도모한 바 있었다.
< K팝스타 > <더 팬> 등 다채로운 장르를 아우르는 음악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주말 저녁을 장식하며 선전을 펼쳤고 현재 음악계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는 스타들을 다수 배출했다. 하지만 아이돌 그룹 예능에선 아직 걸음마 단계에 놓여 있다. 박진영의 JYP와 싸이의 P-Nation 소속 차세대 보이그룹 멤버 선발을 목표 삼은 <라우드>만 하더라도 프로그램 및 데뷔 그룹의 화제성 부족 등이 맞물려 성공적인 오디션으로 보기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도 SBS는 또 비슷한 소재의 프로그램을 내세웠다. 최종적으로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82명이 출전한 <유니버스 티켓>은 향후 2년 6개월 동안 활동하게 될 프로젝트 걸그룹의 서막을 알리고 있다. KBS, MBC 등 타 지상파 아이돌 오디션이 변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전례에도 불구하고 SBS는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밀었다. (데뷔조 인원수는 총 8명이다)
▲ SBS '유니버스 티켓' ⓒ SBS
일반적인 아이돌 오디션 하면 엠넷의 <프로듀스 101> 시리즈에서 봐왔던 것처럼 연습생 참가자들의 상견례, 각자 준비한 퍼포먼스를 심사위원에게 보여주고 등급을 부여 받는 전개가 1회를 채우곤 했다. 그런데 <유니버스 티켓>에선 이와 같은 방식에서 살짝 탈피했다. 참가자들을 한 명씩 무대로 소환하면서 프로필만으로 진행된 사전 투표 순위를 곧바로 발표했다.
뿐만 아니라 이 순위를 토대로 곧장 1대 1 배틀로 돌입했다. 촬영일 기준 일주일 동안 소위 '배틀 위크'를 진행하면서 참가자 중 절반이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첫 과정으로 1~41위 참가자들은 42위~82위 참가자 중 한 명을 선택해 배틀을 진행한다. 여기서 승리를 거두면 베네핏을 획득해 다음 라운드 진출의 유리한 위치를 점유할 수 있다.
여타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기존 걸그룹 멤버 및 경력자, 혹은 여러 오디션 예능 출연자 등 시청자들에게 낯익은 참가자들이 속속 등장한 가운데 사전 투표 1위는 의외의 인물이 차지했다. 미얀마에서 온 리엘이 한국-일본-중국 등 각국 참가자들을 제치고 깜짝 1위에 오른 것이다. 각종 오디션 예능에서 동남아 지역 참가자를 만나기 힘들었던 사례를 떠올리면 리엘의 등장은 이변에 가까웠다.
첫회부터 1대 1 배틀... 실망 안겨준 경력직 참가자들
▲ SBS '유니버스 티켓' ⓒ SBS
<유니버스 티켓>에선 김세정, 효연(소녀시대), 리안(라치카), 윤하, 아도라 등 '유니콘'으로 이름 붙여진 심사위원 5명이 평가를 진행했다. 초반 대결에선 사전 투표 하위권 참가자들이 상위권 경쟁자에 승리를 거두면서 투표 순위=실력순이 결코 아님을 증명해보였다.
어린 나이에도 당차게 노래와 춤을 선보인 출연자를 바라보며 유니콘들은 흐뭇한 미소 속에 격려와 칭찬, 보완점 등을 지적하며 시청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수긍가는 심사평을 내렸다. 반면 오디션 예능답게 날카로운 독설도 등장했다. 걸그룹 다이아 출신 권채원, 현재 활동중인 그룹 버스터즈 멤버 전지은은 불안한 보컬과 퍼포먼스를 보여준 탓에 다수의 심사위원들은 한숨과 더불어 어두워진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프로듀스 101> 출신 배우 겸 가수 김세정은 "저는 걸그룹한테 실력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실력을 들키면 안 된다"라고 말하면서 "부족할지언정 완성은 해내야죠"라고"(그 타이틀이) 많이 무의미한 것 같다"라고 예리한 평가를 내렸다. 싱어송라이터 윤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새로운 도전을 하기 위해선 원래 하던 방식 대로 하면 절대 안 된다"라는 말과 더불어 "계속해서 배워 나가야 하는 거다"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케이팝 명가 대비 낮은 인지도... 경쟁력 마련할 수 있을까?
▲ SBS '유니버스 티켓' ⓒ SBS
<유니버스 티켓>에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공존한다. 지상파 TV에서 주말 저녁 시간대를 할애할 만큼 비교적 공을 들여 제작하는 프로그램이기에 현재 4세대 선배 걸그룹에 견줄 만한 팀 탄생의 가능성 마련에 관심이 모일 수밖에 없다. 반면 지상파 채널의 아이돌 오디션 부진 전례에 비춰볼 때 <유니버스 티켓> 또한 그러한 범주를 벗어나지 못할 거라는 냉소적인 반응도 존재한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팀이지만 과연 하이브, JYP 등 이미 해외 케이팝 팬들에게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잡은 업체 대비 SBS표 걸그룹이 경쟁력을 지날 수 있겠느냐 라는 회의론을 극복할 수 있느냐가 이 프로그램 및 향후 탄생할 데뷔조 그룹의 미래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공교롭게도 같은날 하이브는 자체 오디션 유튜브 프로그램을 통해 '캣츠아이'라는 6인조 팀을 완성시켰다. JYP 또한 미국 오디션을 통해 6인조 비춰(VCHA)를 만들어 본격적인 데뷔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반면 <유니버스 티켓>의 걸그룹은 신생 업체(F&F 엔터테인먼트)의 매니지먼트 속에 2년 6개월 동안 활동에 힘하게 된다. 자본력은 존재하지만 기존 케이팝 유명 기획사 및 엠넷 같은 방송 채널 대비 낮은 해외 인지도 및 브랜드 파위 약세를 뛰어 넘을 자신만의 강점을 이번 오디션을 통해 마련하지 못한다면 그냥 스쳐지나가는 콘텐츠에 머물 수도 있기에 단단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방영 직전부터 불거진 몇몇 시청자들의 냉소적 반응을 극복하는 것 역시 <유니버스 티켓>의 또 다른 과제로 남아 있다. 역시 SBS의 프로그램인 <그것이 알고 싶다> '피프티 피프티 편'에서 아이돌 산업을 도박에 비유한 내용으로 인해 "아이돌 산업을 도박으로 표현한 방송국이 아이돌 그룹 만드냐?"라는 식의 쓴소리가 일부 들려왔다. 어찌보면 자기 모순적인 프로그램 제작이 아니냐는 지적인 것이다. 이와 같은 사항들을 살펴보면 비교적 무난한 첫 회를 방영했지만 아직까지 프로그램 및 그룹의 성공을 예감하기엔 <유니버스 티켓>은 여전히 안개 싸인 미로 속에 놓여 있다.
덧붙이는 글
필자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수록되는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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