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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흡하지만 부실은 아니다? 팔현습지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

금호강공대위, 대구지방환경청 앞 규탄 기자회견... "가처분소송으로 맞설 것"

등록|2023.11.22 11:01 수정|2023.11.22 11:01

▲ 금호강 공대위를 비롯한 대구시민사회가 대구지방환경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환경영향평가 거짓부실위를 통해 면죄부를 줬다고 대구지방환경청을 규탄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절차적 요식행위로 대구시민들과 팔현습지의 친구들을 우롱한 대구지방환경청을 강력히 규탄한다!"

"우리는 팔현습지의 친구들을 지키기 위해 토건삽질족으로 전락한 환경부와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다."


지난 21일 대구지방환경청 앞이 쩌렁쩌렁 울렸다. 전날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팔현습지)'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거짓·부실 검토 전문위원회(아래 거짓부실위)' 회의 결과가 부결로 결론나자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린 것이다.

거짓부실위는 사업부지에 법정보호종 3종만 살고 있다고 기재한 환경영향평가에 대해 시민단체가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13종이 확인됐다고 반박하면서 열렸다. 하지만 회의에 참석한 전문위원들은 "(당시 환경영향평가에) 미흡한 점은 있지만, 거짓·부실에 해당하지는 않는다"라며 "법정보호종 출현에 시간과 계절적인 차이가 있을 수 있고, 현장 조사에서 통상적인 주의 의무를 위반할 정도의 문제는 없었다"라고 결론냈다.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 소송도 불사하겠다"
 

▲ 환경단체와 대구지역사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개발업자에게 면죄부를 준 것에 대해 대구지방환경청을 강력히 성토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시민 단체는 즉각 반발했다. 금호강 난개발 저지 대구경북공동대책위원회(금호강 공대위), 낙동강네트워크, 대구시민단체연대회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대구지부는 21일 기자회견에서 "엉터리 환경영향평가에 면죄부를 주었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거짓부실위 개최는)귀찮은 민원에 대한 대응 차원의 절차적 요식행위를 한 것뿐"이라며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 사업을 환경부(대구지방환경청)가 심의하는 이상한 구조하에서 우리가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것이 정말 순진하지 않았나 싶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짓부실위가 무산됐다고 이대로 낙담하고 물러날 수는 없다. 공사중지가처분소송도 불사하면서 이제 본격적인 싸움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에서는 규탄 발언이 쏟아졌다. '금호강 예술행동'을 꾸준히 벌여오고 있는 '금호강 디디다' 소속 음악인 서민기씨는 "법정보호종, 멸종위기종, 한해살이, 400년 넘은 왕버드나무 등 수많은 생명들이 존재하는 팔현습지를 망가뜨리는 이 사업은 없어져야 한다"라며 "팔현습지를 살아가는 생명들이 온전하게 존재하길 간절히 바란다"고 소회를 밝혔다.

장수연 대구경북목회자정의평화협의회 목사는 "기거하던 집에서 쫓겨나 보았는가? 주거지를 침탈 당해 보았는가?"라고 되물으며 "팔현습지는 금호강 구간에 유일하게 자리한 야생동물의 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팔협습지에는 하나님의 선한 피조물로서 당당히 보호받아야 할 법정보호종 13종이나 있다. 팔현습지를 국가습지로 지정하라"라고 주장했다.  
 

▲ 금호강 공대위 박호석 대표가 규탄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승렬 대구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은 거짓부실위의 구조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이 상임의장은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비판이 일자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한지 여부를 검토하는 전문위원회를 열겠단다. 누가 위원으로 들어가는지 비밀에 부치지만 개발업체와 환경영향평가업 대표자들은 버젓이 검토위원회에 들어가며 개발업체들에겐 위원들에 대한 제척권까지 주어진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절차적 행정적 요식행위는 완전한 모습을 갖춘다"라고 주장했다.

박호석 금호강 공대위 대표는 "이미 대구시 관내 금호강 유역은 60% 이상이 훼손되어 있고, 팔현습지의 95% 가량도 파크골프장, 보도교 교량, 수변공원 등으로 개발돼 있다. 인간의 접근이 어려운 마지막 5%만이 자연성이 유지되어 왔는데 마지막 보루 그 5% 마저 빼앗겠다는 심보는 고약하기 짝이 없다"라며 "환경을 보전해야 할 환경청이 금호강 르네상스라는 미명하에 숨어 토건족들의 하수인으로 전락해 의무에 없는 개발에 애쓰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이날 환경단체 활동가들과 예술인들은 팔현습지 멸종위기종 가면을 쓰고 대구지방환경청 환경평가과를 찾아 거짓부실위를 다시 열어달라고 요구하는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청장 대신 서한을 받은 환경평가과 관계자는 "요구사항을 청장님에게 잘 전달하겠다"라고 말했다.
 

▲ 팔현습지의 멸종위기종 담비가 대구지방환경청장을 대신해서 환경평가과 과장에서 항의 서한을 전달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이은주 의원 "끝까지 책임 묻겠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은주 정의당 의원도 논평을 내고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엔 3종밖에 담기지 않았던 법정보호종이 지역 환경단체 조사에선 13종이 발견된 바 있다. 이게 거짓과 부실이 아니면 무엇이 거짓과 부실인 건지 대구지방환경청은 낱낱이 해명해야 할 것"이라며 "만약 조사 방법과 횟수, 계절에 따라 조사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면, 처음부터 4계절 조사를 했어야 한다. 단 며칠만의 조사로 그 지역의 생물종 조사를 마무리해 놓고, 조사를 짧게 했으니 법정보호종이 적게 발견되는 건 당연하다고 결론을 내버리는 게 상식적인가? 법정보호종을 잘 감추기만 하면 추후에 다시 발견되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 아닌가. 이런 식이라면 환경영향평가는 환경을 지킬 수 없는, 거꾸로 개발을 허용하는 면죄부 발행용 제도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대구지방환경청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애초에 낙동강유역환경청의 엉터리 소규모환경영향평가서를 협의해 준 책임이 큰데 이번에도 환경보호보다 거짓·부실 조사에 대해 눈감아주기를 택했다. 금번 '금호강 사색있는 산책로 조성사업' 소규모환경영향평가에 대해 거짓부실 작성이 아니라는 발표에 대해 통탄을 금치 못하며 관련 기관의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라 밝혔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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