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먹는 게 자꾸 신경 쓰이는 사람에게
[서평] 라리사 짐버로프 저 <음식의 미래>
50대에 들어서니 삶은 달걀이든, 두부든 단백질을 매일 챙겨 먹기 위해 신경을 쓴다. 그래야 있는 근육을 그나마 유지하고 근감소증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적색육은 혈관에 안 좋다 하니 콩과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이 마음 편하다. 채식주의는 아니지만 가끔 들르는 채식 뷔페의 콩고기 돈가스도 먹을 만하다. 식감은 좀 퍼석하지만 고기가 아니면서도 고기 맛을 즐길 수 있음에 만족한다.
건강과 단백질 섭취를 중요시 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발맞추어 식품업계에서도 다양한 식물성 단백질 식품들을 출시하고 있는 듯하다. 지난 여름엔 동물성을 아예 배제했다는 신세계푸드의 '베러 버거'가 화제가 되었고, 최근에는 품질을 개선하여 재출시한 롯데리아의 '미라클 버거Ⅱ'의 판매량이 증가 추세라고 한다. 이런 식물성 단백질 식품들의 홍보엔 대체로 친환경적이라는 문구가 빠지지 않는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고, 지구환경에 도움도 된다 하니 소비자로서 이들의 구매를 주저할 이유가 별로 없다. 한 가지 드는 의구심은 고기도 아닌데 고기맛을 내도록 감쪽같이 만들어진 이 식품들이 과연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궁금증을 푸는 데 참고할 만한 책이 최근 번역 출간되었다. 미국의 음식-기술 전문기자 라리사 짐버로프가 쓴 <음식의 미래>이다.
저자는 제1형 당뇨병 환자로서 음식의 성분에 예민하여 음식성분과 건강과의 관계를 오랜 기간 탐구해 왔다. 그런 그가 '식물성 고기', '세포 배양육' 등 급속하게 성장 중인 미국의 첨단식품 기술분야를 2015년 이래로 심층 취재하여 정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실험실 음식들이 정말 우리의 건강에 위협은 되지 않는지, 업체들의 주장대로 기후변화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비건 열풍과 함께 이미 대체 단백질 식품들이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채식 버거'로 알려진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가 대표적 업체들이다. 미국의 식물성식품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일반 육류 시장의 성장률이 2%에 그친 것에 비해 냉장 대체육 시장은 37% 성장했다고 하니 그 규모와 속도를 짐작케 한다.
저자는 임파서블푸드의 버거를 사례로 들어 건강이 우려되는 지점을 조목조목 짚는다. 첫 번째는 이 버거가 아무리 식물성이라 해도 주원료인 대두와 감자 단백질 외에 15~17가지의 첨가물들이 들어간 초가공 식품임을 지적한다. 당뇨 병력으로 가공이 많을수록 혈당부하를 높인다는 걸 알고 있는 저자로서는 바로 이 점이 소비자가 채식 버거를 마음 놓고 소비하기에 불안한 부분이라고 일갈한다.
두 번째는 식물성 버거의 고기맛을 내기 위해 필수적으로 첨가되는 유전자 변형 철분(Heme)의 잠재적 위험성이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은 점이다. 또한 대두 식물의 뿌리에서 얻은 철분(Heme)의 공정과정이 기밀이라는 이유로, 그것이 식품업계의 오랜 관행이란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밝히지 않는 점이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신뢰할 만한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는 이상 소비자로서 안심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단백질 대체식품은 동물 세포 배양육이다. 말 그대로 동물 세포에서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배양, 증식시킨 단백질인데, 일반 고기와 똑같은 식감을 가지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치킨 너겟 등의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선 지난 10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독도새우 세포배양물을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이다.
각광받는 신기술이지만, 검증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물에게서 채취한 살아있는 세포를 증식시키기 위해서는 적당한 영양소와 성장인자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어떤 물질들이 영양소로 공급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반복적인 세포 복제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세포를 먹었을 때 건강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배양육이 기후변화 개선에 기여한다는 식품업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표면적으로는 배양육의 생산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업형 축산 방식보다 적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격차가 감소하는 데다, 배양육의 생산 시스템이 재생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의 지속적 축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다.
다행히 저자는 건강과 환경면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다른 식품들도 함께 소개한다. 바로 버섯의 친척뻘인 진균을 발효해 얻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치킨 너겟이나 철분(heme)을 첨가하지 않은 스테이크로 판매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단 세 가지 성분만으로 만들어져 공정이 매우 단순하여 가공이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래전부터 간장, 된장 등에 곰팡이를 활용해 온 우리로서는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식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명 음식 업사이클링이라고 불리는 폐기물 재활용 음식물 즉, 주스를 짜고 남은 찌꺼기를 가지고 만든 스테이크와 토틸라 칩도 환경친화적 면에서 우수하고 맛도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희망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신생 식품업체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투자와 판로 때문에 대기업에 흡수되어 생산, 제조과정의 투명성에는 눈 감은 채, 질 낮은 상품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래에 식품의 선택지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목초지에서 자란 동물의 고기부터 산업화한 농장에서 길러진 고기, 식물성 단백질과 배양육들까지. 이런 다양한 선택지 앞에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태도일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꼼꼼하게 정보를 읽고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고자 하는 노력만이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식품산업 체계에 도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읽고 나면 먹을거리를 직접 길러서 스스로 요리해 먹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정직한 농부가 기른 자연 그대로의 식품들을 오래오래 맛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물론 생화학자나 유전학자들이 만든 미래의 첨단 식품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권한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적색육은 혈관에 안 좋다 하니 콩과 두부 등 식물성 단백질이 마음 편하다. 채식주의는 아니지만 가끔 들르는 채식 뷔페의 콩고기 돈가스도 먹을 만하다. 식감은 좀 퍼석하지만 고기가 아니면서도 고기 맛을 즐길 수 있음에 만족한다.
맛도 그럭저럭 괜찮고, 지구환경에 도움도 된다 하니 소비자로서 이들의 구매를 주저할 이유가 별로 없다. 한 가지 드는 의구심은 고기도 아닌데 고기맛을 내도록 감쪽같이 만들어진 이 식품들이 과연 건강에는 별 문제가 없을까 하는 점이다. 이런 궁금증을 푸는 데 참고할 만한 책이 최근 번역 출간되었다. 미국의 음식-기술 전문기자 라리사 짐버로프가 쓴 <음식의 미래>이다.
▲ <음식의 미래> 책 표지 ⓒ 갈라파고스 출판사
저자는 제1형 당뇨병 환자로서 음식의 성분에 예민하여 음식성분과 건강과의 관계를 오랜 기간 탐구해 왔다. 그런 그가 '식물성 고기', '세포 배양육' 등 급속하게 성장 중인 미국의 첨단식품 기술분야를 2015년 이래로 심층 취재하여 정리한 결과가 바로 이 책이다. 이 책은 실험실 음식들이 정말 우리의 건강에 위협은 되지 않는지, 업체들의 주장대로 기후변화를 개선하는 데 일조하는지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다.
책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비건 열풍과 함께 이미 대체 단백질 식품들이 대중화되고 있는 추세라고 한다. '채식 버거'로 알려진 임파서블푸드와 비욘드미트가 대표적 업체들이다. 미국의 식물성식품협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일반 육류 시장의 성장률이 2%에 그친 것에 비해 냉장 대체육 시장은 37% 성장했다고 하니 그 규모와 속도를 짐작케 한다.
저자는 임파서블푸드의 버거를 사례로 들어 건강이 우려되는 지점을 조목조목 짚는다. 첫 번째는 이 버거가 아무리 식물성이라 해도 주원료인 대두와 감자 단백질 외에 15~17가지의 첨가물들이 들어간 초가공 식품임을 지적한다. 당뇨 병력으로 가공이 많을수록 혈당부하를 높인다는 걸 알고 있는 저자로서는 바로 이 점이 소비자가 채식 버거를 마음 놓고 소비하기에 불안한 부분이라고 일갈한다.
두 번째는 식물성 버거의 고기맛을 내기 위해 필수적으로 첨가되는 유전자 변형 철분(Heme)의 잠재적 위험성이 분명하게 규명되지 않은 점이다. 또한 대두 식물의 뿌리에서 얻은 철분(Heme)의 공정과정이 기밀이라는 이유로, 그것이 식품업계의 오랜 관행이란 이유로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밝히지 않는 점이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신뢰할 만한 분석 결과를 내놓지 않는 이상 소비자로서 안심할 수 있는지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가 주목하는 또 다른 단백질 대체식품은 동물 세포 배양육이다. 말 그대로 동물 세포에서 채취하여 실험실에서 배양, 증식시킨 단백질인데, 일반 고기와 똑같은 식감을 가지는 것이 장점이다. 현재 미국과 싱가포르에서 치킨 너겟 등의 상품으로 판매되고 있고, 우리나라에선 지난 10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가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독도새우 세포배양물을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상태이다.
각광받는 신기술이지만, 검증해야 할 부분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동물에게서 채취한 살아있는 세포를 증식시키기 위해서는 적당한 영양소와 성장인자가 공급되어야 하는데, 어떤 물질들이 영양소로 공급되는지 공개되지 않는다. 반복적인 세포 복제과정에서 야기될 수 있는 유전자 변형 세포를 먹었을 때 건강의 안정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한다.
저자는 배양육이 기후변화 개선에 기여한다는 식품업체의 주장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표면적으로는 배양육의 생산 단위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산업형 축산 방식보다 적게 나타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그 격차가 감소하는 데다, 배양육의 생산 시스템이 재생에너지에 의존하지 않는 한 이산화탄소의 지속적 축적으로 지구 온난화에 끼치는 영향이 훨씬 클 수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인용하고 있다.
다행히 저자는 건강과 환경면에서 긍정적으로 여겨지는 다른 식품들도 함께 소개한다. 바로 버섯의 친척뻘인 진균을 발효해 얻는 단백질이다. 이 단백질은 치킨 너겟이나 철분(heme)을 첨가하지 않은 스테이크로 판매되고 있는데, 무엇보다 단 세 가지 성분만으로 만들어져 공정이 매우 단순하여 가공이 적다는 점이 특징이다. 오래전부터 간장, 된장 등에 곰팡이를 활용해 온 우리로서는 쉽게 친숙해질 수 있는 식품으로 보이기도 한다.
일명 음식 업사이클링이라고 불리는 폐기물 재활용 음식물 즉, 주스를 짜고 남은 찌꺼기를 가지고 만든 스테이크와 토틸라 칩도 환경친화적 면에서 우수하고 맛도 뛰어나다고 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런 희망적인 제품을 개발하는 신생 식품업체들의 미래를 낙관적으로만 보지는 않는다. 투자와 판로 때문에 대기업에 흡수되어 생산, 제조과정의 투명성에는 눈 감은 채, 질 낮은 상품 판매로 이어질 가능성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
"... 신생 식품업계가 거대 식품기업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르고, 대기업의 투자를 받아들이고, 오래된 기존 브랜드에 흡수되어 버리는 상황에 경각심을 일깨우려는 것이 (책을 쓴) 목적이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소규모 업체들이 소비자가 현명한 선택을 했다고 느끼게 만들면서도 실제로는 소비자를 대기업과 똑같이, 간편식과 값싼 저품질 고열량 스낵이 가득한 진열장 앞으로 안내한다는 게 나의 불만이다."(158쪽)
결론적으로 저자는 미래에 식품의 선택지가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목초지에서 자란 동물의 고기부터 산업화한 농장에서 길러진 고기, 식물성 단백질과 배양육들까지. 이런 다양한 선택지 앞에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태도일 것이다.
우리가 먹는 음식에 무엇이 들어가는지, 어디서 만들어지는지 꼼꼼하게 정보를 읽고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건강한 음식을 선택하고자 하는 노력만이 건강한 먹거리와 지속가능한 식품산업 체계에 도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읽고 나면 먹을거리를 직접 길러서 스스로 요리해 먹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정직한 농부가 기른 자연 그대로의 식품들을 오래오래 맛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은 물론 생화학자나 유전학자들이 만든 미래의 첨단 식품에 관심있는 분들에게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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