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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2041년이면 이렇게 된답니다... 이 나라를 보세요

[이봉렬 in 싱가포르] 한국과 비슷한 출산율로도 4배 넘게 인구 증가한 싱가포르의 비결

등록|2023.11.28 07:09 수정|2023.11.28 07:09

▲ 통계청 인구상황판. 매년 늘어나던 인구가 2021년 이후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2041년이면 5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때는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의 35%가 넘게 됩니다. ⓒ KOSIS


올해 2분기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0.7명, 이는 역대 최저일 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국가를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합계출산율이 2.1은 되어야 인구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1984년(1.92명)에 1명대로 떨어진 후 지금까지 계속 줄어들다가 2018년에 0.97명을 기록하며 1명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이 여파로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을 정점으로 이미 줄어들기 시작했고, 2041년이면 5000만 명 이하로 떨어질 거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출산율의 하락으로 인한 인구의 감소는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낮추고, 군 병력 감소에 따른 국가 안보 문제부터 지방소멸문제, 연기금 고갈 등으로 인한 세대 간 갈등까지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수많은 어려움을 부르게 될 겁니다. 정부는 인구감소를 막기 위해 지난 15년간 280조 원이 넘는 예산을 들여 출산을 독려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인구 감소를 막을 방법이 출산율을 끌어올리는 것 말고 다른 건 없을까요? 합계출산율이 2.0 이하인 나라가 100개가 넘는데, 그 많은 나라들이 모두 우리와 같이 인구가 줄고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통해 적정 인구를 유지하고 있는 건 아닌지 확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그래서 찾은 것이 싱가포르의 사례입니다.

세계 최저 출산율에도 인구가 늘고 있는 싱가포르
  

▲ 1990년 이후 세계 최저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한국과 싱가포르의 합계출산율. ⓒ Our World in Data


싱가포르는 독립을 했던 1965년만 해도 합계출산율 4.5가 넘는 나라였습니다. 하지만 1970년대 후반에 2 이하로 떨어진 후 1990년부터는 한국과 함께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두고 경쟁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UN인구기금'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9로 전 세계에서 가장 낮고, 싱가포르가 1.0으로 바로 그 앞에 놓여 있습니다. 출산율만 놓고 보면 싱가포르 역시 우리와 같이 인구가 줄어들어야 합니다.

하지만 싱가포르 인구는 줄지 않고 있습니다. 줄지 않는 수준이 아니라 매년 일정 폭으로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비교를 해 보자면 2000년에 한국의 인구는 약 4700만 명이었는데 2022년에는 약 5160만 명으로 9.5%가 증가했습니다. 싱가포르의 경우 2000년에 약 402만 명이던 인구가 2022년에는 약 591만 명으로 46%가 늘었습니다.

출산율은 비슷한데 인구의 증가폭이 4배가 넘는다면 인구 증가를 위한 다른 방법이 있다는 뜻입니다. 그 방법은 바로 적극적으로 이민을 받아들이는 겁니다.

2022년 싱가포르에서 출생한 아이의 수는 3만 429명입니다. 최근 5년간 연평균 출생아 수 3만 1800명에 비해 1000명 넘게 줄었고, 합계출산율도 1.04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사망자 수는 2만 6891명으로 1960년 이후 가장 많습니다. 출생아 수와 사망자 수를 가지고 계산해 보면 인구 증가는 3000명 남짓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2022년 563만 명에서 2023년 6월 591만 명으로 5% 증가했습니다. 그 비결을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싱가포르에서 태어나지 않은 외국인 2만 3082명이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했습니다. 같은 기간 국적 취득 대신 영주권을 취득한 수도 3만 4493명이나 됩니다. 매년 새로 태어나는 아이보다 많은 수가 시민권이나 영주권을 받아 싱가포르 인구를 늘리는 것입니다.

새로 시민권자나 영주권자가 되는 외국인에게 싱가포르 정부가 요구하는 교육수준과 임금수준에 대한 기준이 높기 때문에 이들은 싱가포르에서도 중상류층에 속합니다. 연령대를 살펴보면 새로운 시민권자의 73%가 40세 이하고, 영주권자의 경우는 88%가 40세 이하라서 경제활동인구의 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됩니다. 경제력이 있는 영주권자들이 갑자기 늘어나서 싱가포르의 아파트값을 오르게 만든다 해서 2010년 이후로는 매년 일정한 숫자를 정해 유입폭을 조절하고 있습니다.
  

▲ 싱가포르의 인구 구조. 싱가포르 국적을 가지고 있는 수는 전체 인구의 60% 정도이고, 나머지는 모두 외국인입니다. 싱가포르 체류 외국인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관리하고 있습니다. ⓒ SINGAPORE MOM


신규 시민권자와 영주권자 외 싱가포르의 인구를 늘리는 건 외국인 신분으로 싱가포르에 체류하는 이들입니다. 이들의 수가 전체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합니다. 싱가포르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 직장을 구해 일하는 사람과 그 가족들이 여기에 해당되고, 가사도우미와 유학생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싱가포르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며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고 있지만 계약이 끝나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고 있습니다.

새로 유입되는 시민권자와 영주권자가 장기적으로 싱가포르의 인구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는 데 기여한다면, 체류 외국인의 경우에는 싱가포르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경제활동인구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1965년에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할 때만 해도 가난한 어촌 마을에 불과하던 싱가포르가 2023년 1인당 명목 국내총생산(GDP) 8만 7833달러로 세계 5위, 아시아 1위를 차지하는데 이러한 적극적인 이민자 유입이 큰 역할을 했습니다.

이민자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 UN인구기금이 지난 4월에 발간한 '2023 세계인구보고서’ 표지. 외국인 이민자가 인구감소 국가의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적었습니다. ⓒ UNFPA


이민자가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UN인구기금'이 지난 4월에 발간한 '2023 세계인구보고서'에도 주요하게 언급되고 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자들이 해외에서 버는 임금은 국내에서 비슷한 일을 하면서 벌 수 있는 임금의 몇 배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이민자 가족뿐만 아니라 그들이 속한 국가의 실업과 불완전 고용을 줄이고, 빈곤 감소에 기여하며, 보다 광범위한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촉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민을 보내는 나라는 좋지만 이민을 받아들이는 나라는 어떤 이득이 있는지 물을 수도 있을 겁니다.

보고서는 거기에 대해 명확한 답을 하고 있습니다. 이민을 받아들이는 국가는 이민자로 인해 전체 GDP가 증가하고, 특정 분야의 부족한 노동력을 채울 수 있으며, 경제 활성화로 인해 고용시장에 신규 수요를 창출하여 외국에서 온 이민자가 해당 국가의 기존 노동자에게 추가적인 고용 기회를 주는 등의 다양한 이득을 본다고 합니다.

노동 시장과 거시 경제 외에도 젊은 이민자의 유입이 인구 노령화 속도가 빠른 고소득 국가의 연금 시스템에 대한 압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한 내용은 한국을 두고 하는 이야기로 들립니다. 한마디로 이민을 통한 노동력의 유입은 이민을 보내는 나라와 받는 나라 양쪽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겁니다.

그래도 외국인이 많이 들어오면 내국인의 고용이 감소하는 게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2018년 여성가족부의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노동자가 내국인 일자리에 위협적 요인이거나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응답한 비율은 각각 33%, 34%였습니다.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외국인 이민자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 여성가족부가 조사한 국민다문화수용성조사 결과. 우리 국민 셋 중 한 명은 외국인 취업자가 일자리를 위협하고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KDI

 
이와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020년 펴낸 '외국인 및 이민자 유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는 이렇게 답을 합니다.

"본 연구에서 이민자의 유입이 많았던 지역에서 내국인 일자리의 총량이 감소한 증거는 찾을 수 없었다. 따라서 이민자와 내국인의 숙련 수준은 평균적으로 완벽한 대체관계가 아님을 시사한다. (중략) 이민자의 유입은 내국인 일자리의 전체적인 숙련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외국인 이민자가 저숙련 단순기능직이 필요한 일자리를 채우는 대신 내국인은 고용시장의 신규 수요로 인해 그보다 높은 수준의 일자리를 맡게 된다는 겁니다.

지역 인구 관점에서도 마찬가지로 긍정적인 효과가 있습니다. 보고서는 "이민자 유입은 중소도시의 인구 감소 속도를 늦출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이민자가 많이 늘어난 지역에서 내국인이 지역을 떠나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직업적인 이유로 내국인이 유입되는 경향이 관찰되었"다고 적었습니다.

인구문제 해결할 대안?
 

▲ 고층 빌딩으로 둘러싸인 싱가포르 금융 지구의 라우 파 삿 호커 센터에 사람들이 가득하다. ⓒ 연합뉴스


2023년, 우리나라에 거주하는 외국인주민 수는 226만 명으로, 총인구 대비 4.4% 수준입니다. 주변에 많은 외국인이 보여서 그 수가 많은 것 같지만 외국인 수가 영주권자와 체류 외국인을 포함해서 40%나 되는 싱가포르에 비하면 10분의 1 수준입니다. 그럼 우리도 싱가포르처럼 이민을 통한 인구문제 해결이 가능할까요?

올해 초 '한국행정연구원'이 펴낸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에 보면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외국인을 우리나라 국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45.6%만이 동의한다고 했고, 동의하지 않는다는 응답(25%)과 중립(29.3%)이라는 응답이 절반을 넘었습니다.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이 같은 부정적인 인식이 개선되지 않은 한 이민을 통한 인구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거기에 차별 행위를 막는 차별금지법 하나 제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외국인 이민자가 들어 왔을 때 예상되는 인종 간 다툼도 이민자 확대에 걸림돌이 될 것입니다.

그럼에도 인구문제는 우리가 당면한 숙제이고, 획기적인 출산율 제고 방안이 나오지 않는 한 외국인 이민을 통한 해결은 분명한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인구감소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문제를 그대로 안고 갈 것인지,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싱가포르 모델로 갈지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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