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울고 싶은 북한 뺨 제대로 때려줬다"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 센터장
북한이 지난 21일 밤 10시 40분경 군사 정찰위성 쐈다. 북한이 정찰위성 쏜 것은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두 번은 실패했지만, 이번엔 궤도에 진입까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석열 정부는 9.19 군사합의의 일부 조항 효력을 정지시켰고, 북한은 아예 폐기를 선언했다.
9.19 군사합의를 둘러싼 남북의 선택으로 인해 한반도 분위기는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을 들어보고자 지난 25일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 센터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지금 상황, 북한에겐 '땡큐'"
- 21일 밤 북한이 정찰 위성 쏜 후 남북 관계가 급랭되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정찰위성 발사는 기본적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국제 질서와 규범에 대한 도발이 틀림없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북한은 자기의 권리를 행사했다고 하니,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을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 북한에 대해 별도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 왜 지금 정찰 위성을 쏜 건가요?
"북한은 2021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나온 뒤 정찰 위성 발사를 꾸준히 노력했고요. 지난 5월과 8월에 발사 시험했다가 실패했고 10월 말까지 또 쏜다고 했다가 일시적으로 일정이 지연됐는데 김 위원장이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준비가 됐으니까, 발사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 우리 같은 경우 한 번 실패하면 준비 과정이 오래 걸리는데, 북한은 얼마 안 걸리잖아요. 왜 차이가 있는 걸까요?
"인공위성을 위성 궤도에 진입시킨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북한은 이미 2012년과 2016년에 성공한 적이 있어요. 북한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찰 위성을 인공위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건 이미 확보한 기술이라고 봐야 하죠. 지난 5월과 8월에 연속 실패한 것은 두세 가지의 어떤 다른 요소들이 추가돼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첫 번째로는 궤적을 변화시킨 건데요. 북한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정남향으로 필리핀 동부 해상으로 발사하는 궤적이 예전에 사용하던 궤적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쏜 것은 직선이 아니고 마치 야구의 커브볼처럼 중국 쪽으로 기울어졌다가 필리핀 쪽에 갔을 때 다시 필리핀 앞바다로 오는 좀 특이한 형태의 궤적이 나타난 거죠. 아마 로켓 운영에 무리를 줘서 실패했던 게 아닌가 싶고요.
또 하나는 과거 2012년, 2016년에 발사한 것은 아마도 그 위성 탑재물이 달랐을 겁니다. 탑재물이 있긴 있지만 기계들이 제대로 들어간 장치가 아니고 훨씬 더 가벼운 장치일 수가 있어요. 이번에는 최소한 300kg 이상으로 보이는 기계 장치가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예전과 달리 위성 궤도에 진입하는 게 더 어려웠을 수 있어요. 이번에 10월 말까지 3차 쏜다고 하다가 한 달 뒤에 다시 쏜 건데, 그 사이에 러시아 쪽 기술 자문을 받아서 미비한 점을 보완해서 결국에는 성공한 게 아닌가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 위성 기술이 우리보다 앞서가는 건가요?
"확실히 그렇다고 볼 수 있죠. 2012년 12월 처음으로 위성 궤도에 진입시킨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2016년에도 위성 궤도에 올렸었고요. 그 당시에 올렸던 은하 3-2호 또 광명성 4호 위성이 지구 궤도를 수년 동안 돌고 있었어요. 그게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서 기능 저하로 추락했다고 하죠. 다만 그 위성들이 사진을 찍거나 지상 본부와 교신을 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위성 궤도에 넣는다는 기준에만 성공이고 실질적으로 인공위성의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죠."
- 북한은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북한이 그렇게 주장했으니까 주의해서 봐야 되는데, 과거 북한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거짓말 한 적이 있어요. 1998년도 8월에 쏜 게 북한의 인공위성 제1호예요. 그 당시에 북한은 위성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고 사진도 찍은 사실이 없어요. 그런데 북한은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과 2016년도 인공위성 궤도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지상과 교신한 사실은 확인된 바가 없어요. 그렇지만 북한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말했어요. 다 거짓말입니다. 이번에도 주장은 했지만, 증거는 없어요. 북한이 또다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죠."
- 정찰 위성 쏜 게 올해 세 번째잖아요. 그러나 남한 측이 반발은 이번이 가장 강한 것 같은데 왜일까요?
"아무래도 정찰 위성 발사 자체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니까 당연히 비난과 규탄의 대상인데 위반 행위가 세 번 연속으로 이어졌잖아요. 아무래도 반발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고요. 더군다나 이번에는 위성 발사의 위성 궤도 진입이라는 차원에서 성공했잖아요. 사안의 엄중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죠."
-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시켰더니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한 건 어떻게 보세요?
"저는 크게 보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가 합의를 일부 조항 효력 정지를 했는데 그것도 제가 볼 때 매우 잘못된 것이에요. 북한도 합의 사항 전체를 파기 선언했는데 그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에 빌미를 준 건가요?
"기본적으로 북한은 처음부터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내내 파기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그렇게(군사합의) 하는 건 북한에 불리한 합의예요."
- 국민의힘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합의라고 해요.
"부분적으로는 우리의 정찰 감시 작전에 제약을 주는 등 그런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불리한 건 아니에요. 북한도 똑같이 정찰 감시 행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우리에게만) 불리한 게 아니죠. 제약이 똑같이 있으니까 공평한 거죠.
그런데 북한이 불리하다는 건 명확한 거예요. 뭐냐 하면 우리는 휴전선 인근에 감시 정찰 자산을 운용하긴 하는데 그거 말고 휴전선 25km 바깥에서도 감시해요. 그런데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있는 근거리 감시 정찰 장비 외에 원거리는 장비가 없어요. 그러면 근거리에서는 서로 공평하게 발을 묶어놓고 먼 거리에 있는 걸 내버려 두면 누가 손해예요? 북한이 손해잖아요."
-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건가요?
"울고 싶은데 뺨을 아주 제대로 맞았어요. 지금 엉엉 우는 거죠. 이런 기술적인 요소 말고도 북한은 그들의 논리상 남한을 대등한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아요. 특히 군사적으로는 더 그래요. 북한은 미국하고 전쟁을 하고 있고 미국이 한반도의 남부 지역을 강제로 점령했다고 주장해요. 그리고 남한 정부에 군사작전권이 없기 때문에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대화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하고 군사 문제에 대해서 정식으로 협상한 적도 없고 합의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2018년에는 합의를 했어요. 합의한 것 자체가 굴욕이에요. 그러니 북한은 파괴하고 싶죠.
그리고 북한은 가난한 나라예요. 가난한 나라니까 군사적으로 남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도발과 위협 통해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외교적인 협상력 얻어서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국가란 말이에요. 남한은 경제 대국이기 때문에 평화적으로 남북 관계를 관리해 통상 경제적인 활동을 계속 유지하는 게 국가 이익입니다.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선호하는 국가고 우리는 군사적 도발을 막아야 되는 나라인데 군사합의라고 하는 건 그 내용에 상관없이 군사 도발하는 나라에는 족쇄예요. 그러니까 북한은 기술적으로 보나, 명분상으로 보나, 논리적으로 보나 군사합의를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그걸 파기하게 하니까 '땡큐'죠."
"'연평도 포격' 같은 상황 발생할 수도... 완충장치 마련 시급"
- 정부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안 지키니 의미가 없다고 해요. 민주당에서는 합의를 지키라고 하는 게 맞지 효력을 정지하면 군사적 긴장이 더 커진다고 하는데, 어떤 게 맞을까요?
"저도 후자가 맞다고 봐요. 북한은 호전적인 국가로 군사적인 도발을 해야만 외교적인 협상력이 생기는 나라라고 말했잖아요. 합의가 있을 때 도발하는 것과 합의가 없을 때 도발하는 것은 다릅니다. 북한이 도발하면 국제사회를 상대로 우리가 외교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데, 군사 합의라는 설득 근거를 마련해 놓는 것이 우리에게 외교적인 지렛대가 됩니다. 지렛대가 없는 상태에서 둘 다 도발하고 또 군사적으로 맞대응하고 그러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군사적인 긴장이 높아지면 우리가 손해라고 했잖아요. 그럼,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거란 말이에요."
- 9.19 군사합의 파기로 안전핀이 뽑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맞습니다. 9.19 군사합의의 핵심적인 장점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추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도 좋아한 건데 그걸 이렇게 중단을 해버렸으니까, 옛날로 다시 돌아간 거죠. 그럼, 우리 군사 장병들의 경계 태세가 훨씬 더 강화돼야 하고 우리 군 장병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결과가 되는 거죠. 안 좋은 거죠."
- 가장 우려하는 게 우발적 충돌로 인한 국지전일 것 같아요.
"맞습니다. 우발적 충돌로 인한 국지전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고요. 그것에 대한 대책이 지금 없는 상태에서 강대강 구도가 형성돼서 굉장히 불편하고 불안하고... 이런 상황이 생긴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입니다. 우발적 충돌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국지도발도 가능하다고 봐야 됩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의 경우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의도적인 도발입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현 정부가 입장을 변경하면 좋겠어요."
- 이미 북한이 합의를 파기한 상황에서 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형식으로라든지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완충 장치가 필요합니다. 근데 지금 남북 군사 당국 간 소통 수단이 없어요. 북한에서 사람이 내려와 잡아가지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연락을 못 하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 국지전에서 확전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한반도 상황은 남북 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여러 가지 의미로 개입이 돼 있는 국제적인 구조 속에 있기 때문에 확전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지금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요. 지금 휴전선에서의 우발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소규모 국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연되고, 안보 정세 불안이 가중될 걸로 생각합니다."
9.19 군사합의를 둘러싼 남북의 선택으로 인해 한반도 분위기는 급격하게 얼어붙고 있다. 현재 상황에 대한 진단을 들어보고자 지난 25일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 센터장을 전화로 인터뷰했다. 다음은 왕 센터장과 나눈 일문일답.
▲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2일 오전 10시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평양종합관제소를 방문하고 궤도에 진입한 정찰위성 '만리경-1'호의 작동상태와 세밀조종진행정형, 지상구령에 따른 특정지역에 대한 항공우주촬영진행정형을 료해(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2023.11.22 ⓒ 연합뉴스
- 21일 밤 북한이 정찰 위성 쏜 후 남북 관계가 급랭되었는데 현재 상황 어떻게 보세요?
"정찰위성 발사는 기본적으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국제 질서와 규범에 대한 도발이 틀림없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과 미국, 일본, 유럽 등에서 강력히 반발할 수밖에 없고, 이에 대해 북한은 자기의 권리를 행사했다고 하니, 한반도 긴장이 고조될 수밖에 없어요. 문제는 중국이나 러시아가 협력하지 않으면 북한을 제재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예요. 우리 입장에서 북한에 대해 별도로 제재할 수 있는 수단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실효적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 왜 지금 정찰 위성을 쏜 건가요?
"북한은 2021년 1월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가 나온 뒤 정찰 위성 발사를 꾸준히 노력했고요. 지난 5월과 8월에 발사 시험했다가 실패했고 10월 말까지 또 쏜다고 했다가 일시적으로 일정이 지연됐는데 김 위원장이 제시한 목표 달성을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에서 준비가 됐으니까, 발사했다고 볼 수가 있겠습니다."
- 우리 같은 경우 한 번 실패하면 준비 과정이 오래 걸리는데, 북한은 얼마 안 걸리잖아요. 왜 차이가 있는 걸까요?
"인공위성을 위성 궤도에 진입시킨다는 기준으로 본다면 북한은 이미 2012년과 2016년에 성공한 적이 있어요. 북한이 가지고 있는 기술력을 기준으로 했을 때 정찰 위성을 인공위성 궤도에 진입시키는 건 이미 확보한 기술이라고 봐야 하죠. 지난 5월과 8월에 연속 실패한 것은 두세 가지의 어떤 다른 요소들이 추가돼서 문제가 생긴 게 아닌가 싶어요.
첫 번째로는 궤적을 변화시킨 건데요. 북한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정남향으로 필리핀 동부 해상으로 발사하는 궤적이 예전에 사용하던 궤적입니다. 그런데 지난 5월부터 쏜 것은 직선이 아니고 마치 야구의 커브볼처럼 중국 쪽으로 기울어졌다가 필리핀 쪽에 갔을 때 다시 필리핀 앞바다로 오는 좀 특이한 형태의 궤적이 나타난 거죠. 아마 로켓 운영에 무리를 줘서 실패했던 게 아닌가 싶고요.
또 하나는 과거 2012년, 2016년에 발사한 것은 아마도 그 위성 탑재물이 달랐을 겁니다. 탑재물이 있긴 있지만 기계들이 제대로 들어간 장치가 아니고 훨씬 더 가벼운 장치일 수가 있어요. 이번에는 최소한 300kg 이상으로 보이는 기계 장치가 들어갔어요. 그러니까 예전과 달리 위성 궤도에 진입하는 게 더 어려웠을 수 있어요. 이번에 10월 말까지 3차 쏜다고 하다가 한 달 뒤에 다시 쏜 건데, 그 사이에 러시아 쪽 기술 자문을 받아서 미비한 점을 보완해서 결국에는 성공한 게 아닌가 추정을 해볼 수 있습니다."
▲ 지난 22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 관련 뉴스가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 위성 기술이 우리보다 앞서가는 건가요?
"확실히 그렇다고 볼 수 있죠. 2012년 12월 처음으로 위성 궤도에 진입시킨 건 사실이에요. 그리고 2016년에도 위성 궤도에 올렸었고요. 그 당시에 올렸던 은하 3-2호 또 광명성 4호 위성이 지구 궤도를 수년 동안 돌고 있었어요. 그게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서 기능 저하로 추락했다고 하죠. 다만 그 위성들이 사진을 찍거나 지상 본부와 교신을 하거나 그런 적은 없어요. 위성 궤도에 넣는다는 기준에만 성공이고 실질적으로 인공위성의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죠."
- 북한은 사진을 찍었다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
"북한이 그렇게 주장했으니까 주의해서 봐야 되는데, 과거 북한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거짓말 한 적이 있어요. 1998년도 8월에 쏜 게 북한의 인공위성 제1호예요. 그 당시에 북한은 위성 궤도에 진입시키지 못했고 사진도 찍은 사실이 없어요. 그런데 북한은 성공했다고 발표했습니다. 2012년과 2016년도 인공위성 궤도에 진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제대로 지상과 교신한 사실은 확인된 바가 없어요. 그렇지만 북한은 정상적으로 작동된다고 말했어요. 다 거짓말입니다. 이번에도 주장은 했지만, 증거는 없어요. 북한이 또다시 거짓말을 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좀 더 지켜봐야죠."
- 정찰 위성 쏜 게 올해 세 번째잖아요. 그러나 남한 측이 반발은 이번이 가장 강한 것 같은데 왜일까요?
"아무래도 정찰 위성 발사 자체가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위반이니까 당연히 비난과 규탄의 대상인데 위반 행위가 세 번 연속으로 이어졌잖아요. 아무래도 반발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고요. 더군다나 이번에는 위성 발사의 위성 궤도 진입이라는 차원에서 성공했잖아요. 사안의 엄중성이 더 커졌다고 볼 수 있죠."
- 정부가 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 효력 정지시켰더니 북한이 군사합의를 파기한 건 어떻게 보세요?
"저는 크게 보면 매우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봅니다. 윤석열 정부가 합의를 일부 조항 효력 정지를 했는데 그것도 제가 볼 때 매우 잘못된 것이에요. 북한도 합의 사항 전체를 파기 선언했는데 그것도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 북한에 빌미를 준 건가요?
"기본적으로 북한은 처음부터 남북 군사합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었고, 내내 파기 하고 싶어 했어요. 그러니까 북한이 그렇게(군사합의) 하는 건 북한에 불리한 합의예요."
- 국민의힘에서는 우리에게 불리한 합의라고 해요.
"부분적으로는 우리의 정찰 감시 작전에 제약을 주는 등 그런 요소가 있는 건 사실인데 엄밀하게 말하면 불리한 건 아니에요. 북한도 똑같이 정찰 감시 행동에 제약을 받기 때문에 (우리에게만) 불리한 게 아니죠. 제약이 똑같이 있으니까 공평한 거죠.
그런데 북한이 불리하다는 건 명확한 거예요. 뭐냐 하면 우리는 휴전선 인근에 감시 정찰 자산을 운용하긴 하는데 그거 말고 휴전선 25km 바깥에서도 감시해요. 그런데 북한은 휴전선 인근에 있는 근거리 감시 정찰 장비 외에 원거리는 장비가 없어요. 그러면 근거리에서는 서로 공평하게 발을 묶어놓고 먼 거리에 있는 걸 내버려 두면 누가 손해예요? 북한이 손해잖아요."
- 울고 싶은데 뺨 때려 준 건가요?
"울고 싶은데 뺨을 아주 제대로 맞았어요. 지금 엉엉 우는 거죠. 이런 기술적인 요소 말고도 북한은 그들의 논리상 남한을 대등한 대화의 상대로 여기지 않아요. 특히 군사적으로는 더 그래요. 북한은 미국하고 전쟁을 하고 있고 미국이 한반도의 남부 지역을 강제로 점령했다고 주장해요. 그리고 남한 정부에 군사작전권이 없기 때문에 군사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 대화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해요. 북한은 지금까지 남한하고 군사 문제에 대해서 정식으로 협상한 적도 없고 합의한 적이 없어요. 그런데 2018년에는 합의를 했어요. 합의한 것 자체가 굴욕이에요. 그러니 북한은 파괴하고 싶죠.
그리고 북한은 가난한 나라예요. 가난한 나라니까 군사적으로 남한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군사적인 도발과 위협 통해서 존재감을 확인하고 외교적인 협상력 얻어서 국가 목표를 달성하는 국가란 말이에요. 남한은 경제 대국이기 때문에 평화적으로 남북 관계를 관리해 통상 경제적인 활동을 계속 유지하는 게 국가 이익입니다. 북한은 군사적 도발을 선호하는 국가고 우리는 군사적 도발을 막아야 되는 나라인데 군사합의라고 하는 건 그 내용에 상관없이 군사 도발하는 나라에는 족쇄예요. 그러니까 북한은 기술적으로 보나, 명분상으로 보나, 논리적으로 보나 군사합의를 한 것 자체가 잘못된 거예요. 그걸 파기하게 하니까 '땡큐'죠."
"'연평도 포격' 같은 상황 발생할 수도... 완충장치 마련 시급"
▲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 센터장 ⓒ 이영광
- 정부는 북한이 9.19 군사합의를 안 지키니 의미가 없다고 해요. 민주당에서는 합의를 지키라고 하는 게 맞지 효력을 정지하면 군사적 긴장이 더 커진다고 하는데, 어떤 게 맞을까요?
"저도 후자가 맞다고 봐요. 북한은 호전적인 국가로 군사적인 도발을 해야만 외교적인 협상력이 생기는 나라라고 말했잖아요. 합의가 있을 때 도발하는 것과 합의가 없을 때 도발하는 것은 다릅니다. 북한이 도발하면 국제사회를 상대로 우리가 외교적인 노력을 할 수 있는데, 군사 합의라는 설득 근거를 마련해 놓는 것이 우리에게 외교적인 지렛대가 됩니다. 지렛대가 없는 상태에서 둘 다 도발하고 또 군사적으로 맞대응하고 그러면 누가 좋아하겠어요? 군사적인 긴장이 높아지면 우리가 손해라고 했잖아요. 그럼, 북한의 전략에 말려드는 거란 말이에요."
- 9.19 군사합의 파기로 안전핀이 뽑혔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맞습니다. 9.19 군사합의의 핵심적인 장점은 남북이 군사적으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우발적인 충돌이 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가능성을 현저하게 낮추는 효과가 있거든요. 그래서 미국도 좋아한 건데 그걸 이렇게 중단을 해버렸으니까, 옛날로 다시 돌아간 거죠. 그럼, 우리 군사 장병들의 경계 태세가 훨씬 더 강화돼야 하고 우리 군 장병들의 피로도가 높아지는 결과가 되는 거죠. 안 좋은 거죠."
- 가장 우려하는 게 우발적 충돌로 인한 국지전일 것 같아요.
"맞습니다. 우발적 충돌로 인한 국지전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고요. 그것에 대한 대책이 지금 없는 상태에서 강대강 구도가 형성돼서 굉장히 불편하고 불안하고... 이런 상황이 생긴 것에 대해서 매우 유감입니다. 우발적 충돌뿐만 아니라 의도적인 국지도발도 가능하다고 봐야 됩니다. 연평도 포격 도발의 경우 우발적 충돌이 아니라 의도적인 도발입니다. 그런 것들이 가능합니다. 이런 부분에 대해 현 정부가 입장을 변경하면 좋겠어요."
- 이미 북한이 합의를 파기한 상황에서 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형식으로라든지 우발적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완충 장치가 필요합니다. 근데 지금 남북 군사 당국 간 소통 수단이 없어요. 북한에서 사람이 내려와 잡아가지고 돌려보내고 싶어도 연락을 못 하고 있다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지금 매우 위험한 상황입니다."
- 국지전에서 확전될 가능성도 있을까요?
"한반도 상황은 남북 간의 문제만이 아니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도 여러 가지 의미로 개입이 돼 있는 국제적인 구조 속에 있기 때문에 확전은 매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 앞으로 남북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세요?
"지금 계속 악화일로를 걷고 있어요. 지금 휴전선에서의 우발 충돌 가능성도 높아지고소규모 국지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한 한반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재연되고, 안보 정세 불안이 가중될 걸로 생각합니다."
덧붙이는 글
'전북의 소리'에도 중복 게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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