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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것이 어렵다면 '삼킴장애'일 수도 있습니다

[언어재활사의 말 이야기] 노인 삼킴장애를 경험하고 있다면 재활의학과를 찾으세요

등록|2023.12.26 10:10 수정|2024.01.08 12:22
'언어재활사의 말 이야기'는 15년 넘게 언어재활사로 일하며 경험한 이야기들로, 언어치료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가닿길 바라는 마음으로 쓰는 글입니다. [기자말]
'삼킴장애 / 연하곤란 / 섭식장애'

위의 세 용어는 서로 다른 글자로 구성되어 있지만, 모두 같은 사항을 가리킨다. 바로 '잘 먹지 못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말하면 흔히들 거식증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은데 거식증은 심리적인 부분과 관련이 크고, 내가 얘기하려고 하는 삼킴장애 유형과는 차이가 있다.

오늘 내가 이야기 할 삼킴장애는 바로 '노인 삼킴장애'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인 삼킴장애는 우리가 잘 인지하지 못하고 있을 뿐 의외로 주변에 매우 많다. 혹, 연세 드신 노인분의 목소리가 유난히 탁하고 가래가 낀 듯 거렁거렁 소리가 난다거나, 잘 먹지 못해서 점점 먹는 양이 줄고, 먹는 도중에 자꾸 기침을 하거나 잦은 사레 걸림이 나타난다면 삼킴 장애의 신호로 봐도 된다.

이런 신호를 감지했을 때 우리가 몇 가지 행동 변화들만 주어도 보다 나은 상태의 삼킴과 삶의 질을 나아지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증상을 가진 누군가를 주변에서 보았거나 경험하고 있다면 지금부터의 이야기를 좀 더 주의 깊게 살펴보기를 권한다.
 

▲ 삼킴장애VFSS영상 ⓒ H


삼킴swallowing은 순수 우리말로서, 무엇을 입에 넣어서 목구멍으로 넘긴다는 뜻이다. 삼킴과 같은 의미로 '연하'라는 한자어가 있다. 또, 이 삼킴을 묘사할 때 종종 쓰이는 용어로는 '섭식feeding'도 있다. 여기서 보다 정확한 삼킴장애dysphagia의 의미는 '여러 단계의 삼킴 과정 중 하나 혹은 그 이상에 장애가 생겨서 시간적, 공간적으로 삼킴 문제를 보이는 것'이다.

삼킴장애는 다양한 증상과 원인이 있지만, 신경학적 이상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의 신체가 나이가 들며 생기는 기능 저하로 인해 먹는 기능이 감소하거나 쇠퇴하고, 먹는 것이 어려워지는 상태를 노년 삼킴장애로 보면 된다.

이 이야기를 글로 써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마비 말 장애(dysarthria)로 내원한 환자때문이다. 환자를 실제 보니 발음보다는 삼킴에 더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환자의 보호자는 거의 1년 가까이 환자를 돌보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문제에 대해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했다.

적절한 치료를 하지도 않고 모시고만 있는 바람에 환자는 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정말 뼈만 남은 상태로 병원에 와서(열이 나서 응급실행) 입원 후 치료를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동안 어디서 치료받으셨어요?"라는 내 질문에 자신은 이런 치료가 있는지도 몰랐고, 재활을 해야 한다는 것도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루하루 걱정만 하고 시간을 보냈다는 거다.

처음에는 밥을 드셨던 환자분이 나중에는 모든 음식을 이유식처럼 갈아서야 먹을 수 있었다고 하신다. 물만 드시면 사레가 걸려 기침을 하시니 걱정이 되어 음식 양을 조금밖에 드릴 수가 없었다고. 보호자분은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뒤섞인 토로를 하셨다.

그래서 '아... 이건 좀 더 알려야 하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몰라서 황금시간을 놓치면 환자 당사자도 괴롭고, 돌보는 보호자도 힘들고, 나중에 치료를 하게 되면 늦어서 효과가 저하되는 경우도 있을 테니 말이다. 이 분처럼 몰라서 치료를 못 받아서 삶의 질이 떨어지고 힘들게 지내시는 분이 계실까 봐 글을 쓰기로 했다.

먹는데 불편함이 있다면 병원, 특히 재활의학과를 찾아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서 Video Fluoroscopic Swallowing Study(VFSS) 검사를 통해 삼킴장애의 정도나 어느 부분에 잔여물이 생기는지 또는 어느 부분의 움직임 저하가 있는지 또는 음식물의 단계에 따른 삼킴장애 발생 정도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에 따른 치료적 접근을 받아야 한다.

일반인들이 삼킴장애를 감별할 수 있는 가장 큰 특징은 위에서도 말했지만, 다시 한번 짚어보자면 '물과 같은 액체를 마셨을 때 사레가 잘 걸리는 것'이다. 삼킴장애가 해당되는 단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삼킨 뒤에 목에서 이물질감이 지속적으로 느껴진다거나, 액체류를 마시고 난 뒤 목소리의 변화가 생기는 경우, 자신의 침을 삼키거나 밥 먹을 때 빈번하게 사레가 걸리고, 섭취하는 음식의 양이 점차 줄고 체중이 감소 되고 있다면 '무언가 좀 이상하구나' 하고 왜 그런지 의심해 보아야 한다.

위의 사례처럼 일종의 노인성 폐렴이라고 불리는 흡인성 폐렴까지 오고서야 삼킴장애가 발생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하는 경우가 꽤 있으니 말이다.

삼킴장애는 발생한 원인이나 기간, 정도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노력하면 다시 먹는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삼킴 관련 근육강화 운동과 안전한 삼킴을 할 수 있는 보상전략 등을 이용한 치료적 접근을 통해서(일부 제한적일 수 있더라도).

먹는 것은 사는데 필수적인 요인이고, 따라서 잘 먹는 즐거움은 삶에 있어서 무척 중요하다. 노인 삼킴장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도움을 받기를 소망한다. 
덧붙이는 글 이글은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정 보완해서 올린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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