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을 위한 최후의 보루, '이곳'을 지켜주세요
고용평등상담실 사업이 지속되어야 하는 이유
▲ 억울하고 답답함을 호소하는 그녀의 격앙된 목소리를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 unsplash
*본 연재는 전국 고용평등상담실 네트워크가 공동 기획, 집필합니다.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는다. 여성노동자가 일터에서 겪는 부당함을 말할 곳이 없다".
그녀는 입사한 지 얼마되지 않아 법인대표에게 직장 내 성희롱 피해를 당했다. 용기 내 고용노동부 진정하여 성희롱을 인정 받았다. 고용노동부에서 직장 내 성희롱을 인정받으면 피해자로서 보호받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고통은 그때부터 다시 시작되었다. 회사는 피해자가 사무실에 나오지 못해 인사평가가 낮게 나와 고용을 유지할 수 없다는 이유로 해고 종용을 했다. 회사에서 그녀는 대표를 신고해 문제를 일으킨 사람이 되어 지칠대로 지친 상태로 상담실 문을 두드렸다.
노동부에서는 사업주의 의무를 강화했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직장 내 성희롱 행위자가 법인대표나 사장일 경우 퇴사를 생각하며 고충신고를 해야 한다. 주변 동료의 도움도 받기 힘들고 2차 가해는 조직적으로 이루어진다. 또한 법인대표는 사업주가 아닌 상급자로 해석되어 처벌 대상에서도 제외되어 진정해도 시정조치만 하게 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접수한 사건이 마무리가 되면 피해자가 안정적으로 회사를 다니는지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는다. 피해자가 불안함을 호소하여 드물게 현장점검을 나가도 서류에 나온 것 이상 제재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온다. 결국 또다시 사건이 일어나고 판단하기 좋은 증거가 있어야 움직이게 된다.
내담자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여러 상담기관을 찾아갔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고 마지막에 고용평등상담실을 안내받았다. 그녀는 홀로 사내대응과 법적대응을 하며 제일 힘들었던 것은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고립감이었다고 눈물을 흘렸다.
부당함에 용기 내 맞서 싸웠지만 해고 종용이라는 2차 피해와 가해자의 어이없는 변명과 숨막히는 반격이었다.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가 겪는 심리적인 압박과 고통을 어떻게 다 표현할 수 있을까.
고용평등상담실이 꼭 필요한 이유
직장 내 성희롱의 피해자가 2차 불이익을 겪는 상담은 그간의 심리적인 고충을 헤아려가면서 주의 깊게 진행할 필요가 있고 성인지감수성 또한 필수이다.
고용평등상담실이 가장 크게 차별화되는 지점은 다양한 형태의 고용상 어려움에 직면한 여성노동자들에게 내담자의 상황과 조건, 사업장의 구조, 그리고 내담자가 원하는 해결 방향에 맞춰 상담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여성노동 관련 사안 해결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단순 해결이 아니라 안전하게 고용이 지속되는 방식, 그리고 당장의 문제 해결을 넘어 무엇보다 성평등한 노동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밀착상담을 포함하여 수십 번의 상담과 피해자와 논의를 통해 주체 대응력도 높이고 있다.
상담실을 찾아온 지 1년이 넘었지만 지금도 그녀의 길고 긴 싸움은 현재진행 중에 있다. 물론 그 현재진행형 안에 고용평등상담실도 함께 동행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저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글을 통해서나마 고용평등상담실 사업이 지속해야 하는 이유를 전하고자 용기를 내 말씀드립니다.
저는 2022년 6월 회사 대표이사에게 성추행을 당했습니다. 고용노동부 진정, 경찰 신고를 하고 사건이 진행 중인 동안 행위자에게 당한 정신적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몇 달 사이에 살이 급격하게 빠지고 잦은 두통으로 조금만 걸어도 현기증이 나, 일상생활이 버거웠습니다. 삶의 의욕이 현저히 떨어졌고 살아갈 앞날들이 칠흙같이 막막했습니다.
당시 사건은 대표이사가 약식기소 결과에 항소해 정식재판으로 넘어간 상황이었고 제 사건을 맡고 있던 국선 변호사는 제 변호를 포기하였습니다.
직장 내에서는 2차 피해가 있는 상황에서 법률 자문이나 노무 상담 없이 방황하며 정신적으로 괴로워하던 중 여러 기관에 묻고 물어 수원여성노동자회 평등의전화 고용평등상담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 상황을 자세히 말씀드렸고, 다행히 제 사건을 세세하게 살펴봐 주어 직장 내 대응방법, 법률자문, 정신적 피해를 치료받을 수 있는 심리정서치유프로그램을 지원받게 되었습니다.
제가 사건 진행에 궁금했던 사항을 수십 차례 상담하며 정신적 피해로 일상을 온전히 살아가지는 못하는 상황에서 크나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법률 자문도 받고,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도 안내받아 제 삶은 정말 크게 변화했습니다.
트라우마로 일상생활의 재기를 꿈꾸지 못했던 저는 수원여성노동자회 선생님들의 지속적인 상담과 정서적 지지 속에 저는 용기를 얻어 일자리를 다시 구해 건강한 일상을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더불어 정신적 치료를 위한 심리상담을 통해 제가 가지고 있던 트라우마와 문제점을 마주하고 치유하면서 이전과 달리 행복한 삶을 꿈꾸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건이 일어난 지난해의 상황과 비교하자면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암울한 현실 속에서 상상도 못 했던 일이었습니다. 다시 입사한 회사에선 저는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현재를 사는 20대 회사원으로 생활하고 있어 제 피해를 말씀드리면 놀랄 정도입니다.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고용평등상담실의 사업 지원을 축소하거나 없애지 말아 주세요. 직장 내의 피해와 트라우마로 고통 받았던 피해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고용평등상담실은 노동법 안내를 넘어 피해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애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생계를 책임지며 지금도 사회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의 권리 회복을 위해 고용평등상담실은 필요합니다.
좀 더 피해자의 마음을 헤아려 주는 사회가 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고용노동부는 고용평등상담을 직접수행으로 사업방식을 변경한 것은 지청 내 유기적 협업체계를 통해 피해근로자의 실질적인 권익 보호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단 8개 지청에서 고용평등상담업무를 전담하는 것이 과연 피해자의 권익을 강화할 수 있는 대안이 될까?
"피해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로서 그녀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자신과 같이 홀로 싸우지 않기를, 더 고통받지 않기를 원하며 호소했다.
고용평등상담실의 사업 지원을 축소하거나 없애지 말아 주세요. 직장 내의 피해와 트라우마로 고통받았던 피해자의 외침을 외면하지 말아 주세요.
민간 고용평등상담실이 존치해야 하는 이유는 "고용평등상담실 폐지"를 막기 위한 연서명에서 짧은 기간 동안 함께 해준 1만732명 여성노동자의 외침과 자신의 피해사례를 힘들게 말하며 고용평등상담실에서 상담한 피해자들의 생생한 증언에 담겨 있다. 이외에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고용평등상담실을 폐지하는 것은 아직도 구조적 성차별이 엄연히 존재하는 대한민국에서 여성노동자들의 마지막 보루마저 없애버리는 것이다. 성평등한 노동환경이 만들어질 때까지 우리는 고용평등상담실의 존치를 넘어 확대를 다시 한번 외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최희정씨는 수원여성노동자회 소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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