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1923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14]
(* 지난 기사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큰 사람들, 더 맑은 심성과 더 정직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내게로 와서 벗은 내 몸에 발열내의를 입히고 포근한 겉옷과 두터운 외투까지 입힙니다.
저는 그렇게 더 나은 사람들 속에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일어난 일입니다.
100년 전 일본의 만행, 관동대학살을 고발하는 영화 <1923>을 만들고, 후원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을 보러오는 일련의 일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각자의 몸짓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기록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저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몸짓입니다.
이따금, 나는 재주가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다는 '거짓말'을 듣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면 안 됩니다. 나아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딴지를 거는 일을 결코 해선 안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에만 골몰하는 것은 짐승의 일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짐승이 되었습니다. 아니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갑니다. 짐승은 배부르면 그만인데, 우리는 배 부른데도 자꾸 먹고, 더 먹고, 나중에 먹으려고 감춰두고 쌓아둡니다.
그런데 그게 내 것 안되거나 똥되고 말 수가 있지요. 성경에도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영혼을 거둬 가면 그 모두는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고 하셨듯이.
여러분, 무엇이 행복입니까.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만큼 행복한 것이 없습니다.
삶의 노고와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 행복해질 능력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나, 일종의 유익한 전염처럼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려 애쓰는 일은 가장 고귀한 연대감을 만든다. 소소한 기쁨을 주는 일, 수심 가득한 이마의 주름을 펴 주는 일, 어두운 길에 조금이나마 불빛을 밝혀 주는 일, 이야말로 가엾은 인류에게 진정 신성한 역할이 아닌가! - 샤를 와그너 <단순한 삶> 중에서
나도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려면 진실하고 의연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됩니다. 핑계대며 움츠러들면 안 됩니다.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지난 24일 밤, 서울의 첫 추위가 매서웠습니다. 모든 '처음'은 강렬한 법, 올들어 그날 밤이 가장 추웠던 것 같습니다. 9월 3일, 아라카와 강변 관동추모제의 그날이 가장 더웠던 것처럼.
콘서트 장소인 조계사 경내의 야경이 매서운 밤공기와 어우러져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온화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일행은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 <1923 관동대학살- 생존자의 증언>을 쓴 정종배 시인님, 안중근 의사의 후원자인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 음악인(듀오아임) 부부 주세페, 구미꼬 님, 사진에는 안 계시지만 넋전 추모제를 기획한 '무대뽀' 함인숙 목사님 그리고 관동대학살 100주기 기록자인 저입니다.
콘서트의 분위기를 띄우느라 지난 글에는 김현성과 안도현의 대표곡 '이등병의 편지'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소개했지만 오늘은 학살자를 위한 추모곡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와 '너의 이름'을 올립니다.
이 두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9월 3일의 아라카와 강변으로 날아갑니다. 그날도 김현성님은 김태영 감독과 함께 6661명의 원혼들을 노래로 위로했지요.
나는 불길 위에 던져져 죽었어요
나는 칼에 베어져 죽었어요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요
나는 그저 조선인 노동자일 뿐
나는 그저 조선인 아낙네일 뿐
나는 그저 조선인 아이일 뿐
이제 몸도 마음도 없어요
일본 사람들이 무서워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죽었어요
나는 죽었어요
- 김현성 작사 작곡 /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너의 이름 불러본다
너의 얼굴 그려본다
이 세상에 다시 오려거든
바람으로 스쳐 가거라
꽃이 지듯 너를 이별하네
이슬인지 눈물인지
이 세상에 다시 오려거든
바람으로 스쳐 가거라
-김현성 작사 작곡 / 너의 이름
이 두 노래가 가슴팍을 에입니다. 눈물이 납니다. 단순한 노랫말을 천진하고 서정적인 선율에 올려 놓아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가사를 음미하고 노래를 들으며 어룽진 눈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오늘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큰 사람들, 더 맑은 심성과 더 정직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내게로 와서 벗은 내 몸에 발열내의를 입히고 포근한 겉옷과 두터운 외투까지 입힙니다.
저는 그렇게 더 나은 사람들 속에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일어난 일입니다.
▲ 김태영 감독의 관동대학살 추모 다큐 영화 <1923>의 포스터 ⓒ 인디컴
100년 전 일본의 만행, 관동대학살을 고발하는 영화 <1923>을 만들고, 후원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을 보러오는 일련의 일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각자의 몸짓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기록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저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몸짓입니다.
이따금, 나는 재주가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다는 '거짓말'을 듣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면 안 됩니다. 나아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딴지를 거는 일을 결코 해선 안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에만 골몰하는 것은 짐승의 일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짐승이 되었습니다. 아니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갑니다. 짐승은 배부르면 그만인데, 우리는 배 부른데도 자꾸 먹고, 더 먹고, 나중에 먹으려고 감춰두고 쌓아둡니다.
그런데 그게 내 것 안되거나 똥되고 말 수가 있지요. 성경에도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영혼을 거둬 가면 그 모두는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고 하셨듯이.
여러분, 무엇이 행복입니까.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만큼 행복한 것이 없습니다.
삶의 노고와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 행복해질 능력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나, 일종의 유익한 전염처럼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려 애쓰는 일은 가장 고귀한 연대감을 만든다. 소소한 기쁨을 주는 일, 수심 가득한 이마의 주름을 펴 주는 일, 어두운 길에 조금이나마 불빛을 밝혀 주는 일, 이야말로 가엾은 인류에게 진정 신성한 역할이 아닌가! - 샤를 와그너 <단순한 삶> 중에서
나도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려면 진실하고 의연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됩니다. 핑계대며 움츠러들면 안 됩니다.
▲ 다큐 콘서트 1923이 열린 조계사 ⓒ 신아연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지난 24일 밤, 서울의 첫 추위가 매서웠습니다. 모든 '처음'은 강렬한 법, 올들어 그날 밤이 가장 추웠던 것 같습니다. 9월 3일, 아라카와 강변 관동추모제의 그날이 가장 더웠던 것처럼.
콘서트 장소인 조계사 경내의 야경이 매서운 밤공기와 어우러져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온화함으로 다가옵니다.
▲ (좌로부터) 정종배 시인, 김원호 씨알재단 이사장, 관동대학살 추모 다큐영화 <1923>김태영 감독, 음악인 부부 구미꼬 주세페(듀오아임) ⓒ 신아연
콘서트의 분위기를 띄우느라 지난 글에는 김현성과 안도현의 대표곡 '이등병의 편지'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소개했지만 오늘은 학살자를 위한 추모곡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와 '너의 이름'을 올립니다.
이 두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9월 3일의 아라카와 강변으로 날아갑니다. 그날도 김현성님은 김태영 감독과 함께 6661명의 원혼들을 노래로 위로했지요.
▲ 일본 아라카와 강변의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도제에 참석한 가수 김현성과 김태영 감독 ⓒ 신아연
나는 불길 위에 던져져 죽었어요
나는 칼에 베어져 죽었어요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요
나는 그저 조선인 노동자일 뿐
나는 그저 조선인 아낙네일 뿐
나는 그저 조선인 아이일 뿐
이제 몸도 마음도 없어요
일본 사람들이 무서워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죽었어요
나는 죽었어요
- 김현성 작사 작곡 /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너의 이름 불러본다
너의 얼굴 그려본다
이 세상에 다시 오려거든
바람으로 스쳐 가거라
꽃이 지듯 너를 이별하네
이슬인지 눈물인지
이 세상에 다시 오려거든
바람으로 스쳐 가거라
-김현성 작사 작곡 / 너의 이름
이 두 노래가 가슴팍을 에입니다. 눈물이 납니다. 단순한 노랫말을 천진하고 서정적인 선율에 올려 놓아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가사를 음미하고 노래를 들으며 어룽진 눈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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