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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1923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모제 동행기 14]

등록|2023.12.02 10:31 수정|2023.12.02 10:31
(* 지난 기사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들"에서 이어집니다)

오늘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를 생각해 봅니다. 그럴 때 사람들이 다가옵니다. 나보다 더 나은 사람들이. 나보다 더 큰 사람들, 더 맑은 심성과 더 정직한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내게로 와서 벗은 내 몸에 발열내의를 입히고 포근한 겉옷과 두터운 외투까지 입힙니다.

저는 그렇게 더 나은 사람들 속에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할 때 일어난 일입니다.
 

▲ 김태영 감독의 관동대학살 추모 다큐 영화 <1923>의 포스터 ⓒ 인디컴


100년 전 일본의 만행, 관동대학살을 고발하는 영화 <1923>을 만들고, 후원 공연을 하고, 그 공연을 보러오는 일련의 일들이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각자의 몸짓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일을 기록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저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몸짓입니다.

이따금, 나는 재주가 없어서, 가진 게 없어서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어도 될 수 없다는 '거짓말'을 듣습니다.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남을 속이면 안 됩니다. 나아가 더 나은 사람이 되려고 하는 사람들의 발목을 잡고 딴지를 거는 일을 결코 해선 안됩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열망을 품는다면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먹고 사는 일에만 골몰하는 것은 짐승의 일입니다. 우리는 언젠가부터 짐승이 되었습니다. 아니 짐승보다 못한 존재가 되어 갑니다. 짐승은 배부르면 그만인데, 우리는 배 부른데도 자꾸 먹고, 더 먹고, 나중에 먹으려고 감춰두고 쌓아둡니다.

그런데 그게 내 것 안되거나 똥되고 말 수가 있지요. 성경에도 "어리석은 자야, 오늘 밤에 네 영혼을 거둬 가면 그 모두는 누구의 것이 되겠느냐."고 하셨듯이.

여러분, 무엇이 행복입니까. 더 나은 사람이 되려는 노력만큼 행복한 것이 없습니다.

삶의 노고와 고통 속에서도 스스로 행복해질 능력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일이나, 일종의 유익한 전염처럼 그 능력을 다른 사람들에게 널리 퍼뜨리려 애쓰는 일은 가장 고귀한 연대감을 만든다. 소소한 기쁨을 주는 일, 수심 가득한 이마의 주름을 펴 주는 일, 어두운 길에 조금이나마 불빛을 밝혀 주는 일, 이야말로 가엾은 인류에게 진정 신성한 역할이 아닌가! - 샤를 와그너 <단순한 삶> 중에서

나도 행복해지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지려면 진실하고 의연해야 합니다. 거짓말을 하면 안됩니다. 핑계대며 움츠러들면 안 됩니다.
 

▲ 다큐 콘서트 1923이 열린 조계사 ⓒ 신아연


더 나은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지난 24일 밤, 서울의 첫 추위가 매서웠습니다. 모든 '처음'은 강렬한 법, 올들어 그날 밤이 가장 추웠던 것 같습니다. 9월 3일, 아라카와 강변 관동추모제의 그날이 가장 더웠던 것처럼.

콘서트 장소인 조계사 경내의 야경이 매서운 밤공기와 어우러져 날카로우면서도 섬세한 온화함으로 다가옵니다.

우리 일행은 씨알재단 김원호 이사장님, <1923 관동대학살- 생존자의 증언>을 쓴 정종배 시인님, 안중근 의사의 후원자인 최재형 선생의 일대기를 뮤지컬로 만든 음악인(듀오아임) 부부 주세페, 구미꼬 님, 사진에는 안 계시지만 넋전 추모제를 기획한 '무대뽀' 함인숙 목사님 그리고 관동대학살 100주기 기록자인 저입니다.
 

▲ (좌로부터) 정종배 시인, 김원호 씨알재단 이사장, 관동대학살 추모 다큐영화 <1923>김태영 감독, 음악인 부부 구미꼬 주세페(듀오아임) ⓒ 신아연


콘서트의 분위기를 띄우느라 지난 글에는 김현성과 안도현의 대표곡 '이등병의 편지'와 '가을 우체국 앞에서'를 소개했지만 오늘은 학살자를 위한 추모곡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와 '너의 이름'을 올립니다.

이 두 노래를 들으면서 저는 9월 3일의 아라카와 강변으로 날아갑니다. 그날도 김현성님은 김태영 감독과 함께 6661명의 원혼들을 노래로 위로했지요.
 

▲ 일본 아라카와 강변의 관동대학살 100주기 추도제에 참석한 가수 김현성과 김태영 감독 ⓒ 신아연


나는 불길 위에 던져져 죽었어요
나는 칼에 베어져 죽었어요
조선인이라는 이유만으로요

나는 그저 조선인 노동자일 뿐
나는 그저 조선인 아낙네일 뿐
나는 그저 조선인 아이일 뿐
이제 몸도 마음도 없어요
일본 사람들이 무서워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나는 죽었어요
나는 죽었어요

- 김현성 작사 작곡 / 다시는 세상에 오지 않을 거예요



너의 이름 불러본다
너의 얼굴 그려본다

이 세상에 다시 오려거든
바람으로 스쳐 가거라

꽃이 지듯 너를 이별하네
이슬인지 눈물인지

이 세상에 다시 오려거든
바람으로 스쳐 가거라

-김현성 작사 작곡 / 너의 이름


이 두 노래가 가슴팍을 에입니다. 눈물이 납니다. 단순한 노랫말을 천진하고 서정적인 선율에 올려 놓아 더 그런 것 같습니다. 가사를 음미하고 노래를 들으며 어룽진 눈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 다음 기사에 계속됩니다.)
덧붙이는 글 블로그와 브런치에도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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