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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방치된 금호강 오염원... 이래 놓고 맑은물 하이웨이?

대구 3공단 오폐수 그대로 흘러드는 금호강... 대구의 부끄러운 얼굴

등록|2023.12.02 14:22 수정|2023.12.02 14:22

▲ 이른바 우수토실의 말단부 턱을 넘어 흘러넘친 오폐수들이 고여 있다. 형형색색의 기름띠가 둥둥 떠 있는 시궁창의 모습이 아닐 수 없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지난 11월 30일 대구 금호강을 다시 찾았다. 1년 전 살펴보고 온 부끄럽고도 위험한 현장이 지금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그곳에 어떤 놀라운 변화가 찾아왔을지 내심 기대를 하고 현장을 다시 찾았던 것이다.(관련 기사 - 홍준표 시장님, 금호강 르네상스보다 여기가 먼저입니다)

그러나 기대는 이내 실망으로 바뀌었다. 오수가 여전히 그대로 흘러넘쳐 있었고 악취도 여전했다. 설상가상 기름띠까지 둥둥 떠 있는 것이 폐수 관리도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더 심각했다. 사실 폐수는 각 공장에서 자체 처리된 것을 하수관로로 내보내기 때문에 각 공장에서 폐수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으면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폐수들도 고스란히 흘러들어오게 된다.
 

▲ 저 심각한 오폐수가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든다. 위험한 현장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하수종말처리장은 주로 유기물 분해를 하는 곳이지, 중금속 등이 섞인 폐수를 처리하는 곳이 아니다. 넘어들어온 폐수는 처리되지 않은 채 다시 금호강으로 그대로 방류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각 공장이 제대로 처리할 수 있도록 책임을 물을 장치가 확실히 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각 공장의 폐수 처리도 제대로 되고 있지 않고 관리 또한 전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사실을 현장을 통해 확인할 수가 있었다. 기름이 둥둥 떠 있는 오폐수가 그대로 목격되었기 때문이다. 이른바 '우수토실'로 우오수 합류식 하수관거가 놓인 말단에는 항상 이런 식으로 구조가 돼 있다.

비가 오지 않을 때는 하수가 정상적으로 하수종말처리장으로 흘러 들어가지만 비가 조금만이라도 내리게 되면 빗물에 의해 용량을 넘어 1미터 높이의 고정된 턱을 흘러넘치도록 만들어놓았기 때문이다. 합류식 하수관거의 고질적인 문제다. 그런데 이곳 현장은 그 어떤 변화도 없이 1년 전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흘러넘친 오수는 더 지독해 보였다. 형형색색의 기름이 둥둥 떠다니는 시커먼 오폐수가 섞여 있는 죽음의 현장이 펼쳐져 있었다. 그 물이 흘러 금호강으로 유입되고 금호강을 따라서 낙동강으로 유입될 것이다.
 

▲ 강바닥은 썩은 오니로 켜켜이 쌓여 있다. 죽음의 공간이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삽으로 바닥을 팠더니 강바닥도 완전히 썩은 오니로 뒤덮여 있었다. 오수가 흘러넘친 것이 하루 이틀 이야기가 아니다. 바닥에 켜켜이 쌓여 있는 시커먼 오니가 그대로 다 말해주고 있었다. 이 일대는 그 어떤 생명의 흔적도 없는 그야말로 죽음의 공간인 것이다.

대구시민 부끄럽지 않게 대구 관리부터 먼저

언제까지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밖에 없단 말인가. 부산경남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창피한 현장이 아닐 수 없다. 이래 놓고 대구시는 구미공단을 욕하면서 지금 대구 취수원을 구미 상류의 저 안동댐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이른바 맑은물하이웨이 정책이다. 대구시는 맑은물하이웨이 추진단이란 전담 부서까지 만들어놓고 취수원 이전을 밀어붙이고 있다. 참으로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부끄러운 대구의 현주소가 아닐 수 없다.

자신들의 하수구는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구미 탓을 하면서 낙동강 물 못 먹겠다고 안동댐으로 취수원을 옮겨가겠다니, 부산경남 사람들이 이런 모습을 보면 참으로 실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 합류식 하수관거의 위험한 구조. 비가 와서 빗물이 유입되면 우수들이 저 1미터 턱을 넘어 그대로 금호강으로 흘러들어간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하루빨리 합류식 하수관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그래야 비만 내리면 금호강으로 흘러들어오는 오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니 말이다. 대구시는 7곳의 공단을 가지고 있고 대다수 공단이 모두 함께 이런 문제를 안고 있다.

문제는 돈이 많이 든다는 데 있다. 따라서 맑은물하이웨이 같은 사업에 1조 원 넘는 천문학적인 돈을 쓸 것이 아니라, 금호강 르네상스에 5000억 원 넘는 예산을 쓸 것이 아니라 이런 근본적인 문제 현장에 돈을 먼저 써야 한다.
 
내 화장실부터 깨끗이 해놓고, 남의 화장실 탓을 해야 할 것이고, 내 하수관리부터 제대로 해놓고 상류에 맑은물 내놔라 해야 할 것이 아닌가. 대구시는 더 이상 대구시민 부끄럽게 만들지 말고 쓸데없는 토건 삽질에 쓸 돈을 합류식 하수관거라는 대구시의 오래된 화장실 문제부터 뜯어고칠 일이다.

예산이 많이 드는 문제라 시장이 의지를 가지고 추진해야 빨리 개선할 수 있다. 홍준표 시장의 특단의 조치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로 지난 15년 동안 우리강의 자연성 회복운동에 노력해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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