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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불꺼진 기자회견 "진보정치가 이만큼 암울하지만..."

정의당, 녹색당·노동당·진보당·직접민주지역당연합에 '연합' 공식제안... "설엔 새 당명으로"

등록|2023.12.05 14:29 수정|2023.12.05 14:29

▲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연합신당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5일 국회 소통관, '가치중심 선거연합신당'을 공식 제안한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기자회견 후 취재진의 질의응답을 받기 위해 카메라 앞에 섰다. 그가 "실질적으로 선거연합을 제안하는 1차 대상이 선별됐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하던 중, 갑자기 조명이 꺼졌다. 김 위원장은 웃으며 "진보정당이 이만큼 위기다. 암울하고 어둡다"고 말했다. 잠시 후 다시 불이 켜지자 그는 "어둡지만 빛이 보이니까 금방 이렇게 밝아질 것"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정의당 비대위는 이날 "역사의 물결 앞에 역주행을 감행하는 윤석열 정권을 심판하고 불평등과 지역소멸,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장정에 함께할 수 있는 모든 세력을 향해 손을 뻗어 '대안의 제3정치세력'을 구성하고자 한다"며 선거연합정당 추진을 명확히 했다. 또 "지난 3주 동안 녹색당, 노동당, 진보당, 직접민주지역당연합, 지역정당네트워크, 민주노총 등을 찾아뵙고 고민과 구상을 말씀드렸다"며 "함께해주실 것을 정중하게 다시 한번 제안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정의당이 제안하는 선거연합신당은 내년 총선만을 겨냥한 선거공학이 아니라 노동과 녹색, 지역분권, 차별 철폐라는 '가치에 기반한 연합'"이라며 "진보정당들이 각자도생 길이 아니라 연대와 협력을 통해 한국 사회의 복합 위기를 극복하고 기득권 양당 정치를 극복하려는 절박한 고민의 산물"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정의당은 그 길을 위해 비례 상위 순번 개방을 포함해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기득권까지 내려놓고 진정성을 다해 연대의 길을 열어갈 것"이라고 약속했다.

"선거연합신당의 구체적인 상은 정의당을 플랫폼으로 하여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하나의 정당명으로 대응함은 물론이고, 지도부부터 집행 단위까지 공동으로 운영하고, 총선 이후에도 의정 활동에 공동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이어가보려는 것이 정의당의 희망이다. 물론 정의당의 당명도 연대하는 세력과 함께 숙의하여 개정 절차를 밟겠다."

"진짜 제3지대"... 총선 후에도 지속가능한 연대 추구
 

▲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선거연합신당 제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김 위원장은 "최근 많은 정치세력이 제3지대를 외치고, 다당제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다. 참으로 반가운 일"이라며 "그러나 민주화 이후 수없이 명멸해간 제3지대 세력 가운데 흔적이 남아있는 정당은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 외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의당과 진보정당의 길 20년은 거대 양당과는 질적으로 다른 차이가, 독립적 존재가치가 있음을 증명하는 장정이었다"며 "가치 기반 선거연합신당을 통해서 진짜 제3지대 정당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가치에 기반한 선거연합신당은 비록 존재하는 진보정치세력의 연합으로부터 출발하겠지만 세력과 세력의 만남으로 그쳐서는 안 된다는 점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속한 시간 안에 신당을 가시화 하겠다"며 "기존의 진보정치와 정당에 냉소와 회의의 시선을 보내시는 시민들부터 정의당을 비롯한 진보정당에 오랜 성원을 보내주신 지지자들까지 다양한 목소리에 더욱 경청하면서 더 폭넓게 많은 분들과 조우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정의당은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은 정당 중 하나일 수 있지만, 동시에 더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정당일 거다. 그렇게 인정받겠다. 많은 진보정치세력, 진보적 유권자께서 저의 이 연설에 화답해주길 기다리겠다."

김 위원장은 이후 취재진에게 재차 "노동당, 녹색당, 진보당, 직접민주지역당연합 그룹에 (신당 공동 추진을 공식) 제안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선택이나 사회민주당(창당준비위원회)은 방송 등을 통해서 거절 의사를 표시한 것 같다. 그들은 1차적으로 12월 안에 꾸릴 선거연합정당 테이블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며 "다음 주 목요일(14일)까지 화답을 달라는 공문을 오늘 발송하는데, 조만간 두 팀 정도는 긍정적인 답변을 주지 않을까 싶고 두 팀은 고민 중으로 생각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다음 주 중 실무 테이블을 열어서 논의, 12월 중 교집합의 끝을 확인하려고 하는데, 그러면 정당별로 당내 추인 절차에 적어도 2~3주 정도 필요하다"며 "저희 목표는 설 연휴 때는 새로운 당명으로 유권자들을 찾아뵐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저희도 당원 총투표 등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협상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야 1월 첫째 주(까지) 아닐까 싶다"며 "정말 빠듯하게, 유권자들이 기다려줄 수 있는 시간을 역산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은 '가치 중심 선거연합신당'이라는 틀 자체는 비례대표제가 병립형(정당 득표율만큼 비례 의석 배분)이냐, 연동형(정당 득표율만큼 전체 의석 배분)이냐와 무관하다고 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병립형 회귀를 검토하는 것을 두고 "민주당 내부에 고민이 많은 것 같다"면서도 "'약속을 저버린 대통령, 약속을 지키는 야당' 이런 프레임으로 가야 할 길 아닌가. 그런 모습에서 원칙을 두려워하는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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