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영정 앞 마지막 인사... 모두를 울린 고 임성철 소방장 영결식
제주 한라체육관서 영결식 엄수... 국립제주호국원 안장
▲ 창고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엄수됐다. ⓒ 제주의소리
"나의 친구이자 동료인 성철아! 나는 지금도 너의 사고 소식을 받아드릴 수가 없구나. 단지 우리는 여느 때처럼 도움이 필요한 한 생명에 충실하기 위해 달려갔을 뿐이었다. 이 세상 남겨진 가족은 우리에게 맡기고 그곳에서 편하게 잠들기를 빌게."
창고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고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엄수됐다.
영결식은 국기에 대한 경례, 고인에 대한 묵념, 약력 보고, 1계급 특진 추서, 육조근정훈장 추서, 조전 낭독, 영결사, 조사, 고인에게 올리는 글, 헌화 및 분양 순으로 진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조전을 보내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 5일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된 고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동료 장영웅 소방교가 추모사를 읽자 유가족들이 흐느끼고 있다. ⓒ 제주의소리
고인과 친구이자 동료인 장영웅 소방교가 가늘게 떨리는 목소리로 조사를 읊자, 유가족들은 오열했다.
장 소방교는 "임성철 소방장은 나와 대학을 같이 다니고 창원소방본부에 같이 근무하다가 고향인 제주에서 근무하고자 퇴근하면 같이 살며 시험공부를 하던 친구이자 동기"라며 "예전부터 소방공무원으로 처음 몸 담았던 곳도, 다시 고향인 제주로 돌아와서 같은 센터에 같은 팀까지 근무할 수 있어 행복했고 어느 때 보다 든든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날 밤도 어느 때와 다름없이 출동벨소리에 칠흑 같은 어둠이 내린 깜깜한 밤을 구급차를 타고 내 달렸고, 뜨거운 화재 현장에 들어가 대원들의 손에 들려 나오는 모습을 보고 너무 놀라 심장이 끊어지는 슬픔을 느꼈다"고 울먹였다.
장 소방교는 "내일부터 다시 우리가 자랑스러워 했던 소방관으로서 도움이 필요한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려갈 것이고 그때마다 너를 가슴에 품고 함께 가겠다"며 "임성철 소방장은 우리의 곁을 떠나 영면에 들었지만 그의 희생은 결코 헛되지 않을 것"이라고 추모했다.
▲ 창고 화재 진압 현장에서 순직한 제주동부소방서 표선119센터 소속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이 5일 한라체육관에서 제주특별자치도장(葬)으로 엄수됐다. ⓒ 제주의소리
▲ 5일 한라체육관에서 엄수된 故 임성철 소방장의 영결식에서 그의 아버지가 추모사를 읽고 있다. ⓒ 제주의소리
임 소방장 어머니는 눈물을 흘리는 장 소방교를 꼭 안으며 등을 쓰다듬었다.
임 소방장 아버지는 고별사에서 "어릴 때부터 워낙 내성적이어서 운동을 시켰는데 택견 시범단으로 활동할 정도로 날아다니더니 대학 진로를 소방구급대원으로 정하고 공부해서 합격한 뒤 얼마나 좋아했는지. 이제는 과거로 남겨두게 됐다"고 흐느꼈다.
이어 "이제는 아버지는 너에게 아무것도 줄 수 없게 됐구나. 대신 약속할게.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엄마에게 잘하며 잘 살고자 한다"며 "아들의 희생과 청춘이 밑걸음이 돼 소방 현장에서 일하는 동료들이 안전하게 활동하게 된다면 저희 가족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살아가겠다"고 전했다.
임 소방장의 친구들과 동료들은 영정사진 앞에 국화를 올리며 고인의 숭고한 넋을 기렸다. 임 소방장의 유해는 이날 오후 3시 국립제주호국원에 안장됐다.
▲ 고 임성철 소방장의 부모가 임 소방장의 영정 사진을 보며 손을 흔들고 있다. ⓒ 제주의소리
임 소방장은 지난 1일 새벽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감귤 창고 화재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해 주민을 대피시키고 화재 진압 작업을 돕는 과정에서 안타까운 사고를 당했다.
창고 밖에서 화재 진압이 이뤄지던 중 처마가 붕괴, 잔해물이 고인을 덮쳤다. 머리 등에 큰 충격을 받은 고인은 서귀포의료원으로 긴급 이송됐으나 끝내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덧붙이는 글
제주의소리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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