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게 질 생각 없어... 민주당, 위성정당 막고 이기면 된다"
[인터뷰] 김상희 의원 "후퇴하고 부끄럽게 이길 건가" 위성정당 방지법 촉구
▲ 최근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더불어민주당이 비례대표 선거제도를 두고 연일 시끄럽다. 이재명 대표에 이어 홍익표 원내대표마저 '병립형 비례제 회귀' 또는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두는 듯한 모습을 보이자 당내에서는 '어쩔 수 없다'는 현실론과 '국민과 한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이 강하게 부딪히고 있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19대, 20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연동형 비례제(전체 의석을 정당 득표율과 연동, 지역구 의석을 많이 가져간 정당은 비례 의석 확보에 제약을 두는 제도)' 도입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그는 21대 국회에서는 위성정당 난립 방지를 위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더라도 표의 비례성과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한 지역구에서 단 한 명만 뽑는 소선거구제를 권역별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법안을 내기도 했다.
김 의원이 생각하는 '이기는 방법'은 바로 '연동형 유지+위성정당 방지법'이라는 약속을 지키는 것이다. 그를 포함한 민주당 의원 75명은 최근 위성정당 방지법을 공동발의 해 당론 채택을 요구하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대선 후보 시절에도, 당대표가 된 이후에도 줄곧 해온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한다.
반면 지도부는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나(이재명)", "약속을 지키자면 선거 패배를 감수하겠다는 합의가 있어야 한다(홍익표)"며 이 길이 '패배의 길'이라고 평가한다.
김상희 의원은 연동형 유지야말로 "멋있게 이기는 방법"이라고 본다. 민주당이 연동형 유지와 위성정당 방지법이라는 약속을 지켜서 "이후에도 개혁을 잘할 것이란 희망을 (국민에게) 줘야 다음 대선까지 이어진다"고 강조했다. 또 "우리가 부끄럽게 이기면, 그다음에 힘을 받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가려고 병립형으로 회귀하려 한다'는 일각의 주장은 "이 대표를 흠집 내기 위해 지어내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국힘 때문에 협상 안 된다? 민주당, '다양한 안' 자꾸 던져야"
- 어제(4일) 손학규 전 대표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 위성정당 방지법 처리'를 촉구했다. 어떻게 봤는지 궁금하다.
"기자회견 전에 전화가 왔다. 깜짝 놀랐다. 민주당 떠난 뒤로는 사실... (별다른 소통 없었는데) '왜 전화하셨나' 했다. 제 법안에 이해가 잘 안되는 면이 있다고 물어보셔서 설명해 드렸다.
손 전 대표는 이 제도를 만든 주인공이다. 그와 정의당의 로텐더홀 단식농성을 계기로 연동형 비례제가 정치개혁 의제가 됐다. 제가 19대부터 계속 연동형 법안을 냈고 정개특위도 했지만 한 번도 논의된 적 없었다. 그 정도로 우리 정치 현실에선 아주 개혁적인 선거제도다. 그런데 연동형이 폐지 혹은 후퇴하게 생겼으니까 손 전 대표가 '안 된다'는 진정성을 알리고 싶지 않았을까."
- 실제로 연동형 유지냐, 폐지냐 하는 상황이다.
"2020년 준연동형을 통과시킬 때 국민의힘과 도저히 합의가 안 될 것 같아서 국민의당 등과 연대해 강행 처리했기 때문에 국민의힘은 이 법에 워낙 거부감이 강하다. 또 이번 국회에서 정개특위를 가동하며 '선거법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합의 처리한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저쪽은 연동형을 좀 더 발전시키고 보완하는 것에 일절 응하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 총선 당시 국민들이 정치권에 대해서 아주 '극혐'한 게 위성정당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위성정당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하고, 민주당도 대선 때 '위성정당 방지법 하겠다, 연동형 유지하겠다'고 약속드렸다. 저는 우리가 하나의 안을 만들어서 '준연동형을 유지한 채 위성정당을 방지하자'는 협상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방지법으로 위성정당 못 막는다. 병립형으로 돌아가자'는 말만 하는데.
"민주당에도 책임이 있다. 우리가 다양한 안을 갖고 자꾸 던져야 한다. 또 그걸 관철하기 위해 당도 싸워야 하고 그 과정에서 야권이 연대하고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야 하는데 우리가 너무 소극적이었다. '저쪽이 협상 안 하는데 해봤자 되겠나'라는 게 너무 강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모든 정치개혁은 국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된 적이 없다. 시민사회와 국민들의 정치개혁에 대한 열망, 압박 속에서 됐다. 절대 의원들 스스로 개혁 못 한다."
"위성정당 방지는 국민 의지... 여야 합의해야"
▲ 최근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우여곡절 끝에 여기까지 왔다. 후퇴하면 안 된다. 국민들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도저히 지킬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못 지킬 수도 있지만, 노력은 해야 하지 않나. 적어도 우리 당이 '위성정당을 방지하기 위해선 이 법이면 할 수 있다. 국민의힘도 무조건 연동형을 거부하지 말고, 요구가 있을 것 아닌가. 그걸 좀 반영해 보자'라며 테이블에 앉아야 한다. 그러면 얘기할 거리가 있어야 하지 않나. 그 첫 번째가 위성정당 방지법이라고 생각했다."
-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 모두 반드시 후보를 내야 하고, 비례대표 47석 대비 비례대표 후보를 낸 비율이 253개 지역구 중 후보를 낸 비율의 20% 이상이어야 하며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한다는 내용이다. 어떤 취지인가.
"소수 정당에 기회를 주고 정치의 다양성을 실현하려면 국민이 바라볼 때도 자신들이 지향하는 가치와 정책이 명확한, 그래서 꾸준히 활동해 온 정당들이 국회에 진출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 선거법이나 제도에 편승해 아무런 차별성이 없는데 사람 하나만 내세워서 나오는 건... 글쎄, 국민들이 어느 정도 호응할지 모르겠다. 지역구만 후보를 내는 것, 비례대표만 후보를 내는 것을 못 하게 만든 이유다. 중요한 건 국민의 눈에 정당의 신뢰성과 책임성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현재 법은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지방의회의원 선거에서 여성 1명을 추천하지 않으면 후보자 등록이 무효다. 제가 발의했고, 2010년 여야 합의 처리한 조항이다. 위성정당 방지법의 후보자 등록 무효 조항은 국민들을 현혹하고, 정치 질서를 무너뜨리는 꼼수 정당을 막아야 한다는 국민의 강한 의지를 반영했다."
- 협상이 쉽진 않아 보인다. 국민의힘이 끝까지 거부한다면 민주당이 단독 처리해야 할까. 설령 단독으로 처리해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 같은데.
"단독 처리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단독 처리하자'는 의원도 있다. '선거법을 합의 처리한다고 했지 모든 걸 합의한다고 하지 않았다. 선거제도를 바꿀 때 합의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위성정당 방지법은 현행 제도의 부작용을 없애는 것이니까 단독 처리의 명분이 있다. 국민들도 원한다'는 얘기다. 또 대통령이 위성정당 방지법에 거부권을 행사한다? 저는 못 한다고 본다. 국민들이 정말 싫어하는 위성정당을 방지하는 법인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그야말로 심판받을 거다. 국민의힘도. 그래도 우리가 선거법은 합의해서 처리한다고 했고 또 (위성정당 방지법 자체가) 현행 선거제도와 연동되기 때문에 (여야가) 합의하면 좋겠다."
- 당내 여론은 어떤가. 일단 11월 30일 의원총회에선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이 무산됐다.
"현실론과 원칙론, 두 입장이 부딪쳤다. 현실론이라고 해서 어떤 가치 지향이 없는 것도 아니고, 원칙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현실을 무시하는 것도 아니다. 전부 다 '민주당을 포함한 개혁진영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데에 공감한다. '어떤 경로냐'가 다를 뿐이다.
현실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정치가 더 혼란스러워지는 것 아닌가'라고 걱정하고, 저도 연동형을 유지했을 때 예측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본다.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한) 시뮬레이션을 다 놓고 분석해 보면서 '개혁진영이 어떻게 하면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정치발전도 이뤄내고, 다음 대선까지 이길 수 있는가'란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선거제, 분란으로 가면 안 돼... 다각도로 연구할 때"
▲ 최근 위성정당 방지법(공직선거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 그런 것들이 다 '토론' 주제인데, 자칫 토론이 아니라 '분열'처럼 비칠 수도 있다.
"제일 걱정이다. 제가 위성정당 방지법 발의하고, 연동형 유지해야 한다는 의원들 만나면서 계속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게 엉뚱하게 당내 분란으로만 가선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런 측면에서 당에 아쉬움이 있다. 일찌감치 논의해야 했다. 위성정당 방지법을 내놓고, 연동형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으니 관련 연구를 많이 했어야 했다. 하지만 (선거제에) 관심 있는 의원들 중심이었지, 당 차원에서 본격적으로 하진 않았다.
지금은 당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무슨 위성정당 방지법이 바람직한가, 어떤 대안을 갖고 협상할 것인가 등을 아주 다각도로 연구하고, 물밑 대화도 해야 할 때다. 당에선 이런 것들을 거론하는 일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았나 싶은데, 그럴 필요가 없다. 하다못해 병립형부터 시작해서 현행 법을 봐도 그 사이에 우리의 선택 지점이 여러 가지가 있다. 병립형도 그냥 돌아가면 말이 안 되는 거니까 권역별 비례제 이야기도 나오는 거고."
- 연동형 유지 주장을 '이상주의'라고 비판하는 이들도 있는데.
"이재명 대표가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 있나' 했던데, 우리는 멋있게 이기려고 생각하지, 멋있게 지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전혀. '연동형을 유지하고 위성정당을 방지해야 한다. 그리고 (진보세력이) 연대해야 한다'는 의원들은 멋있게 지려는 생각이 하나도 없다."
-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이긴다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이기더라도 정말 부끄럽게 이기는 거다. 지난번이랑 똑같이 하는 거다. 위성정당 만들어서 굉장히 부끄럽게 이기지 않았나. 몇 번이나 사과하지 않았나. 그런데 병립형으로 돌아가서 이긴다? 정말 애쓰고 애써서 한 발짝 왔는데 다시 후퇴한다? 지난번에는 (선거제도 개혁과 관련해 약간) 전진했지만 부끄럽게 이겼다. 이번에는 후퇴하고 너무 부끄럽게 이기는 꼴이 된다. 그건 아니다."
- 병립형 회귀를 주장하는 쪽은 '현행 제도가 유지된다면 국민의힘은 위성정당을 만들어서 비례의석을 확보, 제1당을 가져갈 테고 그러면 패배'라는 논리를 펼친다.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어도, 만만치 않을 거다. '이준석 신당'에는 현재 선거법이 엄청 유리하다. 안철수의 국민의당은 호남을 제외한 지역구에선 떨어졌어도 비례대표 선거에서 의석을 많이 얻은 결과 38석을 가져갔다. 이준석 신당도 비슷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지역구는 민주당 대 국민의힘 구도로 가면, (보수성향 유권자들은) 지역구 선거에서는 국민의힘을 찍더라도 비례대표 선거에선 이준석 신당을 찍을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
- 동시에 '이재명 대표가 지역구 선거가 아니라 비례 대표로 나가기 위해 병립형으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있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이재명 대표가? 누가 상상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엔 (가능성은) 0%다. 절대 그럴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를 공격하고 흠집내기 위해서 지어내는 소리다."
"독재 권력이 언제 합의했나... 멋있게 이기자"
- 이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최근 갤럽조사를 보면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평가 32%-부정평가 60%이지만 정당 지지도는 민주당 34%-국민의힘 33%로 백중세다.
"그 여론조사에는 이준석 신당을 안 넣지 않았나. 현재 국민의힘 진영에선 이준석 신당이 확실하게 만들어지는 걸로 보이는데, (정당) 스펙트럼은 이준석 신당부터 시작해서 금태섭·양향자 신당, 민주당이 있고, 연동형이 유지되면 비례연합정당이 등장한다. 또 정의당이 굉장히 약세인 반면 진보당이 강세를 보이고 용혜인 의원의 기본소득당이 있고 민주당에서 나온 송영길 당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까지... 굉장히 예측하기 어렵다."
- 여당의 총선 전략인지 알 수 없지만, 김포 서울 편입에 공매도 등 정책 이슈에, 이준석·한동훈 같은 인물의 등장으로 국민의힘이 시선을 끌고 있다. 반면 '민주당은 안 보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런 비판은 가볍다. 저는 오히려 정치공학적인 '극장식' 정치를 '능력 있다'고 평하는 정치평론가나 언론을 보면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나' 싶다. 어떻게 단 한 번도 검토하지 않은 서울 편입론을 이야기하나. 제 지역구인 부천에도 갑자기 '부천을 서울시로'라는 현수막이 붙었다.
다만 민주당이 우리 사회의 발전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며 의제를 선점하는 일은 엄청 필요하고, 그 부분에서는 우리가 많이 부족하다. 정치개혁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위성정당 하지 말자'고 대안을 계속 던졌어야 했다. 그런 대안을 하나도 안 던지고 '국민의힘은 협상할 마음이 없어. 합의 안 돼' 이 얘기만 하면 언제 개혁하고 발전하겠나. 언제는 독재 권력이 우리랑 합의했나. 싸우고, 이끌고, 국민이 등 밀어줘서 여기까지 왔다."
* 이 기사에 인용한 여론조사 개요는 다음과 같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갤럽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 조사기간 : 2023년 11월 28~30일
- 조사대상 : 전국 만 18세 이상 1009명
- 조사방법 :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조사원 인터뷰
- 응답률 : 12.4%
- 표본오차 : 95% 신뢰수준에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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