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보고 깨달았습니다
몸처럼 마음도 잘 보살펴야 한다는 걸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 시민기자가 된 그룹. 70년대생 동년배들이 고민하는 이야기를 씁니다.[편집자말]
▲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넷플릭스 메인 페이지 ⓒ 넷플릭스
정신병동이라는 말을 들으면 왠지 모르게 어릴 적 본 영화 <아마데우스>의 도입부가 떠오른다. 온갖 이상한 사람들이 갇혀 있는 병원 말이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이미 만화로도 봐서 익숙했고, 머리로는 '나는 정신과에 대한 편견이 없다'라고 생각은 했지만, 막상 드라마를 보려니 왠지 모르게 무서운 마음이 들었다.
심지어 주인공이 박보영인데도 말이다. 보기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느 날 드라마를 틀었는데 세상에... 도저히 보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드라마를 보다 보니 모든 회차에서 내 모습이 보였다. 손가락을 과도하게 꺾어대는 항문외과 동고윤 선생처럼 나에게도 강박이 있다. 과도하게 긴장되거나 불안할 때 손을 물어뜯는 버릇이다. 언젠가 누군가 나에게 완벽주의가 있는 것 같다고 한 적이 있었다.
"완벽주의요? 전 그런 거 없어요. 난생처음 들어 봐요"라고 했었는데, 남을 못 믿고 나의 일을 꼭 내가 해야 하는 것도 완벽주의의 일종이었다. (경중은 다를 수 있어도) 버스나 차를 타고 강을 건너갈 때 갑자기 비이성적인 두려움이 몰려오고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공황 증상이었다. 아무런 의욕도 없고 아무것도 하기 싫고, 잠만 자고 싶은 것은 우울이었다.
깊이는 다르지만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는 조울도 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너무 좋아서 하하 호호 오버를 하다가 어느 순간은 기분이 너무 가라앉아서 누군가가 말을 거는 것도 피곤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로는 깜빡깜빡 잊는 일도 잦다. 드라마에서는 우리는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에 있는 경계인들"이라고 표현했는데 나 또한 그 범주에 정확히 속해 있었던 것을 나만 몰랐다.
마음도 잘 들여다 봐야 하는데
요즘 들어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회사에서 책상에 앉아 일을 하다가 갑자기 눈물이 나면서 그치지 않기도 했다. 모든 일이 버겁기만 하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퇴근하면 아이 밥을 겨우 챙겨주고는 바로 누웠다.
마음이 힘들어서 그런 건지 몸도 많이 아팠다. 감기는 떨어질 줄을 모르고, 몸의 염증수치는 높기만 하고, 두통이 지속적으로 반복되었다. 약을 먹어도 그때뿐이고 자꾸만 아팠다.
회사 일이 버거운 것도 한몫했다. 아침 일찍 출근을 하고 쌓여 있는 일을 처리하다 회의에 들어가면, 두어 달 후의 일정까지 나올 때가 있다. 지금 쌓여있는 일도 버거워서 겨우 버티고 있는데 닥칠 일에 대한 일정을 듣고 있노라면 갑자기 마음이 덜컹 내려앉아 겨우 견디고 있던 마음이 무너져버렸다.
내가 지쳐서 그런 건지 능력이 없어서 그런 건지 분간도 되지 않는다. 요번 달만 지나면 좀 나아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버틴 지가 몇 달이 지났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나아질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마음이 지탱할 수 있는 무게를 넘어서 버린 것 같기도 하다. 가만히 있어도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다. 다른 사람들은 다 잘해 내는 것 같은데 나만 못난이같이 이 정도도 못 견디고 우는 소리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자괴감이 자꾸만 몰려왔다.
힘들고 무기력한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친한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우울증일 수 있다고 병원에 가보라고 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보고 나니 병원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프면 열이 나기도 하고 움직이기가 불편해서 당장 병원을 가지만 마음은 그렇지가 않다. 마음이 앓고 있다는 것은 신경을 쓰지 않으면 인식하기도 힘들다.
이렇게나 많은 사인을 보내고 있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나를 미워만 하면서 내 마음을 전혀 돌봐주지 못했다는 걸 드라마를 보고 알게 되었다. 깨닫고 나니 내 마음에게 미안해졌다. 마음은 몸보다 덜 중요한 게 결코 아닌데 말이다.
이제부터라도 조금 여유를 가져보기로 했다. 숨 쉴 틈 없는 일상이라도 아주 작은 쉴 틈을 하나라도 껴 넣어 보려고 한다. 아무리 시간이 없고 바빠도 마음을 들여다보고 잠시라도 쉴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마음이 아파도 병원엘 꼭 가야겠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감당할 수 있는 무게도 조금은 늘어나겠지.
상황이 변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바뀌어서 그런지 날카롭게 곤두서있던 신경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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