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꼴찌... 정부 '그래도 좀 나아져'
2024년 전공의 모집에서 지원율 25.9%... 2023년보다는 조금 늘어
▲ 2024년 전기 레지던트 1년차 모집 결과 ⓒ 임병도
내년도 레지던트(전공의) 모집에서 소아청소년과는 지원자가 부족해 정원에 미달됐다.
보건복지부는 수련병원 140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4년도 상반기 레지던트 1년차 전기 모집 지원 결과를 7일 발표했다. 2024년 전기 모집 결과 모집 정원 3345명에 3588명이 지원해 107.3%의 지원율을 기록했다.
대표적인 기피과로 꼽히는 소아청소년과는 205명 모집에 53명만 지원했다. 지원율은 25.9%로 전체 과목 중 꼴찌를 기록했다. 다만, 2023년 전기에 203명 모집에 33명이 지원했던 것과 비교하면 20명이 증가했다. 보건복지부는 정부 노력이 일정 부분 효과를 나타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산부인과도 181명 모집에 122명이 지원해 67.4%에 그쳤고 응급의학과도 191명 모집에 152명이 지원해 79.6%로 마감됐다.
이와 반대로 '피안성' (피부과 143.1%, 안과 172.6%, 성형외과 165.8%), '정재영'(정신건강의학과 178.9%, 재활의학과 158.8%, 영상의학과 141.8%)이라고 부르는 인기 과목들은 모두 지원율 100%를 훌쩍 넘겼다.
의협연구원장 "소아과 오픈런은 엄마들 브런치 때문"
▲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 ⓒ 연합뉴스
서울연구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통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내 개인병원(의원) 중 소아청소년과는 456개로 2017년 521개보다 12.5% 줄어들었다. 5년간 10곳 중 1곳이 폐원한 셈이다.
매년 소아과가 문을 닫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모집이 미달되고 있지만 의사협회는 정부와 보호자 탓만 하고 있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은 최근 발간된 '의료정책포럼'에 소아과 오픈런에 대해 "소아과 오픈런도 마찬가지로, 저출산으로 소아 인구가 줄면서 의원을 유지하기 어렵게 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게다가 젊은 엄마들이 조금이라도 진료가 마음에 안 들면 맘카페 등에 악의적 소문을 퍼뜨려 문을 닫는 경우도 많아졌고, 직장인 엄마들이 늘면서 아침 시간에 환자가 집중되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젊은 엄마들이 일찍 진료를 마치고 아이들을 영유아원에 보낸 후 친구들과 브런치타임을 즐기기 위해 소아과 오픈 시간에 몰려드는 경우도 있다"면서 "소아과 오픈 때만 런'이지 '낮 시간에는 스톱'"이라고 덧붙였다.
연차 내고 '오픈런'도 모자라 새벽에 나와 '티케팅'까지
▲ 소아청소년과 [연합뉴스 자료사진] ⓒ 연합뉴스
우봉식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의 막말이 언론에 공개되자 맘카페를 중심으로 반론이 터져 나왔다.
일부 엄마들은 "아침에 소아과를 가는 이유는 아이들이 밤새 아파 조금이라도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며 "어떤 엄마가 아이가 아픈데 브런치를 빨리 먹고 싶어 '오픈런'을 하느냐"라며 반박했다. 엄마들은 "연차 내고 병원에 가야 하는 엄마들의 심정과 고통을 아느냐"며 분노를 터트리기도 했다(관련기사: "세상 어떤 엄마가 아이 아픈데 브런치 먹으려고...").
어린이 전문 병원이나 인기 있는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오픈 시간 훨씬 이전인 새벽부터 나와 일명 '티케팅'을 하며 대기표를 받아 기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예약 어플을 통해 예약을 하려고 해도 순식간에 마감이 되기 때문에 부모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새벽부터 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다.
특히 요새처럼 폐렴 등이 급증하면 진료를 보기까지 최소 2~3시간은 대기할 수밖에 없다. 입원해야 하는 심각한 상황에도 병실이 없어 응급실 침대를 돌아다니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부모들은 발만 동동 구르다가 연신 아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기도 한다.
정부는 의대 정원을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총파업 설문조사를 하고 대통령실 앞에서 철야 시위를 했다. 17일에는 세종대로 일대에서 의사 총궐기 대회를 열기로 했다. 복지부 장관은 "국민 위협 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부와 의사협회의 힘겨루기를 하고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 사태가 지속되는 한 애타는 부모들은 아픈 아이를 안고 오픈런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덧붙이는 글
독립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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