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쓴 백린탄, 미국이 준 것" 보도에... 백악관 "확실히 우려"
이, 레바논에 백린탄 투하 논란... WP "일련번호로 미국산 무기 확인"
▲ 이스라엘군의 미국산 백린탄 사용 논란을 보도하는 <워싱턴포스트> ⓒ 워싱턴포스츠
이스라엘이 레바논에서 사용해 논란을 일으킨 백린탄이 미국이 공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현지시각 11일 이스라엘이 레바논 남부 국경 지역인 두하이라 공습 때 투하한 백린탄의 잔해를 발견했으며, 잔해 표면에 적힌 일련번호를 통해 미국산 무기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초기인 지난 10월 레바논 무장 정파 헤즈볼라와도 교전을 벌이면서 백린탄을 사용했다.
이스라엘군 "연막 피우려고"... WP "더 안전한 대안 있어"
국제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AI)은 이스라엘군이 두하이라에 백린탄을 투하해 주택과 자동차가 불타고, 최소 9명의 민간인이 호흡곤란으로 급히 병원에 실려가서 이 가운데 3명이 입원 치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백린탄은 발화점이 낮은 백린을 이용해 대량의 연기와 화염을 내뿜어 연막탄이나 소이탄으로 사용된다. 그러나 광범위한 지역에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주며, 백린탄의 불꽃이 몸에 닿으면 뼈까지 타들어 가는 치명적인 화상이나 호흡기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악마의 무기'로 불리며, 민간인 밀집 지역과 기반시설에 대한 사용은 국제법에 따라 금지되기도 한다.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연막을 피우기 위한 목적일 뿐 특정 표적을 겨냥하거나 화재를 일으키려고 백린탄을 사용한 것이 아니다"라며 "국제법을 준수하며 무기를 사용하고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WP는 "백린탄은 미국이 매년 수십억 달러 규모로 이스라엘에 공급하는 무기의 일부"라며 "이스라엘군이 단순히 연막을 만들려고 했다면 백린탄이 아닌 'M150 포탄' 같은 더 안전한 대안을 갖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이스라엘이 미국산 백린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미국 정부의 큰 관심사가 되어야 한다"라며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재평가할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백악관 '당혹'... "이스라엘에 국제법 준수 강조"
익명을 요구한 미 국방부 관계자는 WP에 "이스라엘의 미국산 백린탄 사용 논란을 인지하고 있다"라면서도 "이스라엘의 국제법 준수 여부를 실시간으로 평가하고 있지 않다"라고 밝혔다.
다만 "미국은 동맹국이 미국산 무기를 공급받을 때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준수하라고 요구한다"라며 "백린탄은 신호 및 연막 같은 합법적인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는 것도 포함된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과의 공개적 혹은 비공개적 대화를 통해 국제법 준수의 중요성을 계속 강조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 보도와 관련해 이날 대통령 전용기에서 한 브리핑에서 "해당 보도를 봤고, 확실히 우려하고 있다"라며 "더 자세한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 이스라엘 측에 질문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백린탄이 어두운 곳을 밝히는 조명과 병력의 움직임을 은폐하기 위한 연막을 만들 때 사용되는 등 합법적인 군사적 용도가 있다"라며 "우리가 다른 나라에 백린탄 같은 무기를 제공할 때는 이런 합법적인 용도로만 사용하며 국제법을 준수할 것이라는 완전한 기대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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