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위성정당 상관없다, 민주당 계산 똑바로 해라
[주장] 민주당, 병립제로 회귀하면 승리 놓친다... 준연동형 지키면 범진보 크게 이길 수 있어
▲ 서울 여의도 KBS에서 열린 선거제 개편 공론조사에서 참여자들이 분임 토의를 하고 있다. 2023.5.6 ⓒ 연합뉴스
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이 현행 준연동형 선거 제도로 하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60%를 손해 본다는 계산표를 내놓고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처음 이 시뮬레이션 표가 나왔을 때는 누가 그걸 믿겠냐고 생각했다. 그러나 대다수 정치 전문가나 학자들이 이 문제를 지적하지 않고 방치하고 있다. 이 계산은 일부 민주당 지지층은 물론 "멋지게 지면 뭐하냐"는 논리로 민주당 국회의원 다수와 이재명 대표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하 국힘)이 위성정당을 만드는데 민주당이 만들지 않으면 민주당 자체의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범진보 정당의 의석수가 주는 것일까?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드는 것 말고 다른 대안은 없을까? 그래서 병립형으로 돌아가면 민주당의 승리가 보장되는가?
그러나 현시점에서 왜 최 소장의 예측이 틀렸는지, 비교적 합리적인 예측은 무엇인지를 최대한 쉽게 이해할 방법이 있다. 물론 세부적 판단의 차이에 따라 결과에 차이는 있겠지만 대체적인 예측은 가능하다.
본론에 들어가기에 앞서 필자는 현 사회민주당(준) 사무총장으로서 선거제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임을 미리 밝힌다.
▲ 최병천 소장의 의석격차 시뮬레이션표 ⓒ 최병천
[전제의 오류1] 양당 지역구가 120석 : 120석?
최 소장의 주장은 보수-진보 양당이 지역구를 동일 의석을 차지했을 경우를 전제로 한다. 언뜻 합리적으로 보이나 지극히 비현실적인 전제다. 대한민국 정치사에서 지역구 선거에서 보수-진보 양당이 사이좋게 반반씩 나눠 가진 적이 없다. 2024년 총선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매우 낮다.
보수(현 국힘계), 진보(현 민주당계) 사이에 과거 자민련이나 국민의당처럼 지역구에서 1등으로 당선자를 낼 수 있는 '지역 기반 정당'이 없는 경우, 지역구는 19대 총선에서는 새누리당 127석 : 민주당 106석, 21대 총선에서는 국힘 84석 : 민주당 163석을 얻었다. 어느 한쪽이 상당히 또는 압도적으로 많은 의석을 가져갔다. 지역을 (일부라도) 분할하는 정당이 있는 경우에도 18대 총선은 한나라당 131석 : 민주당 66석 : 자민련 14석 : 친박연대 6석이었다. 20대 총선은 새누리당 105석 : 민주당 110 : 국민의당 25석이었다. 즉, 어느 한쪽으로 쏠림이 분명히 있었다.
왜 이렇게 될까. 지역구 득표력을 가진 실질적 제3당이 없는 구도에서는 양당 경합지역인 수도권이나 충청권에서 어느 한쪽이 약간만 우세해도 지역구 정당 득표율(지역구에서의 정당 후보 득표율 평균)을 훨씬 넘어서는 의석을 가져간다. 이는 한 표라도 더 얻은 한 명을 뽑는 소선거구 지역구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큰 우리 선거제도의 단점이다(이를 완화하는 것이 연동형이다).
지난 21대 총선만 해도 민주당은 전국에서 (비례대표정당 득표율이 아니라) 지역구 정당 득표율 49.19%를 가지고 지역구 의석의 64%(163석 : 84석)를 가져갔다. 서울은 53.5% 득표율로 83%의 의석을(41석 : 8석), 경기도는 53.93%의 득표율로 의석의 86%를(51석 : 8석) 인천은 52.88%의 득표율로 84%의 의석(11석 : 1석)을 가져갔다. 따라서 최 소장의 주장대로 양당이 지역구 의석을 120석씩 똑같이 나눌 가능성은 매우 낮다.
최 소장은 <연동형 주장이 놓치고 있는 것들>이라는 SNS 글에서 2000년 이후 총선 지역구 의석수 평균을 내면 국힘계 139, 민주당계 122라고 했다. 소선거구제의 특성은 그때의 우세 정당이 어디냐에 따라 격차가 크게 벌어진다는 것인데, 이를 평균을 내어 뭉뚱그린 다음 크게는 양당이 비슷하고 국힘계가 조금 앞선다는 주장을 끌어내는 것은 정치와 선거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정의당 · 진보당 · 노동당 · 녹색당이 8월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병립형 회귀 반대 및 선거제 개혁 촉구를 위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전제의 오류2] 비례투표 정당구도와 정당 득표율 예측 모두 잘못
최 소장은 정당 득표율을 민주당 35%, 국힘 35%, 이준석 신당 15%, 정의당 10%, 조국 신당 5%를 전제로 한다. 양대 정당이 비슷하다고 일단 가정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내년 총선에서 양당의 정당 지지는 팽팽하다고 보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합리적이다. 지난 21대 총선에서도 두 당은 각각의 위성정당으로 (비례 의석 배분에 적용되는) 정당 득표율을 모두 33%대 얻었다는 점을 그대로 전제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정당에 대한 전제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 이를 잘못 설정하면 상대적인 비례 배분이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우선 최 소장은 정의당의 정당 득표율을 10%로 가정했는데 현재 정의당은 여론조사상 지지율이 2~3%밖에 나오지 않는다. 21대 총선 직전 여론조사 지지율이 5~7%였을 때 총선 득표율은 9.67%로, 비례 배분 적용에서는 (3% 이외 정당을 뺀 득표율 *아래 '준연동제' 참고) 10%를 할당받았다. 여기에 이번 선거에서 개혁연합신당의 등장을 고려하면 최대 21대 총선에서의 절반 정도의 득표인 4~5%대를 가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또 이준석 신당과 국힘 사이의 상관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이준석 신당은 국힘 정당 득표를 빼앗아 온다. 국힘 26%, 이준석 신당 17%가 나오는 여론조사도 있다. 조국 신당과 민주당 지지의 상관성도 합리적으로 고려되지 않았다. 조국 신당의 경우도 여론조사에서 10% 내외가 나온다.
기본소득당 또는 기본소득당·열린민주당·사회민주당(준)이 추진 중인 개혁연합신당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현재 여론조사 선택지에는 포함되고 있지 않지만 용혜인 의원의 지지도 및 지명도가 정당 지지로 전환될 가능성과 세 당의 연합 효과도 고려해야 한다.
'새로운선택'이 최근 선관위 등록을 했고 이낙연 신당 이야기도 나오지만 여기에 대한 전망은 불투명하고 지지율을 예측할 만큼 축적된 여론조사 데이터가 없으니 지금은 제외해 둔다.
따라서 현재 이준석 신당, 조국 신당, 개혁연합신당의 창당을 반영한 예측은 민주당(의 위성정당) 33%/ 국힘(의 위성정당) 33%/ 이준석 신당 15%/ 조국 신당 10%/ 정의당 4%/개혁연합신당 4% 정도의 전망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 비교적 합리적이다.
합리적 전제를 바탕으로 한 종합 예측
현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인 예측은 다음과 같다. 우선 지역구는 다음과 같다. 1) 양당이 250석 정도를 차지한다. 2) 두 정당 간의 격차는 지난 총선처럼(163 : 84) 두 배 가까이 나는 경우가 아닌 150 : 100 정도로 상정한다. 3) 물론 민주 150 : 국힘100, 민주 100 : 국힘 150인 경우를 다 살펴봐야 한다. 정당비례득표는 위에서 언급한 대로 민주당(의 위성정당) 33%/ 국힘(의 위성정당) 33%/ 이준석 신당 15%/ 조국 신당 10%/ 정의당 4%/개혁연합신당 4%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럴 때 <예측1>은 현행 준연동형 제도가 유지된다고 하고 지역구에서 민주당 150, 국힘이 100으로 민주당이 우세하다고 가정한다. 이 <예측1>은 다시 양당 모두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인 <예측1-1>과 국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을 경우인 <예측1-2>로 나눌 수 있다.
▲ 예측1-1) 양당 모두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을 경우(현 준연동형) ⓒ 천호선
<예측1-2>에서 국힘이 위성정당을 만들면 이준석 신당의 지지율에는 플러스-마이너스 효과가 다 있을 테지만 기본적으로 국힘 지지자들에게 국힘을 지지할 선택지를 주는 측면이 크다. 5%가 이동하여 국힘 위성정당을 38%, 이준석 신당을 10%로 하고 나머지는 큰 차이 없다고 하면 다음과 같다. 민주당 33%, 국힘 위성정당 38%, 이준석 신당 10%, 조국 신당 10%, 정의당 4%, 개혁연합신당 4%로 가정한다.
▲ 예측1-2) 국민의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을 경우(현 준연동형) ⓒ 천호선
여기서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을 만들 경우(정의당 제외)를 <예측1-3>으로 가정해 보자. 민주당, 조국 신당, 개혁연합신당이 함께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을 만든다고 하자. 그 지지도를 합하면 민주당 33% + 조국 신당 10% + 개혁연합신당 4% ≒ 47%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이 만들어지면 플러스 효과만이 아니라 마이너스 효과도 있을 수 있다. 유리하게 과장한다는 오해가 없도록 전체적으로 민주당이나 범진보비례연합에 조금 불리하고 국힘 위성정당과 이준석 신당에 조금 더 유리하게 책정하기 위해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은 47%에서 줄여 45%로 가정하고 국힘 위성정당과 이준석 신당은 3%씩 올려 계산해보자.여기에는 정의당이 참여하지 않을 확률이 높다. 이때 정의당 지지율을 4~5%로 보자.
이에 따라 국힘 위성정당 33%, 이준석 신당 18%, 범진보연합정당 45%, 정의당 4%로 계산해 본다.
▲ 예측1-3) 범진보비례연합정당(정의당 제외)을 만들 경우(현 준연동형) ⓒ 천호선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현 준연동형제도에서 지역구를 민주당이 100석, 국힘이 150석으로 민주당의 지역구 의석이 적을 때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이 있는 경우를 <예측1-4>로 예측해 보자(정당 득표를 동일하게 넣으면 당연히 지역구 차이만큼 바뀌는 것이지만 비교를 위해 표를 만들어 본다).
▲ 예측1-4) 지역구 의석 민주당 100/ 국힘 150석으로,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을 만들 경우(현 준연동형) ⓒ 천호선
결론적으로 민주당이 지난 총선만큼은 아니더라도 지역구에서 우위에 서면 국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아도 제1당이 되며 진보 총 의석수가 30석 정도 앞서고 민주당을 포함한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을 만들면 50석 정도를 앞선다. 그러나 지역구에서 뒤지면 거꾸로 50석의 차이가 난다. 결국 총 의석수는 지역구의 우세에서 좌우되고 그만큼의 차이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양당 지역구 의석이 같을 때 준연동형과 병립형 비교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최 소장 주장대로 양대 정당의 지역구 의석이 같고 연동형에서 범진보비례연합정당으로 대응할 때, 위성정당이 불필요한 병립형의 경우와 어떤 차이가 발생하는지를 살펴보자. 다만 최 소장과 달리 우리의 전제대로 120석이 아닌 125석으로 한다. <예측2-1>은 양당 지역구 의석수가 같고 현 준연동형일 경우이다.
▲ 예측2-1) 현 준연동형에서 양당 지역구 의석이 같을 경우 ⓒ 천호선
<예측2-2>에서는 병립형일 경우를 살펴보자.
▲ 예측2-2) 병립형에서 양당 지역구 의석이 같을 경우(위성정당 불필요) ⓒ 천호선
연동형에서 지역구 의석이 같고 국힘은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으면 당연히 불리하다. 그러나 그 경우도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어 대응하면 보수 총 의석수 대 진보 총 의석수는 거의 같다. 준연동형에서 범진보비례연합정당으로 대응하는 것과 병립형은 그 결과가 같고 결국 지역구에서 승부가 갈리는 것이다.
종합 결론
이와 같은 예측을 바탕으로 하면 결론은 다음과 같다.
1) 문제는 지역구다. 소선거구 중심제에서 총 의석수를 좌우하는 것은 지역구이고 지역구는 양당 중 조금이라도 앞서는 정당이 지역구 의석 우세를 바탕으로 총 의석수 절반을 훨씬 넘는 의석 나아가 압도적인 의석을 차지할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높다.
2)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현 준연동제에서 지역구에서는 양당이 같거나 비슷한 의석을 얻고 민주당은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 국힘은 만들 경우에도 민주당이 범진보비례연합 정당으로 대응하면 보수 총 의석 대 진보 총 의석은 거의 같다. 같은 지역구 의석수에 병립형인 경우와 기본적으로 차이가 없다.
3) 민주당이 지역구에서 (수도권, 충청권에서 조금이라도 앞서서) 지난 선거 164석보다는 적어도 150석 정도를 얻으면 국힘이 위성정당을 만들고 민주당은 만들지 않더라도 민주당은 제1당이 되며 보수 총 의석수보다 진보 총 의석수가 30석을 앞선다.
4) 민주당이 범진보비례연합정당을 만들어 대응하고 지역구에서 150석을 얻으면 제1당을 차지하는 것은 물론 진보 총 의석수가 보수 총 의석수보다 50석을 앞선다.
유불리 관점에서도 틀린 계산, 더 큰 패배 맞을 수도
▲ 2019년 12월 27일 문희상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의 저지를 뚫고 의장석에 앉아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다. 이날 문 의장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 표결 처리를 강행했고, 의장석을 에워싼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문 의장을 향해 '민주주의는 죽었다, 독재가 시작되었다'라고 적힌 피켓을 던지는 등 거칠게 항의했다. ⓒ 남소연
선거 제도에 선악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잘못된 말이다. 민주 선거의 원칙인 1인 1표 1가치에 더 가까운 제도는 분명히 있다. 천 번 만 번 양보하여 선악이 없다고 치자. 오로지 유불리의 관점에서 봐도 최 소장의 예측은 그 전제가 매우 잘못되었다.
만일 민주당이 이를 바탕으로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결정을 내린다면 더 큰 승리는 포기하는 것이고 자칫 민심을 잃고 지역구와 비례 모두에서 심각한 패배를 맞이할 수도 있다. 그 뒤에 다시 제도를 회복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민주당이 이기는 절대적이고 우선적인 방법은 지지도를 높여 수도권과 충청권 나아가 부·울·경 지역구에서 승리하는 길이다. 병립형 타협은 전혀 유리하지 않으며 오히려 다른 정당을 무시하고 독점을 위해 과도한 욕심을 부린다는 여론이 형성되어 지역구와 비례표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
민주당이 이기는 두 번째 방법은 더 넓게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구성 좋은 선거연합'을 만들어 내는 길이다. 이 경우 민주당 위성정당을 만들지 않고도 범진보의 압도적 승리를 가져올 수 있다.
민주당은 주저함 없이 병립형 합의를 거부하고 이를 공개적으로 천명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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